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영산강 보 2개 해체, 1개 부분해체, 2개 상시개방..4대강 첫 처리방안 나왔다
[경향신문]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가 해체된다. 금강 공주보는 다리 기능만 남기고 부분해체,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개방 하기로 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금강과 영산강 5개 보의 처리방안을 22일 발표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온갖 논란과 갈등의 한복판에 있던 4대강 보에 대한 첫 처리방안이 나온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수질 개선, 가뭄·홍수 예방 등의 목적을 내세워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16개 보를 지었다. 하지만 해마다 강에서 ‘녹조 라떼’가 창궐하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각종 문제점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6월부터 4대강 보를 단계적으로 열며 보 처리방안을 모색해왔다. 2018년 5월 보 안전성 평가를 위한 사전조사를 시작으로 경제성 분석, 수질·생태 관측 등 각 부문에서 연구가 진행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민관 합동으로 4대강 조사·평가 전문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보 처리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왔다. 그간 위원회에선 민간 전문가 43명의 검토와 외부 전문가 합동회의 등 총 40회의 회의를 걸쳐 이번 평가 결과를 내놨다.
■해체, 부분해체 그리고 상시개방
당초 금강, 영산강에선 한 두 곳을 빼고는 모두 해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해체와 부분해체, 상시개방으로 나뉘었고, 세부적인 단서들까지 제각각 달렸다. 해체와 존치는 차량이 오가는 ‘다리’ 설치 여부가 갈랐다.
금강에선 상류 세종보는 해체, 중간의 공주보는 부분해체, 하류의 백제보는 상시개방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세종시 주변에 있는 세종보는 이미 보 주변에 농업용 양수장이 없고, 물 이용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판단됐다. 반면 보를 해체하면 수질과 생태계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판단됐다. 보를 해체할 때 드는 비용보다 보를 없앴을 때 편익이 훨씬 큰 것으로 판단돼 해체 결론이 나왔다.
공주보는 보가 없어지면 수질과 생태가 크게 좋아지고, 보를 해체했을 때 편익이 유지할 때보다 크게 나타났다. 원칙대로라면 해체하는 게 맞지만, 문제는 공주보가 하루에 3500대의 차량이 오가는 다리(공도교)로도 쓰인다는 점이다. 위원회에선 지역 주민의 교통권을 보장하면서 물 흐름을 개선할 수 있도록 다리 기능을 남기고, 보 구조물을 부분 해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백제보는 보 개방 기간이 짧아서 측정 자료가 충분치 않은데다 보를 해체했을 때 경제성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에선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수막재배 등 농민들의 물이용 수요도 많았다. 해체는 않더라도 금강의 전반적인 물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상시개방을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추가적인 모니터링 결과를 살펴보기로 했다. 상시개방은 보 수문을 완전히 열어 수위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영산강에선 상류 승촌보는 상시개방, 하류의 죽산보는 해체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승촌보는 보를 없애면 영산강의 수질과 생태가 좋아지지만, 종합적으로 보 해체의 경제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승촌보 역시 공도교 기능이 있었다. 물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양수장 등 물이용 대책을 세운 뒤 상시 개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죽산보는 보를 설치한 뒤 퇴적물이 쌓이고, 강 더 아래에 있는 하굿둑의 영향으로 수질이 좋아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주변 환경 여건과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체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미지근한’ 결론일까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에선 지난해 12월21일 4대강 보의 평가지표와 처리방안 결정 방식을 발표했다. 핵심은 경제성을 따지는 ‘비용편익(B/C)’ 분석이었다. 이미 지난해 7월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도 사업 전 과정에서 문제점은 드러났지만, 워낙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슈였기 때문에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1단계에서 B/C값이 1을 넘으면 해체, 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수질·생태 개선 효과와 지역 주민들의 선호도 조사, 추가 모니터링 등을 거쳐 기존 수위유지·탄력운영·상시개방·해체 중 한 가지 처리방안을 택하도록 했다.
한국재정학회에서 분석한 B/C 분석은 보를 없앨 때 드는 비용(C)과 보 유무에 따라 40년에 걸쳐 발생하는 편익·불편익(B)을 현재가치로 따져서 비교했다. 비용은 보를 해체하고, 양수장 등 물이용 대책을 세우는 데 드는 금액이다. 편익과 불편익은 수질·수생태 개선, 물활용성, 보 유지관리비 절감, 홍수조절능력 등의 항목을 환산했다.
이 때문에 B/C값이 1을 넘지 못한 보들은 그대로 남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공주보는 B/C값이 1을 넘었는데도 없애지 않기로 했다. 지역 사회에서 존치 여론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칙대로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과 지역 사회 요구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며 결론을 내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4대강 전체의 재자연화를 위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환경부에선 4대강 중 낙동강의 수문을 열고, 자연성을 회복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녹조 라떼’ 등 각종 심각한 문제 대부분이 낙동강에서 발생한데다, 4대강 보의 절반인 8개가 몰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농민들이 보를 없애면 지하수 이용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큰 데다 지역 정치인들도 4대강 개방에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보 개방 모니터링을 낙동강 상류 보에선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4대강 보 처리 방안의 가늠자가 될 첫 결정에서 무조건 해체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현실론이 반영된 셈이다. 다만 자연성 복원이라는 당위가 아니라 경제성을 중심으로 살펴봤는데도 해체나 상시개방 결론이 나왔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의 타당성이 크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도 볼 수 있다. 경제성 분석을 맡은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기획재정부나 한국개발연구원의 지침에 근거해 판단을 했으며, 특히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최대한 고려해 보수적으로 평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나머지 보들은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미 4대강 사업의 해악이 드러난 상황에서 완전한 해체가 필요하다며 반발했다. 보를 열어도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으면 자연성 회복이 더디고, 공사 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협의체인 한국환경회의와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4대강 사업은 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끊어내고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 천문학적인 관리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며 “당장의 정치적 이해 관계를 떠나 강을 되살리기 위해 완전한 보 해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평가를 하면서 모든 보를 해체하는데는 1751억원, 양수장 등 물이용 대책에는 1012억원이 들 것으로 분석됐다. 각 보의 처리 방안에 따라 비용이 다시 결정된다. 이번 제시안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구성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오는 7월 최종 결정을 내린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처리 방안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한강과 낙동강의 11개 보도 이번과 같은 평가 체계를 따라 판단해 보 처리 방안을 연내 제시할 계획이다. 이번 보 처리 과정에서 보 개방 모니터링 기간이 짧았다는 지적에 따라 주민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등 낙동강·한강의 보 개방과 모니터링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홍종호 4대강 조사·평가 공동 기획위원장은 “강의 자연성 회복에 기여하면서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강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고심했다”면서 “지역주민의 현실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내놓은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정기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장은 “앞으로 우리 강이 자연성을 회복하여 건강한 하천을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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