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 치어리더의 소망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걸크러SHE]

황덕연 기자 2019. 2. 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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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편집국을 찾은 김지민 치어리더

[스포츠투데이 황덕연 기자] 스포츠계에 여풍이 불고 있다. 과거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포츠계는 여성들의 활발한 진출로 인해 그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현장을 중계하는 아나운서, 응원에 힘을 더하는 치어리더는 물론이고 협회나 연맹의 요직, 구단 프런트에서도 여성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스포츠투데이는 '걸크러SHE'를 통해 남초업계인 스포츠 분야에서 남성들과 당당히 어깨를 견주며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들을 집중 조명한다.

스포츠에 있어 가장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응원'이다. 팬들의 함성이 가득 채우는 현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샌가 그들과 함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응원을 더욱더 열띠게 만들고자 밤낮없이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경기장의 꽃' 치어리더다. 치어리더의 힘찬 리딩에 관중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응원가와 율동에 몸을 싣고, 팀의 승패에 함께 울고 웃는다.

치어리더팀 '위너스'의 김지민 치어리더는 관중들의 목소리를 가장 앞에서 생생하게 끌어내는 장본인이다. 농구, 배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한 김지민 치어리더는 팬들과 호흡하며 선수들에게 뜨거운 에너지를 전한다.

경기장 안에서는 항상 밝은 미소로 팬들을 만나는 김지민 치어리더지만, 마냥 순탄한 길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뜻밖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고, 재활을 거치며 견디기 힘든 고통을 감내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접하게 된 이벤트 관련 업무는 김지민 치어리더에게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현장을 바라볼 수 있는 '차별성'을 선물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딱 맞는다.

설날을 맞아 고운 한복을 입고 스포츠투데이를 찾은 김지민 치어리더의 꿈은 마냥 유명해지는 것 보다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치어리더가 활동할 수 있는 더 많은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김지민 치어리더에게 응원 그리고 치어리더에 관한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포츠투데이 편집국을 찾은 김지민 치어리더


-언제부터 치어리더를 시작하게 됐나.
2014년에 시작했다. 원래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스무살 때 한 학기 동안 학교에 다니다가 휴학을 했다. 처음에는 전공을 연출 쪽으로 바꾸고 싶었다. 재입학 혹은 전과를 생각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같이 무용을 하던 친구 중에 지금 저희 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사정상 팀에서 나오게 됐는데 혹시 치어리더 일을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사실 오래 쉬면 몸이 근질거리는 스타일이다(웃음). 권유를 받고 팀에 들어오게 됐다. 당시에는 또래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학기가 시작하니까 다들 학업 때문에 빠지더라. 그래서 결국 저만 남게 됐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쳤다고 들었는데.
2015년 KOVO컵 때 데뷔를 했다. 그런데 5일 차 경기를 소화하던 도중 부상을 당했다. 무용할 때부터 발목이 조금 좋지 않았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던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통증이 있나 보다'하고 청주에 있는 정형외과에 가서 주사만 맞으려고 했다. 근데 의사 선생님이 질색하더라. 당장 수술대에 올라가야 하는 상태였다. 회사 대표님도 뛰지 말라고 만류하셔서 급하게 대타를 구하고 그날 경기까지만 소화했다. 당시 저희 팀이 남자배구 우리카드, 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를 담당할 때였다. 6개월 정도 준비하면서 무대에 서는 것을 꿈꿔왔는데 그렇게 좌절이 됐다. KOVO컵이 끝나고 수술을 받게 됐고, 두 달 정도 쉰 후에 재활을 1년 정도 했다.

-부상으로 쉬는 동안 현장에서 이벤트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다른 치어리더와 비교했을 때 꽤 이색적인 경험인 것 같다.
대표님이 권유를 해주셨다. 이제 막 치어리더 일을 시작했으니까 현장 파악도 할 겸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이벤트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말씀하셨다. 굉장히 감사한 제안이었다. 남자배구는 이것저것 잡일을 도맡아서 했고, 여자배구는 실질적인 업무를 배웠다. 한국도로공사 경기는 직접 맡아서 운영도 했다. 치어리더가 아닌 다른 일로 현장에 계속 나가다 보니 다른 시각에서 경기를 바라볼 수 있었다. 지금 치어리더 일을 함에서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몸이 다 회복되고 복귀할 때 팀장을 맡았다.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된 것도 그 일을 하면서 보여준 것에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맡은 팀마다 성적이 굉장히 좋았다. 올 시즌에 울산 현대모비스가 우승한다면 '우승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팀장 달고 첫해 맡았던 우리카드도 비록 봄 배구에 가지는 못했지만, 전보다 성적이 굉장히 좋아진 때에 담당했다. 다음 해에 한국도로공사가 우승했고, 이번 시즌 함께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도 우승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팀을 잘 만난 덕이라고 생각한다. 저희 팀과 구단이 서로 윈윈했으면 좋겠다.

