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만화로 본 세상]

2019. 5. 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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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누구나 병에 걸릴 수도, 또 누구나 회복할 수도

처음부터 환자였던 사람도, 마지막까지 환자인 사람도 없다. 사회 구성원으로 지내다 병을 얻었고, 투병 이후엔 다시 사회로 복귀한다.

이라하 작가의 만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한 장면 / 저스툰

서점마다 우울증에 관련한 책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놓여 있는데도, 정신병(원)에 대한 무지와 혐오는 여전히 뿌리가 깊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도 ‘너 정신병자냐’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고, 뉴스에서도 ‘정신병자를 가둬야 한다’는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두 번째 시즌을 마무리한 웹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아침이 와요〉)는 정신병(원)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만화다. 정신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정시나가 〈아침이 와요〉의 주요 화자다. 시나는 일에서 자주 실수하며 동료들에게 책망받지만, 한편으로는 환자 한 명 한 명을 지극정성으로 대하면서 자신만의 ‘간호’를 찾아 나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환자에게 시나의 진심이 개입되면,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

사고 중 하나는 환자 ‘다람’에게 일어났다. 다람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착실히 돈을 모으던 중 보이스피싱 사기로 전 재산을 날려 자살 시도를 하다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다. 입원 초기 다람은 간호사 시나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돈을 달라고 추궁하다가, 이후에는 다른 환자를 의심하며 괴롭힌다. 다람의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결국 그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기로 결정된다.

원칙적으로 정신병동의 환자가 병원을 옮기는 경우, 옮기기 한 시간 전 미리 의사로부터 처방받은 진정제를 투여받아야 한다. 그러나 다람을 보내야 하는 때에, 다람이 자신의 고양이를 사무치게 걱정하며 슬퍼하자 시나는 진정제 투여를 늦춘 뒤, 다람의 보호자를 불러 고양이 동영상을 보여준다. 시나의 입장에서는 다람을 배려하여 병원규칙까지 어겨가며 한 행동이었으나, 이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만다. 고양이를 본 다람은 진정되기는커녕 더욱 흥분해 날뛰며 위험천만하게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나가 진심을 다해 살뜰히 보살폈던 환자 한 명에게서 또 사고가 나면서, 시나는 결국 간호사를 그만두고 고향집으로 들어간다. 고향집에서 시나는 밥도 먹지 않고 외출도 고사하며 집 안에 틀어박혀 잠만 자다가, 우울증으로 인근 정신병동에 긴급 이송된다.

시나의 우울은 기본적으로 ‘나는 (간호사이기 때문에) 정신병 환자들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에서 온다. 시나를 비롯한 의료진들은 병원에서 일하기 때문에 대체로 자신이 환자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병에 성역이란 없다. 시나는 환자가 되고 나서야 처음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이 과정에서 시나는 비로소 환자들과 같은 위치에서 사유하고 소통하게 된다.

이 만화엔 처음부터 환자였던 사람도, 마지막까지 환자인 사람도 없다. 급성 조증으로 날뛰었던 ‘오리’는 퇴원 이후 다른 처지에서 간호사를 살뜰히 위로하고, 거식증에 시달렸던 ‘남궁펭귄’은 자신을 스스로 이해하고 다시 일터로 복귀한다. 이들은 모두 사회 구성원으로 지내다 병을 얻었고, 투병 이후엔 다시 사회로 복귀한다. 그런 즉,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온다는 이 만화의 제목은 누구나 병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회복의 가능성 역시 모두에게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들은 아니라고 믿는 것 같지만 정신병(원)에도 분명 아침이 온다.

조경숙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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