튀긴 마·작두콩 푸딩·참나물 된장국.. 자연 담은 밥상 [안젤라의 푸드트립]

최현태 2019. 5. 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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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쿠오카 / 뜨끈한 후쿠오카식 뚝배기 물만두.. "국물이 깔끔해요" / 속은 '촉촉' 겉은 '바삭' 사카에야 스테이크 '엄지 척'
글로벌 매거진 모노클(Monocle)이 선정한 전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순위 12위, 아시아에서 살기 좋은 도시 2위 후쿠오카. 수많은 국제선이 취항하고 있는 후쿠오카는 도시 중심부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하카타만이 펼쳐져 있고, 도심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뛰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래서 수많은 여행객이 힐링을 하기 위해 찾지만 강을 따라 줄지어 있는 포장마차와 모쓰나베 등의 현지 음식들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미식의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후쿠오카 식도락가들이 찾는 맛집들을 소개한다. 안젤라의 푸드트립 스물네번째 목적지는 후쿠오카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달려간 만두전문점

후쿠오카공항에 내려 한국의 티머니카드 같은 역할을 하는 교통카드 니모카(Nimoca)를 구입한 뒤 지하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텐진역으로 향했다. 공항선으로 약 11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라 부담이 없다. 텐진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에 있는 무인호텔 미즈카 다이묘에 체크인한 뒤 무거운 짐을 던져두고 밖으로 나왔다. 저녁에 도착한지라 여행의 피로를 풀기 위해 뜨끈한 후쿠오카식 뚝배기 물만두와 군만두를 먹을 수 있는 교자노테무진 (餃子のテムジン)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후쿠오카에서 교자 맛집으로 손꼽는 곳으로, 만두피와 만두소를 일일이 빚고 있는 정성이 가득한 곳이다. 특히 30대로 보이는 젊은 남성들이 반죽을 직접 치대며 만두를 빚고 있기 때문에 식사하는 내내 활기가 넘친다.

공간은 바와 홀, 룸 좌석으로 나뉘어 있는데 역동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바 자리를 택하시길! 불길이 화르륵 타오르는 모습을 보며 여러 가지 요리를 골라먹을 수 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군만두와 물만두다. 군만두는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지만 피는 얇고, 그 안에 만두소는 옹골차게 차있어 한입에 쏙 넣기 좋았다. 물만두는 조금 특이하게 나왔는데 뜨거운 물이 자작하게 차 있는 뚝배기 안에 정말 만두를 넣어서 제공하는 리얼 물만두였다. 보들보들한 질감과 깔끔한 국물은 좋았지만 너무 깔끔한 맛이라 녹진한 한국의 사골육수 만둣국이 조금 그리워지긴 했다.
# 사카에야 스테이크를 아십니까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후쿠오카 미식가들에게 소문난 프렌치 내추럴 와인바 르루비스(Le Rubis)를 찾았다. 이곳은 2007년에 후쿠오카의 북쪽에서 가게문을 열고, 최근에 후쿠오카 도심으로 이전했다. 주력 메뉴는 프랑스 요리와 내추럴 와인으로 약 11년 넘게 운영을 해오며, 후쿠오카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미식가들이 내추럴 와인 성지순례길로 찾는 곳 중의 하나다. 남편은 요리를 하고 부인은 와인을 추천한다.

직접 튀긴 포테이토칩에 둘러싸여 있는 고등어숙회, 30분 동안 고기 양면을 돌려가며 주물팬에 굽는 스테이크, 완두콩으로 만든 푸딩 등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운 르루비스만의 특별한 요리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요리는 사카에야 스테이크. 일본 시가현에 있는 니쿠 사카에야라는 곳에서 직접 받는 쇠고기로, 워낙 귀한 품종이라 전국에 이 고기를 받을 수 있는 매장은 서른여 곳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르루비스는 사카에야 쇠고기를 스테이크로 즐길 수 있는 곳 중의 하나로, 겉면을 바삭하게 익히기 위해 30분간 양면을 돌려가며 불 옆에 서 있어야 한다. 그래서 셰프가 바쁠 땐 이 요리를 맛보기 힘들기 때문에 방문 전에 전화로 예약을 하는 것이 좋겠다. 크기는 크지 않지만, 지방과 단백질이 적절하게 퍼져 있는 속은 촉촉하고 겉은 마치 후렌치 프라이의 끝부분을 먹는 것 같은 바삭함이 느껴진다.
#자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치유의 음식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지만 여행의 피로를 치유하고 가고 싶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우루우비(閏日). 여기도 부부가 운영하는 2인 식당으로, 주변에 상업시설이 없는 주거지 안에 자리 잡고 있다. 택시를 타고 내리니 “깊은 산 속 옹달샘” 노랫가락이 떠오른다. 정원을 지나 미닫이문을 여니 햇살이 은은하게 들어오는 나무로 만든 집이다. 이곳에서는 남편이 손님맞이를 하고 부인은 요리를 한다.

요리는 단품으로 주문할 수도 있고 코스로 주문할 수도 있지만 처음 방문하는 것이라면 코스 주문을 추천한다. 런치 코스는 3000엔으로 약 7~8가지 요리가 제공되며 음식이 천천히 나오기 때문에 약 두 시간 동안 식사가 이어졌다. 모든 요리는 직접 수집한 그릇 위에 나뭇잎 한 장을 올려 나오는데, 청아하고 단아한 담음새에 기분이 좋아진다. 첫 번째 요리는 완두콩 수프로 소금간 전혀 없이 약간의 크림을 넣어 저어 먹는다. 두번째 요리는 데친 두릅 위에 토마토소스를 올려 감칠맛을 살렸다. 세번째 요리는 완두콩보다 작은 콩과 콩깍지가 통째로 나오는데 얼마나 아삭한지 씹을 때마다 머릿속에 아삭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이어서 튀긴 마, 작두콩 푸딩, 된장소스에 담긴 닭고기구이, 생선구이가 들어가 있는 크레이프가 나왔고 참나물 된장국과 직접 지은 하얀 밥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식재료 본연의 맛이 무엇인지 탐구심을 끌어내고, 자연의 맛이 무엇인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우루우비.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면 우루우비의 치유의 음식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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