-치어리더를 하면서 좋아해 주는 팬들이 많을 것 같다. 홈, 원정에도 다소 차이가 있을 것 같다.
홈 경기, 원정 경기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홈 경기는 주로 홈 팀 치어리더가 주목을 받는다. 원정을 가게 되면 육성으로 직접 리딩을 해야 하다 보니 조금 더 힘들다(웃음). 하지만 원정 경기를 보러 오신 팬들을 위해 좀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포츠투데이 편집국을 찾은 김지민 치어리더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한 아버님과 어머님이 기억에 남는다. 원정 경기였는데 경기가 끝난 뒤에 '덕분에 오늘 경기 이겼어'라면서 제 손을 꼭 잡아주셨다. 정말 감사하고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SNS 계정에 글을 남겨주신 분들도 많다. 정말 한 분 한 분 다 기억이 난다. 가장 감동했던 응원은 한 어린 팬의 댓글이었다. 제가 팬들의 응원이 힘이 된다는 내용을 SNS에 남겼는데 그 팬이 '언니는 팀을 도와 응원하는 역할이지만, 언니를 응원하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방에서 혼자 글을 읽으면서 펑펑 울었다.

-치어리더라는 일의 특성상 외모적인 부분도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팬들이 '팀장님은 예쁜 척 좀 하셔야 된다'고 말씀해주신다. 단장님도 우스갯소리로 가끔 하신다(웃음). 항상 노력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하면 마음처럼 잘되지 않는다. 예쁘게 찍히고 싶은 욕심은 한가득 인데, 리딩하고 응원하다 보면 힘들다. 팬들이 저희의 응원을 따라 하고 재밌어 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경기장에 오르다 보니 제 외모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만큼 많은 신경을 쓸 수 없게 된다.

-과거 배구단을 맡기도 했지만, 지금은 현대모비스 경기에서 팀원들과 맹활약 중이다. 선호하는 스포츠가 있다면.
스포츠 입문을 남자배구로 했다. 집이 대전이라 자연스레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응원하게 됐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삼성화재가 한창 잘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다 같이 배구장에 갔는데, 그때 직관의 묘미를 느꼈다. 예전에는 배구를 가장 좋아했었는데 농구를 하다 보니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 담당하는 구단이 바뀌면 해당 종목에 빠져들게 된다.

-최근에는 농구, 배구,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에도 치어리더들이 활동 중이다. 맡아보지 않은 종목도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가.
기회가 된다면 종목 가리지 않고 경험해보고 싶다. 요즘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보는데 박주호 선수 아들 박건후에게 빠졌다. 지금 맡는 팀이 울산 현대모비스인데, 박주호 선수가 이웃 구단인 울산 현대에서 뛰고 있다. 건후를 보기 위해서라도 축구장은 가고 싶다(웃음). 아직 치어리더가 없는 종목들이 아주 많다. 그런 자리에서도 치어리더들이 설 수 있으면 좋겠다.

-본인이 생각하는 롤모델이 있다면.
딱 한 명을 지칭하기보다는 미리 길을 터주신 모든 선배님이 롤모델이다. 열심히 해서 그분들처럼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

스포츠투데이 편집국을 찾은 김지민 치어리더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SNS 계정을 살짝 엿보니 여행 가는 것도 꽤 즐기는 것 같다.
쉬는 날이 정말 없지만, 여름 종목을 하지 않아 7~8월이 비수기라고 할 수 있다. 그때 휴가다. 최근에 올스타 브레이크 때 제대로 된 휴가를 다녀왔다. 일 시작하고 5년 만에 처음으로 여행다운 여행을 즐겼다. 외삼촌이 베트남에 계시는데 정말 놀고, 먹고, 자고, 마사지 받고 아주 편하게 있다 왔다. 원래는 교회 선교 활동을 많이 갔다. 지금까지 여름 휴가는 정말 선교로만 쓴 것 같다.

-여행 외 또 다른 취미가 있는지.
일하면서 혼자 하는 것을 많이 하게 됐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약속을 잡기가 어려워졌다. 남들 쉴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일한다. 쉬는 날이 갑자기 찾아온다. 평일 낮 시간대가 많다. 혼자 영화 보러 가거나 운전하는 것도 좋아한다. 드라이브를 즐긴다.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이 찾아왔다. 직업 특성상 명절 연휴 때 제대로 쉬지 못할 것 같다.
할머니를 모시고 살아서 친척들이 집으로 온다. 명절은 집에 있어도 일하는 날이다. 전도 부치고, 이것저것 나르고 할 게 되게 많다. 그래서 연습이 있으면 오히려 더 좋을 때도 있다(웃음). 올해도 명절날 오후에는 연습실에서 팀원들과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울산 동천 체육관에서 현대모비스 홈 경기가 있다.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새해 소망이 있다면.
현대모비스의 우승이다. 초반에는 절대강자였는데 요새 부상자도 많아지고 조금 지친 것 같다. 기나긴 레이스의 끝자락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면 좋겠다. 또 함께 호흡하는 팀원들이 다치지 않고 끝까지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다치면 자기 자신이 제일 슬프다.

-치어리더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더 많은 종목에서 치어리더가 생기길 바란다. 팀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더 많은 종목을 경험하고 싶다. 경기장 뛰는 일 말고도 치어리더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유명해지면 좋다. 하지만 막 유명해지는 것보다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진=팽현준 기자 sports@stoo.com

[스포츠투데이 황덕연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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