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경차 가격 1,000만 원이 우습다. 시작가가 900만 원대 후반이니, 편의사양 몇 개만 넣어도 1,000만 원은 쉽게 넘어버린다. 자동차 보급을 위해 ‘국민차’로 등장했던 경차가 언제부터 이렇게 비싼 가격표를 달았을까? 지난 30년간 경차 값 변화를 살펴봤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각 제조사

1991년 경차 바람을 일으키다, 시작가 319만 원
1991년 우리나라 최초 경차 대우 티코가 등장했다. 출시 가격은 319만~359만 원. 당시 중형 세단 대우 에스페로 기본 가격이 960만 원이었으니 거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경제성을 앞세운 티코는 출시 두 달 만에 1만대 넘게 팔리면서 국내 시장에 경차 바람을 일으킨다.
지금은 파격적으로 보이지만, 당시엔 이토록 만만한 차는 아니었다. 같은 해 우리나라 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58만9,000원(고용노동부 기준)이다. 티코 시작가가 평균 월급의 5.5배가량 되는 셈이다. 그리고 짜장면값은 약 1,200~1,600원 수준에 불과했다. 즉 티코 한 대 가격은 1,200원짜리 짜장면 2,658그릇과 맞먹는다.

2001년 경차 삼파전, 최저가 463만 원
티코가 일으킨 경차 바람은 10년 뒤 경차 삼파전으로 번진다. 티코 성공을 샘낸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아토스와 비스토를 내놨고, 대우차는 티코 후속 마티즈를 출시했다. 경차 시장이 2세대로 접어든 셈. 가격은 2001년형 기준 마티즈가 555만~624만 원, 아토스가 463만~630만 원, 비스토가 525만~680만 원이다. 가장 저렴한 아토스가 463만 원으로 10년 만에 경차 최저가가 140만 원가량 올랐다. 참고로 당시 중형 세단 쏘나타(EF) 가격은 1,280~2,136만 원이었다.

실질적인 부담은 도리어 줄었다. 당시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수직 상승해 175만2,000원에 달했다. 월급의 5.5배였던 경차 최저가가 10년 만에 2.6배로 줄었다. 짜장면 그릇도 300개가량 줄어든다. 당시 한 그릇 가격은 2,000~2,500원 선으로 아토스 기본 모델값은 2,000원짜리 짜장면 2,315그릇이다.

2011년 덩치 키운 경차, 최저가 774만 원
경차 등장 후 30년이 흐른 2011년, 경차 덩치가 확 늘어난다. 2008년에 경차 규격을 배기량 0.8L에서 1.0L로 바꾸는 등 크기를 키운 까닭이다. 덕분에 가격도 훌쩍 오른다. 쉐보레 스파크 774만~1,049만 원, 기아 모닝(2세대) 880만~1,105만 원, 기아 레이 1,240만~1,625만 원이다. 가장 저렴한 스파크를 기준으로 10년 만에 경차 최저가가 311만원이나 올랐다. 당시 중형 세단 쉐보레 말리부값은 2,185만~3,172만 원이다.

2011년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91만6,000원. 경차 값이 훌쩍 뛰었으나, 그만큼 임금 수준도 올랐다. 비율도 비슷해 스파크 기본가는 평균 임금의 2.6배다. 당시 짜장면값을 보면 부담은 더 줄어든다. 2011년 짜장면 가격 약 3,900~4,500원 수준으로, 3,900원짜리 짜장면 1,985그릇이면 스파크 한 대 살 수 있었다.

2019년 1,000만 원을 바라보다, 최저가 950만 원
드디어 현재다. 경차 가격은 이제 1,000만 원을 바라본다. 쉐보레 스파크 972만~1,493만 원, 기아 모닝 950만~1,589만 원, 기아 레이 1,220만~1,670만 원이다. 2011년 이후 8년 세월이 흐르면서 최저가가 176만 원 올랐다. 지금 중형 세단 기아 K5 값 2,228만~3,132만 원으로, 시작가 기준 K5 절반보다 조금 더 저렴하다.

부담은 소폭 늘었다. 지난해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337만6,000원이다. 950만원짜리 모닝값이 평균 임금의 2.8배다. 이전 2.6배보다 살짝 늘었다. 짜장면 그릇 개수도 마찬가지다. 짜장면 평균 가격 4,700~5,300원 수준으로, 기본형 모닝 한 대 값이 4,700원짜리 짜장면 2,021그릇이다.

1991년 티코 등장 후 대략 30년간 전체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경차 가격은 세 배 늘었다. 그러나 짜장면으로 간단히 살펴본 물가와 근로자 월평균 임금과 비교하면, 비교적 서서히 올랐다. 같은 기간 짜장면은 3.9배,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5.7배 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늘날 경차는 규격이 커지고 온갖 첨단 안전 장비를 품는 등 상품성이 올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편, 경차 시장 판매량은 꾸준히 늘어오다 최근 급감했다. 1991년 대우 티코가 6월 등장해 12월까지 판매한 3만1,781대 기록이 우리나라 최초의 연간 경차 판매 실적. 10년 뒤인 2001년 8만2,140대로 훌쩍 늘어나고, 2011년 18만4,899대까지 성장한다. 그러나 지난 2018년 12만5,931대로 판매가 줄었다. 업계에서는 ‘첫차’ 수요가 소형 SUV로 이동했다는 점과 경차 시장 한 축을 담당하던 한국지엠의 몰락 등을 경차 판매량 감소의 이유라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