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도시-화성 푸르미르 호텔] 까다로운 조건서 피어난 호텔..인근 문화재와 어우러져
화성 융건릉 위치, 층수·땅 모양까지 제한에
긴 꼬리 형태 외관으로 극복..한국적 美 살려
●높이 제한 속 독특한 공간감 추구
1층 카페, 로비보다 반층 낮게 계단으로 연결
천장 높이 다양..손님·직원 동선 구분 설계도
[서울경제] ‘건축은 조건 속에서 피는 집이다.’ 역사와 문화, 첨단 산업단지 등이 어우러져 볼거리가 많은 서해안의 대표 관광도시 화성시. 변변한 숙박시설은 없던 이곳에 지난 2016년 239개의 객실과 5개의 연회장을 갖춘 5성급 호텔이 개관했다. 긴 꼬리를 늘어뜨린 듯한 독특한 형태를 띤 이 호텔은 넓은 녹지공간, 인근의 화성 융건릉 등 문화재와 태연한 듯 어울리고 있다. 그런데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층수 제한부터 대지 모양까지 건축 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이관직 비에스디자인건축 대표는 이 난제에 대해 ‘건축은 결국 조건에 따른 것’이라는 명제로 풀어갔다. 이 호텔에 숨겨진 건축 포인트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보통 문화재 경계선에서부터 경사 각도로 조절을 하는데 그러다 보니 땅의 범위에 따라 어디까지는 3층, 어디까지는 4층 이런 식으로 됐다”면서 “이를 바꾸려면 별도의 건축 심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정해진 범위 안에서 작업을 하고자 했다”고 털어놓았다.
층수 규제를 넘어 곳곳에 한국적인 디자인을 담아내며 오히려 입지적인 조건을 부각한 것도 특징이다. 푸르미르는 청룡의 순우리말이다. 관광객들이 호텔에 들어서는 입구부터 동양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동양화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인 소나무부터 마당을 중심으로 한 평면 배치가 모두 그렇다. 이뿐 아니라 지붕의 조형, 건물의 입면상 비례, 재료 사용 등이 한국의 전통가옥을 연상케 한다. 실제 호텔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2017년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승인(비주거) 부문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반면 푸르미르 호텔의 경우 높이 제한 때문에 객실을 위로 올릴 수가 없었다. 객실을 위로 올리는 대신 옆으로 늘어뜨리다 보니 고리 모양이 탄생했다. 이 대표는 “객실 수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고리 모양의 개방된 평면은 기분 좋은 공간감을 갖게 한다”면서 “사실 오픈 공간의 정점부 지붕에 채광과 환기가 가능한 천창이 있었는데 관리상의 요구로 삭제된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여기에 나름의 입체감을 추가하기 위한 장치들도 심어놓았다. 1층 로비와 그 옆에 있는 카페는 언뜻 보면 같은 층에 있지만 실제로는 중간에 계단이 있어 로비에서 카페로 가기 위해서는 반 층을 더 내려가야 한다. 카페에 앉아 천장을 바라봐도 천장 높이가 다양해 독특한 공간감을 자아낸다.
객실이 중심인데다 행사장과 예식장·커피숍·전문식당 등이 섞여 있는 호텔 건물의 특성상 관광객과 직원의 동선을 구분하는 작업도 흥미로웠다. 음식 서비스의 경우 식자재의 반입, 검수, 냉동 보관, 식자재 1차 처리 등의 동선이 섞이지 않아야 하고 서빙하는 동선과 손님 동선이 완벽하게 구분돼야 했다. 더군다나 사용자의 이용시간이 24시간이고 이용목적도 다양하다. 이 가운데 보안, 피난, 장애 없는 사용자의 순환 동선도 해결해야 했다. 이 대표는 “호텔 특성상 복잡한 동선을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리츠칼튼호텔, 중국 해남 868 타워스, 하비에르 국제학교, 스타시티 영존 등의 설계를 맡아온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용자를 위한 건축을 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건축은 건물을 지으려는 건축주에 의해서 시작되지만 주택을 제외한 건물은 일반적으로 건축주가 아닌 일반 시민이 사용자”라면서 “건축주, 일반 시민, 그리고 공공성과 역사 문화적 가치를 판단하는 전문가 등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사회적인 공공재를 설계하는 것이 건축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사진제공=비에스디자인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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