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택배 속 구김종이..뽁뽁이보다 비싸지만 환경 생각했죠"

2019. 2. 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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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뽁뽁이 비닐' 안쓰고 종이포장·충전재로 바꾼 아모레퍼시픽
바닥까지 쓰는 로션 등 화장품 용기도 친환경 디자인으로
아모레퍼시픽이 온라인몰에서 구매한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친환경 종이 충전재 모습. 벌집을 연상케 하는 완충재 지아미로 제품을 감싸고`12` 남는 부분은 파피용을 구겨 넣어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인터넷 쇼핑에서는 펜을 하나 주문해도 펜의 몇 배 크기 상자와 펜을 포장한 '뽁뽁이'(비닐 에어캡)가 따라온다. 펜을 끄집어내면 나머지는 모두 휴지통행이다.

요즘 아모레퍼시픽몰은 상품 배송 상자 안에 뽁뽁이 대신 누런 종이 뭉치를 넣는다.

평범한 종이처럼 보이지만 적지 않은 노고의 결과물이다.

지난 21일 경기도 오산 아모레퍼시픽 뷰티사업장 물류센터의 자동 포장 기기와 작업자들 사이로 쌓여 있던 '구겨진' 이 종이는 친환경 종이 완충재 '지아미(geami)'와 '파피용(papillon)'이다.

홈이 파여 벌집을 연상케 하는 모양의 지아미로 제품을 돌돌 말면 풍성한 몸집에 제법 선물 포장 같은 형태가 된다. 이를 상자 속에 넣은 후 남는 공간은 파피용을 구겨 넣으면 웬만한 외부 충격은 견뎌낸다는 설명이다.

지아미와 파피용이 탄생하기까지 수개월의 연구와 시험이 필요했다. 가격도 비닐 에어캡보다 2∼3배가량 비싸고, 포장 작업에도 더 긴 시간이 요구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종이 충전재 도입 방안을 연구해 연말부터 단계적으로 이를 적용했지만, 이 과정에서 몇 달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유럽 등 해외 사례에서 일부 단서를 얻었지만, 국내에서 대량 납품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도입 후에도 일부 공급의 문제가 따랐다.

21일 경기도 오산 아모레퍼시픽 뷰티사업장에서 만난 주소연 디지털물류팀 부장이 상품 배송 충전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 디지털물류팀의 주소연 부장은 "유통 면에서 보자면 뽁뽁이만큼 싸고 편하고 완충효과가 좋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때문에 종이 포장재를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대 포장과 비닐 사용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어 기업 차원에서 선제 대응도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국내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였다.

예상대로 초창기에는 일부 고객으로부터 '쓰레기를 같이 보냈다'는 항의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분위기가 반전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근 들어 온라인몰과 커뮤니티에서 새 포장재에 대한 호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몰은 더 나아가 상자의 표면에 붙이는 테이프도 비닐이 아닌 종이 재질로 바꾸었다.

포장 상자도 슬림화해 최소 크기가 기존에는 4.8ℓ였지만 지금은 어른 손바닥만 한 0.9ℓ(가로 15㎝·세로 10㎝·높이 6㎝)이다. 한때 핫핑크 코팅지를 입혔던 컬러 박스도 더는 사용하지 않는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렇게 해서 물류 과정에서 포장 비닐 사용량을 이전의 30% 수준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94t에 달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을 배송받은 후 비닐 포장과 종이박스를 분리할 필요 없이 한꺼번에 폐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모레퍼시픽 배송 상품 포장 과정. 오른쪽 아래 사진은 충전재로 쓰이는 지류 '지아미'와 '파피용'을 펴놓은 모습.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은 이어 화장품 용기도 '환경친화적으로' 바꾸었다.

화장품은 용기가 마음에 들어 구매하는 고객이 적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의 잣대 하나만을 들이댈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미적 기준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용기 디자인을 바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쉽도록 용기를 투명하게 바꾸고 수축 필름을 두른다거나, 바디로션을 바닥까지 쓰기 쉽도록 설계한 '이중 구조' 용기, 상자 속 화장품을 받쳐주는 선대(지지대)를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바꾸는 식으로 답을 찾았다.

아이오페 브랜드의 '슈퍼 바이탈 크림'은 용기를 '바닥이 뚫린' 구조로 바꿈으로써, 투입되는 플라스틱 중량을 기존 용기 대비 약 27%(50㎖ 용기 기준) 줄였다.

일리윤 '세라마이드 아토로션' 등에는 '에어리스 펌프' 방식을 적용해 일반적인 방식으로 다 사용했을 때 바닥에 남아있는 로션 양을 5% 이내로 줄였다. 굳이 용기를 엎어놓거나 뚜껑을 열지 않아도 쉽게 쓸 수 있고, 재활용도 쉽게 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와 함께 2018년 신제품 기준으로 총 500여개 제품의 단상자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종이에 주어지는 'FSC 인증'을 받은 종이를 썼다. 특히 친환경 브랜드 프리메라에는 지난해 출시한 모든 제품에 FSC 인증 종이를 사용했다.

21일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세계 본사에서 만난 유민호 포장재연구팀장이 친환경 포장재에 대해 설명 설명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유민호 포장재연구팀장은 "설계·개발이 쉽지는 않지만, 제품 보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심미 효과를 극대화하고, 친환경 요소를 반영한 용기를 꾸준히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룹 차원에서 '2020 지속가능경영 목표'를 수립하고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 촉진 ▲함께 하는 성장 구현 ▲순환경제 기여를 3대 지향점으로 발표했다. 또 40% 이상의 신제품에서 환경·사회 친화적 속성을 한 가지 이상 구현하겠다고 제시했다.

다만 쉬운 일은 아니다. 머리로는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손은 당장 더 예쁘고 화려한 제품으로 가는 것도 현실이므로, 무조건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명화 지속가능경영팀 부장은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고 기업의 책무도 다할 수 있는 사례를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그 만족 지점을 찾는 게 숙제"라면서 "고객들 반응이 이미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아이오페 슈퍼 바이탈 크림(왼쪽)과 일리윤 세라마이드 아토로션. [아모레퍼시픽 제공]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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