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기자의 BMW 드라이빙 센터 체험기

<로드테스트>에 입사한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경험을 쌓기 전까진 외부 행사는 어렵겠구나’라고 느낄 때쯤 BMW코리아가 신입 및 초·중급 이하의 운전 미숙련 기자를 상대로 체험 프로그램을 연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의 운전 경력은 10년 미만이지만, 군대에서 운전병으로 쌓은 실력이 있기에 ‘운전 미숙련’이 아닌, ‘신입’자격으로 당당히 참가했다.

집합 시간은 지난 2월 14일 오전 8시 10분이었다. 처음엔 내 차를 타고 한 번에 갈까 생각도 했는데, 그랬으면 어색할 뻔 했다. 집합 장소엔 이날 참가할 모든 기자가 와 있었다. 출발 전, 간단히 일정을 듣고 2인 1조로 시승차를 타고 BMW 드라이빙 센터가 있는 영종도로 향했다.



우리가 탄 차는 미니 쿠퍼 S 3도어였다. 주차장엔 BMW 3시리즈, 5시리즈는 비롯해 M시리즈, 심지어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M2까지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초보’에 초점을 맞춘 행사여서 고성능 차는 그저 지켜봐야 했다.



미니 쿠퍼 S는 직렬 4기통 2.0L 터보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m를 뿜는다. 최고속도는 시속 235㎞, 0→시속 100㎞ 가속시간은 6.7초다. 비록 M시리즈를 타지 못해 아쉬웠지만 미니 쿠퍼 S의 작은 몸집에서 오는 경쾌한 움직임도 짜릿했다.



지난 2014년 8월 22일 문을 연 BMW 드라이빙 센터는 2.6㎞ 길이의 트랙, 자동차 전시장, 이벤트 홀, 롤스로이스 모터카 스튜디오 및 환경 친화적인 스포츠 파크 등 다양한 시설을 품고 있다. BMW나 미니의 오너가 아니어도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다. 규모는 축구장 약 33개를 합한 24만㎡다. 주차장엔 409대의 차를 세울 수 있다. 각 주차공간은 일반 주차장보다 너비가 약 35㎝ 넓어 주차에 대한 부담도 적다. 실제 평소대로 왼쪽 주차라인에 맞춰 차를 넣었는데 오른쪽 공간이 엄청 남았다.

우리나라의 BMW 드라이빙 센터는 아시아에선 최초다. 독일 마이자크(Maisach)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스파르탄버그(Spartanburg)에 이은 세 번째다. 나머지 두 시설과 달리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트랙과 브랜드 체험을 위한 전시장을 엮은 최초의 BMW 드라이빙 센터다.

메인 건물 옆엔 BMW 트레이닝 아카데미가 자리한다. 영업과 A/S서비스, 고객서비스와 제품교육에 대한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한, BMW와 미니 공식딜러인 바바리안 모터스가 운영하는 센터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자동차 기능장인 BMW 코리아 그룹 장성택 상무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BMW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 워크샵의 막이 올랐다. 우린 라이프스타일 샵으로 향했다. 드라이빙 센터에 온 사람들이 지갑을 활짝 여는 곳이다. 특히 BMW 차를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M 퍼포먼스 파츠가 있기 때문. 물론 다른 차종을 타는 이도 탐낼만한 상품이 많다.



작지만 눈에 확 띄는 차가 있었다. 바로 BMW ‘이세타’다. 이세타는 원래 1950년대 이탈리아의 자동차 제조사 ‘이소’에서 만든 차로, 1955년 BMW가 라이선스와 금형을 사서 1기통 298㏄ 엔진(후기형)을 넣었다. 최고출력은 13마력, 최고속도 시속 85㎞를 냈다. 운이 좋으면 드라이빙 센터에서 달리는 이세타를 볼 수도 있다.




조그마한 이세타 뒤엔 크기도, 가격도 어마어마한 롤스로이스 던(Dawn)이 있다. 장 상무가 탑승을 권했는데 혹시 흠집이라도 날까 나를 포함해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한 기자가 떠밀려 타긴 했지만.




던의 뒤로 가면 롤스로이스 비스포크(Bespoke)가 나온다. 롤스로이스의 모든 차는 100% 주문제작이어서 만들기 전 고객의 입맛대로 인테리어 하나하나, 심지어 우산 색깔까지 고를 수 있다. 참고로 도어에 수납하는 우산 가격만 100만 원을 웃돈다.



최신 소재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차덕후’라면 한 번쯤 필름으로 붙여봤을 카본 파이버, 즉 탄소섬유다. 강철과 알루미늄, 그리고 탄소섬유의 강도 및 무게를 직접 만져보고 손으로 들어볼 수 있다.



