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 해야 하나..알람이 뜬 순간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사회 초년생인 박소영씨(28)는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지난 1월1일, 새해 인사로 피곤했던 기억 때문이다.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주변 어른들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황금돼지 사진을 달랑 보낸 것. "그냥 답장하지 않거나, 똑같은 사진을 보낼까 생각도 했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았어요." 소영씨는 일일이 이름과 에피소드를 넣어 장문의 새해인사를 했다. 그리고 1월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거의 답장을 받지 못했다.
손가락으로 1초 만에 설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국내 카카오톡 사용자가 4000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모바일로 명절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연령을 불문하고 문자메시지, 연하장, 전화통화보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인사를 선호하는 추세다. '카톡 인사'는 비용과 시간이 거의 들지 않는 데다 공간적 제약도 없어 편리하다.
이런 편리한 인사가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기도 하다. 별다른 말도 없이 정체불명의 이미지만 달랑 보내는 사람들 때문이다.
◇황금돼지·복주머니 사진 '툭'…"굳이 보낼 필요 있나"

이들이 보낸 사진에는 황금돼지, 복주머니, 일출 모습과 함께 궁서체로 '부자 되세요', '복 배달 왔어요', '행복 열차'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또는 절하는 이모티콘이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문구만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에 직장인 김모씨(29)는 "평소 연락을 하지도 않고 지내던 사람이 사진만 보낼 경우 성의 없게 느껴진다"며 "서로 불편만 가중된다면 굳이 보낼 필요가 없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12월 성인 남녀 7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응답자의 23.9%가 '복사해서 붙이는 스팸 같은 인사가 가장 싫다'고 밝혔다.
◇"답장 해야 하나?…알람이 뜬 순간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문제는 인사를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스팸 같은 인사에도 답장을 해야 할지, 한다면 어느 정도 분량으로 답할지 고민하게 된다.
특히 직장 상사, 교수, 대학 선배, 거래처 등 격식을 갖춰야 하는 사이인 경우 고민은 더 심해진다. '읽씹'(메신저를 읽고 답장하지 않는 것)을 하거나 똑같이 이모티콘을 달랑 보내기는 쉽지 않아서다. '세대 갈등'을 격화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씨(26)는 "알람이 뜬 순간부터 언제 확인해야 할지, 답장을 해야 할지 고민이 시작된다"며 "그래도 보낸 사람을 배려해 나름 신경을 써서 답장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도 친하지 않은 누군가에게 예의상 설 인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박모씨(40)는 "교류가 없던 대학 선배가 몇 년 전 처음 모바일로 인사를 보냈을 때는 감사한 마음으로 답장을 했다"면서도 "하지만 제대로 된 답장도 없이, 명절 때마다 비슷한 이미지만 보내 이제 답장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분량이 짧고 간단한 사진일지라도, 명절 인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새해나 명절 때마다 이미지와 함께 짧은 인사말을 보낸다는 직장인 A씨는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어 "물론 한 명 한 명 정성 들여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하는 게 더 낫다"면서도 "그러기엔 여건이 안 되고, 안부를 묻고 싶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미 없는 인사, 안 하는 게 낫다…개인적 이야기 들어가면 좋아"

전문가들은 "의미 없는 인사를 할 거면 보내지 않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누구나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고, 남들과 다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본능이 있다"며 "남들과 똑같은 설 인사를 받으면 '내가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이고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 상처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또 답장을 고민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쿨해져도 된다"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그냥 답장을 하지 않거나, 적당히 한 줄 보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과 똑같은 설 인사보다 상대방 이름과 함께 개인적 이야기가 들어간 인사를 보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디자이너로 일하는 B씨는 태블릿 PC로 직접 그린 연하장에 이름과 문구를 넣어 친한 사람들에게만 설 인사를 하고 있다. 그가 보내는 '카톡 연하장'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그는 "모바일 메신저로도 충분히 진심 어린 인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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