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Nostalgia] '터치의 신' 데니스 베르캄프 – 157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Nostalgia, 과거에 대한 향수란 뜻이다.
지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많이 모여 있다. 그 원동력은 이전의 선수들이 우수한 플레이로 팬들을 매료시키며 EPL을 발전시켜 온 것에서 나온다. 이에 EPL Nostalgia에선 일주일에 한 명씩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선수들을 재조명해본다. [편집자주]
◇ '터치의 신' 데니스 베르캄프 - <157>
최근 아스널 FC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를 꼽자면 메수트 외질을 들 수 있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팀 내 최고 수준의 주급(약 5억 원)을 받는 외질을 중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팬들조차도 "팀이 탄력을 받으려면 감독이 그를 중용해야 된다"란 쪽과 "그를 중용하지 않는 것은 감독의 전술적 판단이며, 그 것이 옳다"란 쪽으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양쪽이지만, 모두 외질이 이전의 좋은 모습을 다시 보여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2016년 전반기 잠시 이 선수를 추억하게 했던 외질이 말년 역시 이 선수처럼 화려하게 마치기를 바라고 있다.
베르캄프는 1969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다. 베르캄프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축구 선수가 되는 꿈을 꿨다. 영국 언론 포포투UK에 따르면 베르캄프는 어린 시절 유려한 터치를 자랑하는 글렌 호들을 동경했다. 당시 그는 자신이 우승을 넘어 터치에 있어 1인자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베르캄프는 전 세계의 재능들이 모인다는 AFC 아약스 암스테르담에서도 손꼽히는 재능이었다. 당시 아약스 1군 감독이자 축구계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요한 크루이프에게도 인정받았다. 베르캄프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3회 득점왕, 1회 우승 등 빛나는 커리어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 투표에서 1992년 3위, 1993년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베르캄프는 아약스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만 들어올리지 못했는데 이는 그의 한으로 남게 됐다.
1993년 당시 네덜란드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스타였던 그에게 구애하는 클럽이 여럿이었다. 베르캄프에게는 많은 선택지가 있었지만 그는 세리에 A를 선호했다. 포포투UK에 "그 당시 세리에 A가 세계 최고의 리그였다. 그래서 선호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베르캄프의 이 선택은 최악으로 귀결됐다. 인테르 첫 시즌인 1993/94시즌 베르캄프는 48경기 18골에 그쳤다. 평범한 선수였다면 준수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에게 향하는 기대치를 고려해볼 때 성공이라 보기 어려웠다.
두 번째 시즌 들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미 베르캄프에 대해 파악한 수비수들은 그를 강하게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월드컵으로 인해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있던 그에게 치명타였다. 더불어 상대 선수들의 집중 견제가 이어지면서 베르캄프는 어려움을 겪었다. 커리어 내내 그를 괴롭힌 비행 공포증도 심해졌다. 유럽 대회에서 제 실력을 뽐내기 어려웠다. 언론의 비난 포화 역시 쏟아졌다.
베르캄프는 많은 악재 속에 시즌 모든 대회에서 26경기 4골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올렸다. 베르캄프 인생에서 최악이라 불릴만한 시기였다.
당시 인테르는 마시모 모라티 구단주가 부임하며 공격적인 영입을 하며 스쿼드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깊은 부진에 빠진 베르캄프는 입지가 약해졌다. 그 때 아스널이 그에게 접근했다. 아스널의 감독이던 브루스 리오치는 베르캄프를 강력히 설득했고 그는 영국 땅으로 이동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첫 시즌 41경기 16골로 적응기를 갖게 됐다.
1996/97시즌 중반 아스널은 새 감독을 맞이하게 된다. 이 프랑스인 신사는 베르캄프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자신을 아르센 벵거라고 소개했다. 벵거 부임 후 아스널은 기존의 모습에서 완전히 탈피하게 되는데 특히 벵거와 베르캄프의 만남은 전설을 만들어내게 됐다.
사실 시즌 전 베르캄프가 벵거 감독 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벵거 감독은 당시 스피드를 중시하는 축구를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스피드에 베르캄프가 적응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하지만 벵거는 베르캄프를 믿었고, 또 그가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게 해줬다. 벵거 감독은 베르캄프를 처진 스트라이커로 기용했다. 아약스와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그가 맹활약했던 그 자리였다. 동시에 팀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맡겼는데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아스널 커리어 초반 베르캄프의 파트너는 이안 라이트였다. 라이트가 좀 더 전방에서 득점을 위해 분투하면, 베르캄프가 이를 받쳤다. 베르캄프는 자신의 장기인 유려한 터치를 이용, 상대 수비수들의 압박을 무력화시키며 팀 동료들의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아스널이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벵거 감독의 지도력에 라이트, 베르캄프 투톱. 그리고 토니 아담스를 중심으로 한 철의 포백을 내세운 아스널은 1997/98시즌 2관왕에 오른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베르캄프는 1998/99시즌 고개를 숙였다. 1998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꿈꿨지만 실패한 뒤 실망감을 안고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베르캄프는 점차 폼을 되찾으며 활약했지만 시즌 말미 FA컵 4강전에서 페널티킥 실축을 했다. 이로 인해 아스널은 수적 우위에도 패배하게 됐고 베르캄프는 죄책감을 느끼는 동시에 이후 페널티킥을 차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베르캄프는 2001/02시즌 그간의 설움을 완전히 씻어내게 됐다. 베르캄프의 실력은 원숙함을 더해갔다. 또한 이 시즌부터 티에리 앙리가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아스널의 투톱은 어떤 팀에도 밀리지 않는 투톱이 됐다. 베르캄프와 앙리는 상대 골문을 그야말로 폭격했고 아스널은 다시 한 번 2관왕의 자리에 올랐다.
