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전세계 휩쓰는 K캐릭터] 라전무·라바愛 빠진 '키덜트'
어린시절 본 영화·애니 속 주인공
'추억의 오브제'로 삼아 행복 느껴
현대인들 고독·스트레스도 영향
20대서 50대까지 상품 구입 경험
"과도한 집착은 생활에 지장줄수도"

캐릭터 산업의 성장에서 ‘키덜트(kidult)’를 빼놓을 수 없다. 키즈(kids)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말 그대로 아이들의 물건이나 문화를 즐기려는 성인을 뜻한다.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 법한 인형이나 소품을 사 모으는 게 키덜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유아기 사고를 못 벗어난 ‘어린이 같은 어른’ 혹은 ‘철없는 어른’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지녔으나 지금은 대중문화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소수의 20~30대 마니아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키덜트족은 2000년대 들어 사회적 발전과 경제적 성장으로 40~50대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7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0~24세의 88.4%가 캐릭터 상품을 산 경험이 있었다. 25~29세 경험자는 그보다 높은 94.2%로 나타났다. 30대와 40대도 86.6%와 77.1%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그렇다면 키덜트들은 왜 캐릭터에 집착할까. 우선 향수(鄕愁)다. 산업화 시대에 유년기를 보낸 성인들에게 어렸을 때 즐겨 시청했던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추억의 오브제(objet·대상)’로 삼아 심리적 만족을 찾고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40~50대는 이전 세대와 다른 유년기를 보냈다”면서 “유년 시절과 연관된 물품을 수집하면서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적 여유가 생겨나면서 컬렉션 문화가 형성된 것도 키덜트들이 캐릭터에 빠지는 이유로 꼽힌다. 부유층들이 값비싼 예술품을 수집하듯 어느 정도 소비력을 갖춘 20~30대와 경제적 여유가 있는 40~50대 중산층들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캐릭터와 피겨를 사 모으면서 ‘컬렉터’가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한 개일 때는 아무 의미가 없지만 관련된 물품을 다양하게 수집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욕구가 컬렉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에게 캐릭터 용품 수집은 돈이 아깝지 않은 취미생활이자 ‘자아실현’의 수단이 된다. 노 교수는 “미술품이나 자동차를 수집하는 것과 우표나 피겨를 사 모으는 것은 가격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한 행위”라면서 “캐릭터에 열광하는 키덜트들은 컬렉션된 오브제를 통해 새로운 세상과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덜트라는 용어에는 유아적·퇴행적이라는 시각이 내재돼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소비문화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인식되면서 부정적 인식도 상당히 불식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키덜트들의 컬렉션 욕구에 대해 경제적으로는 과소비를, 심리적으로는 집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 교수는 “최근 캐릭터 상품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가격도 비싸졌다”며 “키덜트들이 구매를 늘리면 관련 산업이 성장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곽 교수는 “수집을 취미로 즐기는 것은 좋지만 캐릭터에 과도하게 집착해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