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 콘서트 '논란의 개별퇴장', 꼭 그랬어야만 했을까 [하경헌 기자의 형광펜]
과거 엠넷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출범 당시 데뷔조로 뽑힌 우승자들이 한시적으로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한다는 방침을 놓고 ‘계약직 걸그룹 선발’이 씁쓸하다는 기고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이 기획에 대해 101명 꿈 많은 출연자들이 서로 경쟁에 내몰리고 거기에 우승을 한다해도 한시적인 활동만 할 뿐 후일을 기약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방송사에만 유리한 게 아닌지 우려를 표했었다.
사정은 예상보다는 출연자들에게는 훨씬 나았다. 비록 한시적인 활동일지라도 아이오아이(I.O.I)나 워너원(Wanna One)은 세계적인 입지를 확보했고 비록 떨어졌더라도 나름의 인기를 얻은 연습생들은 다른 파생그룹으로 인기를 얻었다. 프로그램에 한 번 출연했다는 것이 크나큰 경력이 돼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대한민국 방송계와 가요계의 스타발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들 우승자들이 계약직 그룹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 ‘계약직’이라는 단어에 가혹하다. 얼마 전 두 번째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이 마지막 콘서트를 한 순간 그 현실이 너무나 명확하게 다시 각인됐다. 혹자는 손에 땀을 쥐었다고 하지만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선발된 팀이 팬들과 이별을 고하는 방식도 가장 잔혹했다.
24일부터 4일 동안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마지막 콘서트 <2019 워너원 콘서트 [데어포어(Therefore)]>는 1년6개월 워너원의 활동 대미를 장식하는 의미있는 공연이었다. 4일 동안 무려 8만이 넘는 관객들이 찾아와 워너원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이별에 가슴 아파했다. 하지만 이 콘서트를 기획한 CJ ENM 측은 마지막 공연의 마지막에서 팬들의 기억 속에 어쩌면 트라우마로 남을 범상치 않은 방식을 택했다.
이들의 히트곡 ‘뷰티풀(Beautiful)’이 불리고 난 후 워너원 선발당시 순위의 역순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개별적으로 퇴장하게 한 것이다. 4일 동안 콘서트를 하며 눈물을 흘렸던 멤버들에게는 어려운 이별 방식이었다. 당시 멤버들은 하나하나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흘렸고, 이를 지켜보는 다른 멤버 역시 관객석을 보지 못한 채 일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모습이었다. <프로듀스 101> 1위로 워너원이 된 강다니엘은 모든 멤버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다 지켜봐야 했으며, 마지막에는 무대에 홀로 남았다.

이후 워너원의 팬덤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콘서트의 연출방식을 비판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11명이 모두 손을 잡고 웃으며 안녕을 고해도 팬들의 가슴 속에는 깊은 멍이 들 것인데 아끼던 멤버들의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그것도 11명을 순서대로 보게 한 방식이 과연 옳았을까 하는 공통적인 의문이 든 것이다. 특히나 이들의 팬들은 연령대가 다채롭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팬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콘서트 중 가수의 울먹거림에도 실신 사태가 종종 있는 콘서트에서 이러한 연출방식이 어떤 결과를 낳았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
일각에는 “이러한 충격적인 해산 방식이 향후 멤버들의 개별활동을 받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다. 콘서트 제작사는 결국 팀을 조율하는 주체가 ‘국민 프로듀서’ 즉 팬과 대중이 아닌 소속사, 기획사임을 내보인 셈이다. 소속사는 1년6개월을 활동하는 워너원의 특수한 상황을 이용해 다수의 행사와 공연으로 일정을 채웠으며, 결국 이러한 과부하는 지난해 방송사고 논란 중에 드러났듯 휴식과 일정상 자유의 부족으로 멤버들을 속박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지난해 출범한 걸그룹 아이즈원(IZ*ONE)이 활동을 시작했고, 올해 다시 남자 그룹 서바이벌로 새 그룹을 론칭한다. 이들의 마지막도 결국 이렇게 충격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워너원의 마지막에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결국 충격은 팬들의 원한으로 이어지고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리즈를 유지하는 동력이 된다. 워너원의 퇴장을 따르는 팬들의 통곡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쇼 비즈니스의 비정함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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