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사이다 축구'를 못하는 이유 [아시안컵]
월드컵에서 세계최강 독일도 물리쳤고, 벤투 감독 출범 후 평가전에서는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도 잡았다.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는데 아시아에서도 약체로 꼽히는 팀들에겐 시원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 한국 축구는 강팀엔 그나마 강한 것 같은데 약팀엔 왜이리 약할까. 아시안컵을 통해 한국축구의 딜레마를 보게 된다.
축구팬들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2경기 동안 대표팀의 답답한 경기력에 가슴을 치고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6위 필리핀을 상대로 1-0으로 이기는 데 그쳤다. 큰 대회 ‘1차전 징크스’로 위안을 삼기에는 2차전 역시 답답했다. 한국은 랭킹 91위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도 또 1-0 승리를 거뒀다.

두 경기에서 한국은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많은 골을 넣는데 실패했다. 필리핀전에서는 후방으로 내려선 상대의 밀집 수비라인을 제대로 뚫지 못했고, 키르기스스탄전에서는 예상을 깬 상대의 압박에 당황하며 패스 미스를 남발했다.
많이 점유하고 패스 플레이를 펼치면서도 골을 원하는 만큼 넣지 못한 것은 결국 확실한 기회가 적었거나 문전에서의 결정력이 부족했음을 뜻한다. 필리핀전에서는 전자에 가까웠고, 키르기스스탄전은 후자쪽이었다. 이 두가지 문제점은 한국 축구의 아킬레스건으로 약팀에 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한국 축구의 기본적인 강점은 빼어난 스피드와 팀 정신력이 꼽힌다. 빠른 스피드와 체력으로 상대를 지치게 하고 정신력과 투지에서도 밀리지 않으면서 강팀과의 대결을 헤쳐나갔다. 점유는 내주더라도 투지로 맞선 뒤 빠른 역습으로 강팀을 울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면 약팀을 상대로는 많이 소유하고 공을 계속 돌리면서도 기회를 만들지 못해 답답한 양상이 많았다. 상대의 밀집 수비를 깰 창의적인 플레이와 패스의 세밀함 등이 부족했던 탓이 크다. 상대와 일대일 싸움을 이겨내 공간의 우위를 확보해야 하는데 아시아 약팀을 상대로도 돌파 자체가 쉽지 않았다. 상대 수비벽을 깰 수 있는 허를 찌르는 패싱 플레이도 잘 나오지 않았다. 문전에서의 결정력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이는 특정 선수 한명이 아닌 한국 축구 전체의 문제로 귀결된다. 선수들의 몸과 의식 속에 기술과 창의력이 베어있지 않기 때문에 밀집 수비에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다. 섬세한 볼터치와 여유있고 넓게 그라운드를 읽고 문전에서 흔들리지 않고 슈팅하는 능력은 하루 아침에 향상될 수 없다.
유소년 시절부터 꾸준히 익혀야 부지불식간에 몸에서 나오게 된다. 결국 한국 축구 딜레마는 유소년 축구로 거슬러 올라가 뿌리부터 튼튼히 해야하는 쉽지 않은 과제와 마주하게 된다. 대한축구협회가 올해부터 유소년 축구에 8인제를 전면 도입해 기술 축구와 창의성 향상을 꾀하려는 시도는 늦었지만 꾸준히 끌고 가야하는 지상명령이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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