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자동차가 잔잔한 물결 위에 돌을 던졌다.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 두 차가 거의 독점하던 국내 준중형 SUV 시장에 코란도가 8년 만에 신차로 돌아왔다. 지난 2월 끝자락에 등장해 아직 성과는 알 수 없으나, 지루하던 준중형 SUV 선택지가 늘어나 한결 다채롭다. 어떤 차가 가장 잘났을까? 직접 모아 시승하기 전 숫자로 먼저 살펴봤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각 제조사

긴 스포티지, 높은 투싼, 넓은 코란도
어차피 ‘도토리 키 재기’지만, 세 차가 사이좋게 하나씩 1위를 차지했다. 길이는 4,485㎜ 스포티지가 가장 길고, 높이는 1,645㎜(루프랙 제외) 투싼이, 너비는 1,870㎜ 코란도가 앞선다. 차 크기를 대표하는 길이로만 보면 스포티지가 가장 큰 셈. 4,485㎜ 스포티지가 4,480㎜ 투싼보다 5㎜ 길고 4,450㎜ 코란도보다는 35㎜ 더 길다.

그렇다면 실내 공간은 어떨까? 일단 자료에 따르면 코란도가 가장 넓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쌍용차에 코란도 실내 수치를 문의했으나 “민감한 문제”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단지 “1열과 2열 사이 공간이 동급 차종 중 가장 넉넉하다”고 얘기해 실내 공간은 코란도가 넓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실제 실내 공간에 영향을 끼치는 휠베이스 역시 코란도가 2,675㎜로 2,670㎜인 투싼이나 스포티지보다 조금 길다. 참고로 투싼과 스포티지 뒷좌석 다리 공간은 두 차 모두 970㎜다.

트렁크 공간도 코란도 승리다. 2열까지 시트를 모두 폈을 때 트렁크 용량 551L로 513L 투싼, 503L 스포티지보다 넓다. 뒷좌석은 세 차 모두 60:40으로 나뉘어 접을 수 있다.

쌍용차가 자세한 수치 공개를 거부해 조금 찜찜하지만, 전체 길이가 가장 짧은 코란도가 의외로 뒷좌석 공간과 트렁크 공간만큼은 가장 넓었다. 반대로 가장 길었던 스포티지는 이상하게도 트렁크가 가장 좁다.

죄다 같은 136마력...마력당 무게비는?
세 차 모두 1.6L 디젤 엔진을 얹는다. 최고출력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136마력. 그러나 무게는 다르다. 18인치 휠, 사륜구동 모델 기준 투싼과 스포티지가 각각 1,665㎏, 1,655㎏이지만, 코란도는 1,640㎏이다. 따라서 1마력당 견뎌야 하는 무게는 코란도가 12.05㎏, 투싼 12.24㎏, 스포티지 12.16㎏이다. 코란도가 가장 가뿐하다.

신차는 신차인가 보다. 최대토크도 코란도가 우위다. 최대토크 33㎏·m로 32.6㎏·m인 투싼과 스포티지를 0.4㎏·m 차이로 앞선다. 더욱이 최대토크 구간이 1,500rpm부터 2,500rpm까지 이어져 2,000~2,250rpm까지 잠깐 나오는 경쟁 차보다 훨씬 넓다.
그러나 실제 성능은 다를 수 있다. 제원에는 엔진 힘이 바퀴로 이동하며 생기는 손실이 없기 때문. 투싼과 스포티지가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쓰고 코란도는 6단 일반 자동 변속기를(토크컨버터 방식)를 쓰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동력 손실이 적은 편이다.

연간 유류비 차이, 8만 원
승승장구하던 코란도가 고개를 숙였다. 18인치 휠 사륜구동 모델 기준 공인 복합 연비는 투싼, 스포티지가 14.1㎞/L, 코란도가 13.3㎞/L다. 차이는 L당 0.8㎞. 얼마나 차이 나는지 감이 오지 않아, 연간 예상 유류비를 계산했다.

연간 1만5,000㎞를 달린다고 가정하고 3월 5일 전국 평균 경유 가격(한국석유공사 기준) 1,250.28원을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연간 예상 유류비는 코란도 141만90원, 투싼과 스포티지는 133만85원이 들었다. 실제 주행에서 공인 연비만큼 효율이 나온다면 코란도가 연간 8만 원씩 더 쓰는 셈이다.
빠짐없는 첨단 장비
세 차종 모두 첨단 운전자 보조장치는 가득하다. 설정한 속도로 앞차와 간격을 조정하며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함께, 운전대를 조정해 차선 중앙으로 달리는 기능을 넣었다. 내비게이션 정보를 반영하는 기능도 빠짐없다. 잠깐이나마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래도 코란도가 최신 신차인 만큼 조금 더 푸짐하다. 크루즈 컨트롤 장치엔 차선이 없어도 앞차를 따라갈 수 있는 기능을 넣었고, 앞차 출발 알림, 후진 중 차가 달려오면 경고와 함께 제동하는 기능, 주차 후 내릴 때 뒤에서 차가 오면 경고하는 기능 등을 품는다.
가격은?
가격은 1.6L 디젤 자동변속기 모델 기준 코란도 2,406만~2,813만 원, 투싼 2,381만~2,798만 원, 스포티지 2.366만~2,999만 원이다. 가격표 구성이 달라 자세한 비교는 어려우나, 기본 모델은 코란도가 가장 비쌌다. 대신 수동변속기를 마련해 시작 가격을 2,216만 원으로 낮췄다.


최고 사양은 조금 다르다. 모든 선택 품목을 더한 ‘풀옵션’ 값은 코란도 3,483만 원, 투싼 3,609만 원, 스포티지 3,528만 원이다. 코란도가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9인치 센터패시아 모니터 등을 품었음에도 값이 저렴했다. 다만, 투싼과 스포티지에 있는 큼직한 파노라마 선루프, 진폭감응형 댐퍼, 주차 시 차를 위에서 보는듯한 서라운드 뷰(투싼만 해당) 등이 코란도엔 없어 사실상 차이는 크진 않다.

한편, 최근 출시한 코란도와 달리 투싼과 스포티지는 파워트레인이 다양하다. 투싼은 1.6 디젤 외에 2.0L 디젤과 1.6L 가솔린 터보 엔진, 스포티지는 2.0L 디젤과 2.0L 가솔린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 코란도도 지금은 1.6L 디젤 엔진밖에 없으나, 하반기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추가하는 등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늘려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