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옥 '마약왕'부터 '극한직업'까지, 잭팟은 터진다 [인터뷰]

한예지 기자 2019. 1. 29. 20:1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우 이중옥 인터뷰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소름 끼치게 오싹하다가, 살벌하고 야비하다가, 능청스럽고 수다스럽기까지. 배우 이중옥이 연기한 다양한 캐릭터들은 비중과 배역에 상관없이 펄떡이는 생동감으로 대중의 뇌리에 박힌다. 19년 연기 내공으로 '잭팟'을 터뜨릴 준비를 모두 마친 이중옥이다.

최근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유독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 인물이 있다. 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에서 폐차장 주인으로 등장해 섬뜩한 빙의 연기를 펼친 극 중 두 번째 부마자. 영화 '마약왕'에서 단발머리에 살기 어린 모습으로 등장해 이두삼(송강호)에 소변을 갈기며 비릿하게 웃는 조직폭력배. 현재 무시무시한 속도로 흥행 중인 영화 '극한직업'에서 마약 판매책 역할로 등장해 극의 오프닝을 유쾌하게 열어젖힌 배우 이중옥이다.

대중에겐 신선하고 매력적인 배우의 등장이겠지만, 알고 보면 지난 2000년부터 대구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한 이중옥은 현재 극단 차이무 소속으로 연기 경력 19년 차의 베테랑 배우다. 그는 연극 일을 하는 가족의 영향을 받아 배우가 됐고, 그의 작은 아버지는 세계적인 감독인 이창동 감독이다. 하지만 가족의 후광을 받아 연기해본 적은 없다. 지금에야 조연이라도 강렬하게 각인되는 인물들을 연기하지만, 이전엔 숱한 단역들을 연기했던 그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무술 고수인 땅콩 무사로 등장하거나,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선 초반 1~2분 등장했다. 천만 영화 '부산행'에선 마지막 열차 칸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무리 속의 한 명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사진=영화 마약왕, 극한직업 스틸


"공연이 없을 땐 집에서 있기도 심란하고 생계도 이어야 하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프로필을 돌렸다"는 이중옥은 "각인이 되려고 센 역할들을 많이 골랐던 것 같다. 오디션도 많이 떨어졌지만, 안경을 벗고 볼 때는 강한 인상이 플러스돼 배역이 들어오더라"고 너스레였다. 그는 묵묵히 무명에 가까운 오랜 단역 시절을 거쳐, 비로소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마약왕'을 만나게 됐다.

당시도 6개월가량 일이 없었고 여기저기 프로필을 돌렸지만 연락이 없었다. 그러다 한 달 지나 오디션을 보러 오란 연락을 받았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마약왕'은 배우 이중옥의 발견과 더불어 그의 진가를 엿보게 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민호 감독은 이중옥을 보며 "눈에 '똘끼'가 있다"고 했단다. 그리고 애초 정해진 배역이 아닌 성강파 조직 2인자 윤강식 역할을 맡겼다. 작은 체구의 그가 살벌한 조직원의 모습을 보일 때 더 무서워 보일 것 같단 감독의 판단은 옳았다.

그는 거구의 덩치들을 옆에 끼고 있어도 오히려 그들을 압도하며 지배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말 한마디 없이 상황을 지켜보다 송강호의 귀를 단숨에 칼로 베고, 밥통에 소변을 갈긴 뒤 양주를 섞어 마시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하며 히죽거리는 낯설고 거북한 모습은 잊으래야 잊을 수 없었다. 송강호는 이중옥에 "네 역할은 웃음이 언어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고, 그 도움을 받아 '낄낄낄 웃는다'는 설정을 입체적으로 살려냈던 그였다. 이중옥은 이에 대해 "반복적으로 미소를 띠고 있으면 일반적인 깡패의 모습과는 다른 면이 보일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극 말미 검찰로 호송되는 신에서도 비릿한 웃음을 짓는 그의 모습은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악인의 모습으로 더욱 생생한 공포심과 거부감을 자아냈다.

배우 이중옥 인터뷰 / 사진=팽현준 기자


배우 이중옥 인터뷰 / 사진=팽현준 기자


이밖에도 이중옥은 저처럼 작은 체구의 깡패가 어떻게 살아남아 조직의 행동대장 자리에 올랐을까를 고민했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이는 단순히 배우로서의 욕심이 아니었다. 그는 "제 역할만 생각하면 안 된다. 작품 전체를 봐야 한다. 내 역할이 왜 등장했을까, 왜 필요한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다. 그렇다면 이를 관통하는 흐름과 역할이 끼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랜 극단 생활과 더불어 연출자로서도 숱하게 무대를 올려본 그였기에 작품과 역할을 대하는 시선과 자세가 남다른 것일 테다.

실제 극 초반 그가 보잘것없는 하급 밀수꾼 송강호에 욕을 하는 신, 상황이 역전돼 송강호가 모욕감을 주기 위해 그의 따귀를 가볍게 때리는 신 등은 각각 송강호 이중옥 두 배우의 애드리브로 탄생된 신이었다. 이중옥은 이처럼 제게 주어진 배역을 위해 치밀하게 고민하고 제 것으로 만들어냈다. 작은 배역이라도 꽉 찬 압도감을 주는 건 그가 이뤄낸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우상인 송강호와 함께 연기할 수 있어 꿈만 같았다며 소년처럼 눈을 빛내는 그의 순수한 모습이 사뭇 미소를 자아낸다. 배우 이성민 또한 그의 멘토와도 같다. 그로부터 배우로서의 태도나 연극에 임하는 자세를 많이 배웠다고. 이들 모두 극단 차이무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중옥은 차이무에 대한 애정 어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워낙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계시지 않나. 그래서 어딜 가든 극단이 어디냐 물으면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차이무라고 말한다"며 뿌듯해했다. 이전까지 그는 디테일을 염두하지 않고 쉽게 연기를 했지만, 차이무에 들어가며 연기에 대한 개념 자체를 다시 세우게 됐다고. 이같은 기본기를 갖춘 덕분에 어떤 배역을 맡아도 밀도 높은 연기로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일 테다.

배우 이중옥 인터뷰 / 사진=팽현준 기자


배우 이중옥 인터뷰 / 사진=팽현준 기자


'마약왕'을 계기로 그는 현재의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게 됐고, '극한직업'에도 출연하게 됐다. 최근 아내와 함께 극장에서 '극한직업'을 보고 나왔는데 저를 알아보는 관객이 있었다. 이를 아직은 낯설다며 쑥스러워하면서도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한 그였다.

어릴 때 병치레를 해서 체구도 더 자라지 못했고, 무시를 당하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독한 마음을 갖고 악에 받쳐 연극을 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독기의 악한 면이 사라졌단 그였다. 오히려 지금의 그는 배우로서의 자신, 외형과 연기 스타일을 잘 알고 있고 이를 장점으로 소화할 수 있는 여유와 능력을 갖춘 배우로 도약했다.

"배우로서 과연 무엇을 해야 대중 앞에 설 수 있나. 스스로 이런 개념이 확립되어야만, 관객에 진정성을 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배우로서의 '말'이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이 메시지를 확실히 담아내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분명한 연기 철학을 드러냈다. 매 순간, 매 작품 치열하고 집요하게 연기를 갈망하고 고민하는 그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 한, 배우로서 그가 '잭팟'을 터뜨릴 날이 머지않았다.

배우 이중옥 인터뷰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Copyright © 스포츠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