베르캄프와 아스널의 정점은 2003/04시즌이었다. 멤버부터 화려했다. 옌스 레만이 든든히 골문을 지켰고, 애쉴리 콜-콜로 투레-솔 캠벨-로렌으로 이어지는 포백은 견고했다. 패트릭 비에이라와 질베르투 실바가 이루는 중원은 견고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 팀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바로 공격진이었다. 이 시기 아스널은 좌측에 로베르 피레스, 우측에 프레드릭 륭베리를 뒀다. 그 위에 투톱으로 데니스 베르캄프와 티에리 앙리가 섰다.
하지만 역시 중심은 베르캄프였다. 상대 위험 지역에서 완벽한 터치로 베르캄프가 공을 잡으면 세 선수가 빈 공간을 찾아 질주하기 시작했다. 베르캄프가 정확한 패스를 내주고 세 선수중 한 명이 마무리했다. 이 패턴은 아스널의 주요 공격 득점 루트였는데 이를 통해 아스널은 2003/04시즌 무패 우승을 달성하게 됐다. 지지 않는 팀이라는 칭호까지 얻게 됐다.
하지만 베르캄프도 세월의 무게를 이길 수는 없었다. 점차 그의 역할도 줄어갔다. 그의 아스널 마지막 시즌인 2005/06시즌에 이르러서는 주로 교체 멤버로 활약하게 됐다. 베르캄프는 결국 시즌 후 은퇴를 발표하게 됐다.
딱 하나 베르캄프에게 아쉬웠던 것은 마지막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는 것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아약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쥐지 못했던 그다. 그에게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한이었다.
이 시즌 아스널은 젊은 선수들로 세대 교체를 하며 결승까지 다다르는데 성공했다. 베르캄프도 그 과정을 도우며 첫 우승에 대한 꿈을 꿨다. 하지만 아스널은 결승전에서 패배하며 좌절했고 베르캄프 역시 쓴 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아스널은 팀의 역사를 만들어 준 베르캄프를 초라하게 보낼 생각이 없었다. 아스널은 시즌 후 베르캄프의 은퇴 기념 경기를 계획한다. 베르캄프는 아스널의 새 구장인 에메레이츠 스타디움 개장 경기로 은퇴 경기를 치르게 됐다. 베르캄프는 경기장에 운집한 팬들의 박수 갈채를 받으며 성대한 은퇴식을 치렀다. 그의 빛나는 커리어가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EPL 최고의 순간
2001/02시즌 EPL 28라운드에서 뉴캐슬과 아스널이 맞붙었다. 전반 11분 피레스가 골문을 등지고 있는 베르캄프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베르캄프는 유려한 터치를 한 뒤 한 바퀴 도는 모습을 보이며 수비수 니코스 다비자스를 무력화시켰다. 이후 베르캄프는 침착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고 이로 인해 아스널은 2-0 승리를 거뒀다.
베르캄프의 이 골은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 골은 베르캄프, 아스널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EPL을 상징하는 골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플레이 스타일
처진 스트라이커의 교과서 격인 선수였다. 상대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 전방으로 쇄도하는 팀 동료를 살려주는 플레이는 일품이었다. 본인의 득점력 역시 뛰어나 수비수들의 골칫거리였다. 그의 볼 터치는 역대로 봐도 최고 수준이었는데 이를 통해 베르캄프는 자신에게 향하는 압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프로필
이름 – 데니스 베르캄프
국적 – 네덜란드
생년월일 - 1969년 5월 10일
신장 및 체중 - 183cm, 78kg
포지션 – 처진 스트라이커
국가대표 기록 – 79경기 37골
EPL 기록 – 315경기 87골
◇참고 영상 및 자료
프리미어리그 1995/95시즌~2005/06시즌 공식 리뷰 비디오
아스널 FC 1995/95시즌~2005/06시즌 공식 리뷰 비디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아스널 FC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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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AP, 이형주 기자(영국 런던/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아스널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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