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꿀밤

기자 2019. 5. 3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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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 구부린 손가락 마디 끝으로 머리를 쥐어박는 행위를 '꿀밤을 먹이다' '꿀밤을 주다'라고 표현한다.

'꿀밤을 먹이다' '꿀밤을 주다'와 같은 표현 속의 '꿀밤'은 '졸참나무의 열매'가 아니라 '주먹 끝이나 살짝 더 튀어나오게 한 중지(中指)'를 뜻한다.

'꿀밤'은 '꿀밤을 먹이다' '꿀밤을 주다'가 갖는 행위적 의미에 영향을 받아 다시 '주먹 끝이나 구부린 중지로 가볍게 머리를 때리는 짓'이라는 행위적 의미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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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 구부린 손가락 마디 끝으로 머리를 쥐어박는 행위를 ‘꿀밤을 먹이다’ ‘꿀밤을 주다’라고 표현한다. ‘꿀밤’이 주로 ‘먹이다, 주다’와 어울려 나타나므로 ‘꿀밤’을 먹을 수 있고 또 남에게 줄 수 있는 근사한 대상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꿀밤’은 ‘꿀처럼 달기’까지 한 근사한 대상이 아니다.

‘꿀밤’은 ‘굴밤’에서 온 말이며, ‘굴밤’은 ‘졸참나무의 열매’를 가리킨다. 곧 ‘굴밤’은 ‘도토리’의 일종인 것이다. ‘졸참나무의 열매’가 ‘굴밤’이어서 ‘졸참나무’를 ‘굴밤나무’라고도 한다. ‘굴밤’의 ‘굴’은 ‘밤(栗)’을 뜻하는 일본어 ‘kuri’와 어원적으로 관계가 있어 보이나 확신할 수는 없다. 반면 ‘밤’은 ‘栗’의 뜻인 것이 분명하다. ‘굴참나무’에 달리는 도토리가 밤톨처럼 크게 생겼기 때문이다.

‘굴밤’은 일부 지역에서 어두음이 된소리로 바뀐 ‘꿀밤’으로 나타난다. 방언형인 ‘꿀밤’이 ‘굴밤’과 함께 1920년대 이후 신문 기사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 한때 중앙어에서 두 단어가 졸참나무의 열매 이름으로 함께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국어대사전’(1961)이후 사전에서는 ‘꿀밤’을 ‘굴밤’의 방언형으로 기술하고 있다.

한편 ‘꿀밤’이 ‘먹이다, 주다’ 등과 어울려 나타나면서 의미 변화가 일어났다. ‘꿀밤을 먹이다’ ‘꿀밤을 주다’와 같은 표현 속의 ‘꿀밤’은 ‘졸참나무의 열매’가 아니라 ‘주먹 끝이나 살짝 더 튀어나오게 한 중지(中指)’를 뜻한다. ‘꿀밤’에 이런 의미가 생겨난 것은 머리를 쥐어박기 위해 취한 주먹이나 손가락의 모양새가 ‘졸참나무’의 열매인 ‘꿀밤’과 닮아서이다. ‘꿀밤’은 ‘꿀밤을 먹이다’ ‘꿀밤을 주다’가 갖는 행위적 의미에 영향을 받아 다시 ‘주먹 끝이나 구부린 중지로 가볍게 머리를 때리는 짓’이라는 행위적 의미로 변한다. 이로써 ‘굴밤’과의 인연은 더욱 멀어지게 됐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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