옆에는 뜬금없이 테이블 위에 올리브 나무가 있다. 보통 화학 염료를 사용해 가죽의 색을 내지만 BMW i3의 시트는 올리브 잎에서 추출한 물질로 가죽에 색을 입힌다고. i3는 동력계통만 친환경이 아니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뮌헨의 ‘BMW 벨트(BMW Welt)’와 같은 ‘주니어 캠퍼스’가 자리한다. 8~13세 어린이들에게 자동차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에 필요한 과학 원리를 가르친다. 또한, 함께 녹색 자동차(친환경 자동차)를 직접 만들며 꿈을 키운다.




5~7세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키즈 드라이빙 스쿨’ 안전주행 교육프로그램도 있다. 어린이용 전동차를 직접 운전하며 각종 안전수칙을 배운다. 교육을 마치면 기념으로 면허증을 준다. 주니어 캠퍼스 프로그램은 매일 한 번에 70분씩 총 4회, 키즈 드라이빙 프로그램은 50분씩 4회 진행한다.



2층 테라스로 나가 밖을 둘러보니 최근 눈이 온 적 없는데 드라이빙 센터 한 곳에 눈이 쌓여있다. 인공 눈으로 만든 ‘스노우 베이직’ 체험장이다. 1~2월 중 딱 한 달만 운영한다. 서머 타이어, 스노타이어 및 네 바퀴 굴림, 뒷바퀴 굴림의 차를 운전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역시나 우리는 ‘초보’였기에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오토모빌 딜리버리 서비스. BMW만의 특별한 자동차 인도 서비스다. 차고지에 들어가 기다리면 천막이 올라가고 바닥의 원판이 회전하면서 차가 등장한다. 마치 신랑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맞이하는 풍경 같다. 구매한 차를 특별한 방식으로 받길 원하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용 고객은 언베일링 세레모니(Unveiling Ceremony) 및 번호판을 직접 다는 경험을 할 수 있고, 구매한 차로 트랙도 직접 달릴 수 있다. 시간에 따라 점심 및 저녁 식사도 제공하고 덤으로 연료도 가득 채워준다. BMW 신차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약 2시간 35분씩 하루 3회 진행 한다. 이용금액은 45만 원이다.




이어서 강의장으로 이동해 간단한 BMW의 역사 및 자동차 라인업에 대해 배웠다. 책상과 의자, 빔 프로젝터를 보니 간만에 다시 학교에서 공부하는 기분을 느꼈다. BMW를 좋아해서 브랜드 스토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몰랐던 역사도 배워서 상당히 좋았다.



점심식사 후 마지막 순서인 드라이빙 체험이 왔다. 먼저 클래스 룸에서 간단한 안전교육과 코스에서 지켜야 할 기본사항을 교육받았다. 차에 오르기 전 간단한 동의서를 적고 음주측정을 한 뒤 각종 BMW 자동차가 있는 트랙으로 나갔다.



드라이빙 센터가 유명한 이유는 이 프로그램 때문이 아닐까. 미니 JCW 택시부터 시작해 1:1 교습인 프라이빗 코칭까지 많은 항목이 있는데, 가격은 2만 원부터 200만 원까지 다양하다. 단순히 가격만 보고 ‘비싸지 않냐’라고 할 수 있는데, BMW코리아는 오히려 연간 약 100억 원의 적자를 본다고. 센터 측은 현재 600m인 직선 구간을 1㎞로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진행한 챌린지 A는 80분 동안 진행하는 초급자 프로그램이다. 차는 한 대 빼고 모두 7시리즈였다. 강사가 ‘엠블럼 보고 골라 타세요’라고 말하자마자 특별한 차가 있구나 해서 재빠르게 살펴봤으나 한 발 늦었다. 가장 비싸고 강력한 M760Li를 다른 기자가 선점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740d를 탔다. 이후 강사가 각자 시트 포지션을 봐주고 차 폭, 회전반경 숙지하는 연습을 한 다음 30분 동안 2.6㎞의 트랙을 반복 주행했다.



안전의 이유로 과속, 추월은 안 되고, 더군다나 우리는 ‘초보’라서 더욱 천천히 코스를 돌았다. 왕년에 했던 시뮬레이션 레이싱 게임 ‘그란투리스모’나 ‘XL1’을 했던 감각이 있어 충분히 자신감이 있었지만 결국 스쿨존 주행으로 끝났다. M760Li를 차지하고 답답해할 기자를 보며 위안을 삼았다.




M760Li는 이전 세대의 명성을 이어 V12 6.6L 트윈터보 엔진을 얹은 BMW의 플래그십이다. 7시리즈 40년 역사상 가장 강력한 힘을 갖췄다. 최고출력 609마력, 최대토크 81.6㎏·m를 뿜지만, 안전을 위해 최고속도는 시속 250㎞에 빗장을 걸었다. 0→시속 100㎞ 가속시간은 3.7초다.



챌린지 A 프로그램을 끝으로 BMW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 워크샵이 모두 끝났다. 이날 시설을 둘러보고 몸소 체험해 보니, 수입차 업체가 국내 최초로 드라이빙 센터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새삼 인상 깊게 다가왔다. BMW를 계기로 국산 및 다른 수입차 업체도 고객이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강동희 기자

사진 BMW, 강동희

영상 강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