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아우토반, 속도제한 고속도로로 변하나?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생의 로망인 아우토반 질주를 꿈꾼다. 그러나 최근 독일에서 아우토반의 속도제한을 놓고 ‘찬성파’와 ‘반대파’의 주장이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아우토반의 역사

아우토반(Autobahn, 자동차길)이라는 이름은 독일의 고속도로를 칭한다. 그러나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모든 도로가 아우토반이며, 고속도로의 정식명칭은 ‘라이히스아우토반(Reichsautobahn, 바이마르 제국의 상류층 자동차 전용도로)’과 ‘분데스아우토반(Bundesautobahnen)’이다.

많은 이들이 아우토반을 세계대전 일으킨 히틀러의 작품으로 알고 있지만, 주역은 따로 있다. 1929년 하노버 기술대학 교수 로버트 옥첸(Robert Otzen)은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도로에 대한 계획을 추진했고, 1932년 콘나드 아테나워(Konrad Adenauer, 독일 연방공화국 장관, 퀄른 시장)가 ‘a555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구체화했다. 아우토반의 시작이었다.

이후 나치 정권이 들어서며 히틀러가 공약을 내걸었다. 민심을 얻고자 일반 시민을 위한 자동차를 보급하고, 편하고 빠른 이동을 위해 아우토반 프로젝트에 속도를 붙였다. 당시 아우토반 건설을 위해 25만 명의 대규모 노동자가 강제로 참여했다. 불과 6년 만에 3,000㎞에 이르는 고속도로망을 확충했다. 사실 히틀러는 이 도로를 전쟁의 수단으로 삼을 목적이었지만.

아우토반은 현재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 나라를 연결하고 있다. 독일에서만 1만3,009㎞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고속도로다. 1974년, 몇몇 구간에 대해 속도제한을 풀면서 약 40여 년간 자동차 강대국에 걸맞은 ‘자유의 상징’으로 통해왔다.

현재 아우토반은 총 138개 구간으로 나누며, 이 중 속도 무제한으로 달릴 수 있는 코스는 1/3에 못 미친다. 이마저도 시시각각 변한다. IT 기반 교통통제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하이웨이 시스템’ 때문이다. LED 전광판을 통해 교통흐름에 맞춰 속도 무제한 구간으로 설정하거나, 날씨 등 주변환경에 대한 안전을 고려해 속도제한 구간으로 변경한다.

이처럼 현재 아우토반은 ‘지능형 고속도로’로 변하고 있다. 지멘스(Siemens)와 정부협력으로, 전기트럭이 충전하며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에 대한 시범운행도 준비 중이다. 또한, 비가와도 특수재질을 함유한 아스팔트 덕분에 분무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등 안전한 고속도로로도 발전해가고 있다.

속도제한의 두 가지 이유

그렇다면 아우토반의 속도를 묶으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크게 2가지로 추릴 수 있다. 첫 번째는 안전에 대한 이유다. 가령, 자동차는 빠르게 달릴수록 사고 위험률이 올라간다. 사고 이후 발생하는 재산피해, 처리비용 등도 훨씬 높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독일의 교통사고 사망자 3,265명 중, 고속도로 사망자는 10%인 320명에 불과했다. 오히려 일반도로 사망자보다 12% 낮다. 또한, 연방고속도로 연구소의 속도제어평가에 따르면, 시속 130㎞에서 발생한 사고가 20%인 반면 시속 100㎞에서는 37%로 올라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제한하려는 이유는 단 한 사람의 목숨도 중요하게 여기고, 안전에 대해 철저히 보장받아야 한다는 생명윤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환경적인 이유다. 환경협회는 과속운행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등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배출가스가 더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연료 소비량과 배출가스가 자동차 속도와 비례한다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시속 130㎞로 속도를 제한하면, 연간 최대 200만 t(톤) 정도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현재 독일에선 두 번째 이유가 속도제한에 대한 근거로 힘이 실리고 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배출가스에 의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게 된 까닭이다.

그러나 국가교통연구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만 t의 이산화탄소 절감은 전체 배출량의 2%에 불과하다. 시속 120㎞로 속도를 제한해도, 300만 t 절감과 함께 전체 배출량의 3%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고속보다 저속에서 더 많은 배출가스와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며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속도제한에 대한 논쟁은 예전에도 있었다. 초창기 제한을 해제할 때부터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고, 독일연방공화국 시점인 1990년 후엔 단체도 생겨 지금까지 4차례 회의를 통해 찬반논쟁을 펼쳤다. 최근 아우토반 속도제한을 놓고 21시간의 긴 회의를 치렀지만, 속도무제한 해체와 시속 130→120㎞로 낮추자는 의견은 의회에 통과되지 못 했다.

독일 시민의 의견은 어떨까? 1990년대와 2000년대, 무제한 속도에 대한 설문 결과, 찬성의견이 70% 이상으로 높았다. 국가의 상징이자 자유의 상징이 대한 표현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3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찬성 48%, 반대 46%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과거와는 분명 대조적이다.

무제한 속도에 대한 찬성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속도 제한이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여러 가지 손해를 발생시킨다고 주장한다. 고속도로가 정체되는 이론인 ‘충격파 지체현상’(앞차가 속도 시속 5㎞를 줄이면, 맨 뒤차는 곱절로 속도(시속 25㎞)를 줄여야하는 등 대물림으로 정체가 발생한다는 이론)이 생겨, 도로에서 불필요하게 소비하는 연료, 운전자의 시간, 자동차 및 도로 유지비용 등의 총체적 손해로 국가 비용이 낭비된다고 말한다.

독일 자유의 상징인 속도무제한 아우토반을 두고 유지와 해제로 논쟁이 뜨겁고 계속되고 있다. 메르켈 총리와 교통장관은 무제한속도를 해제한다는 의견보다, 엔진 효율을 높여 배출가스를 줄이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또한, 보다 안전한 자동차 설계로 피해를 줄이는 방면을 모색하자고 말한다.

물론 사고피해율이 크고 단 한 사람의 안전도 중요하며, 환경문제에 대한 의견도 충분히 타당하기에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아우토반에서 무제한 속도를 체험한 운전자의 주행 만족감과 반대로, 교통체증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운전자에게 여러모로 피해를 준다는 건 분명하다.

글|사진 류선욱(자동차 칼럼니스트, <로드테스트> 독일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