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사도 '통과'.. 관리사각 아동급식카드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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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급식카드 쓰는 사람인데, 참이슬 2병이랑 말버로 1갑."
세계일보가 23일 결식이 우려되는 저소득층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아동급식카드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일부 편의점을 중심으로 금지품목을 결제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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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급식카드 쓰는 사람인데, 참이슬 2병이랑 말버로 1갑.”

서울 관악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65)씨도 아동급식카드로 금지품목을 결제한 적이 종종 있다. B씨는 “아동급식카드로 식료품을 산 뒤 다른 물건으로 교환해달라는 부모들이 더러 있다”며 “난처하지만 ‘아이가 이미 밥을 먹고 왔다’면서 막무가내로 바꿔달라고 하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주로 인스턴트 커피 묶음이나 문구 용품 등 인터넷에서 되팔기 쉬운 품목이 교환 대상이다.
세계일보가 23일 결식이 우려되는 저소득층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아동급식카드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일부 편의점을 중심으로 금지품목을 결제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다. 급식카드 운영주체인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만 8만명에 육박하는 18세 미만 학생들이 급식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급식카드는 소득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한 빈곤계층 아동들에게 지급된다. 학기 중에는 하루 1끼(4000∼5500원), 방학 중에는 2끼의 식대를 보조하는 방식이다.

급식카드는 결식아동 지원 취지에 따라 주류, 담배, 커피 등 식사와 관련 없는 품목 구매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점주나 직원이 허용품목을 결제한 것으로 처리하면 아무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애초 편의점 재고관리 시스템과 급식카드 결제 시스템이 연동돼 있지 않은 데다 편의점 본사가 급식카드 구매기록이 허위인지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급식카드 가맹점이 대부분 술·담배 등 금지품목을 팔고 있는 편의점에 몰려 있는 것도 부정 사용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의 가맹점 1만7800여곳 중 1만2100여곳이 편의점으로 전체 가맹점 세 군데 중 2곳꼴이다. 인천시도 지난해 6월 기준 가맹점 2316곳 중 70%에 육박하는 1600곳이 편의점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지품목은 결제가 안 된다는 것만 믿고 손을 놓고 있는 지자체도 문제다. 취재 결과 수도권 지자체들은 급식카드 부정 사용을 적발하기 위한 현장단속 및 계도를 한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 급식카드 발급 과정에서 부모들에게 금지품목을 구두로 전달하거나 안내서를 확인하라고 권하는 정도가 전부다. 서울시 관계자는 “급식카드로 술이나 담배를 샀다고 해도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확인하고 행정지도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부정 사용은 편의점과 부모들의 도덕 불감 탓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는 “급식카드의 한끼 지원금이 일반식당에서 쓰기에 부족한 탓에 편의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지원 금액을 늘리고 일반식당으로 가맹점을 늘려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불법·일탈 행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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