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경제 보기]개미를 노리는 늑대들..'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마약과 여자에 빠진 증권맨들 실상 조명..파국으로 끝나
고객 안중에 없는 유사투자자문업자들 연켜.."주의 또 주의"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영화를 좋아하는 경제지 기자입니다. 평론가나 학자보다는 식견이 짧지만 ‘가성비’ 좋은 하이브리드 글을 쓰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영화 속 경제 이야기를 제멋대로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글 특성상 줄거리와 결말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더 울프’는 ‘갱스 오브 뉴욕’(2003년) ‘에비에이터’(2005년), ‘디파티드’(2006년), ‘셔텨 아일랜드’(2010년)까지 수차례 호흡을 맞췄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다시 만나 2014년 개봉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월가의 늑대’로 불렸던 조던 벨포트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로스차일드 증권회사에 주식 중개인으로 들어간 그는 뉴욕 증시가 대폭락한 1987년 ‘블랙 먼데이’ 사태로 실직 상태가 됩니다. 일자리를 찾아가다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페니 주식(가치가 높지 않은 장외 주식) 매매를 알선하는 소규모 투자자문사에서 일하게 됩니다.
주식이 오르든 말든 상관없이 단순히 중개하기만 하면 짭짤한 수수료가 들어온다는 사실에 착안한 그는 친구들과 투자자문사 스트래튼 오크몬드를 차립니다. 자산가들에게 블루칩(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량주)에 페니 주식을 끼워 파는 방법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급기야 대규모 차명 주식을 가진 회사의 기업공개(IPO)까지 성사시킵니다. 영화 속 내레이션에서 그는 “4900만달러를 벌었다”고 회고합니다. 지금 환율로 계산해도 560억원 수준인데 그의 활동시기가 1990년대 초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가 벌어들인 부가 어느 규모였는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조화가 재미를 주지만 영화는 사실상 디카프리오의 ‘독무대’입니다. 수려한 언변으로 투자자들을 사로잡는가 하면 마약에 취해 방황하는 모습이나 엽기적인 베드신 연기도 서슴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레버넌트’보다도 인상적이었습니다(디카프리오가 벨포트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2014년에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가 트로피를 거머쥐었습니다).

부자를 동경하며 증권가에 입성해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조던 벨포트의 롤러코스터 같은 삶에 영화는 큰 화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고객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봤던 과거 증권가의 비뚤어진 의식과 행태에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영화 속 디카프리오 선배 브로커를 보면 그들에게 고객 수익은 안중에 없습니다. “고객이 돈을 벌면 안된다. 그들의 돈이 우리 주머니로 들어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무슨 말일까요. 그는 “주가가 두배 올랐다고 고객이 현금을 쥐도록 두면 안된다. 수익을 재투자하도록 유도해 그들이 실현 안 된 서류상 수익에 좋아할 때 우리는 거래 수수료를 현찰로 챙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벨포트 일당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수를 유도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걱정거리인 유사투자자문 업체들의 장외주식 매매 중개를 떠올리게 합니다. 상장 가능성이 높지 않거나 실제 기업가치가 불확실한데도 대박 종목이라며 추천하는 속칭 전문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청담동 주식부자로 유명세를 치렀다가 구속된 이희진 같은 사례도 많죠. 이들은 벨포트처럼 실제 주가가 오를지 말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 주식을 비싸게 팔아 이득을 거둘지가 현안입니다.

금감원은 올해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감독과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적극적인 규제를 통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일단 피해를 입고 나면 물질은 물론 정신상 타격 또한 극심합니다.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대박 기회를 잡아봐’라는 달콤한 유혹이 온다면 흔들리지 않고 우선 냉정하게 판단하는 자세를 지켜야 하겠습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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