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에 폭스바겐 타입 2가 있다면, 동유럽엔 이 차가 있다

‘마이크로 버스’하면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무엇일까? 현재는 트랜스포터로 명맥을 잇는 바로 폭스바겐 ‘타입2’다. 하지만 같은 유럽권인데도 많이 안 알려진 마이크로 버스가 있다. 바로 UAZ-452다.

UAZ? 그게 뭐지?



UAZ-452도 폭스바겐 타입2 못지않게 긴 역사를 자랑한다. 1965년 첫 모델이 나왔고 지금까지 생산 중이다. 러시아에서 ‘포워드 컨트롤(캡 오버)’이라는 장르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진은 소련의 군용 차였던 GAZ-69의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엔진을 얹었고 최고출력 75마력의 힘을 냈다.

UAZ-452의 특징은 통통하고 귀여우면서도 클래식한 겉모습이다. 반세기 동안 생산한 차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값이 싸고 험로 주파능력이 좋아 아직까지 팬이 많다. 주유구는 특이하게 운전석, 동승석 뒤에 하나씩 총 2개다. 같은 회사의 SUV인 헌터도 마찬가지다. 차 높이는 2m를 넘고 최저지상고도 22㎝에 달한다. 저속/고속 레버를 따로 마련한 영락없는 산업용 차다.

차체 모양 때문에 ‘빵 덩어리(буханка, 발음은 부한카)’라는 별명이 있다. 그 외에 앰뷸런스 모델, UAZ-3962는 ‘간호사(санитарка, 사니타르카)’ 혹은 ‘알약(таблетка, 타블례트카)’으로 부른다. 트럭 모델, UAZ-3303은 ‘올챙이(голобастик, 갈로바스틱)’다.



몽골엔 중고 모델이 굉장히 많아 흔히 볼 수 있다. 실내가 넓어 사람이나 짐도 많이 실을 수 있고 거친 환경에 안성맞춤이어서 몽골과 궁합이 좋다. 몽골에서는 ‘푸르공(Пургон)’이라고 부른다. 몽골에선 ‘아빠 품’이라는 뜻이라는데, 막상 러시아어로 번역하면 그냥 ‘밴’이다. 여행사마다 다르지만 몽골로 여행을 가면 델리카, 스타렉스, 푸르공 가운데 고르는 경우가 많다. 의외로 푸르공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대단한 이유는 없고 감성 때문이라고.

그 외에 동유럽권뿐 아니라 심지어 북한에서도 볼 수 있다. 수입경로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단점으로는 새 차를 사도 1965년에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품질이 떨어진다. 석회 동굴 안을 보는 마냥 용접 자국이 적나라하다. 심지어 어떤 푸르공은 용접봉이 붙은 채 색까지 칠했다. 겉모습은 이래도 러시아에선 안정적인 성능으로 인기가 뜨겁다.

포장도로에선 당연히 다른 차들보다 느리지만 비포장 특화구조로 험로 주행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러시아 말고도 여러 나라에서 인기가 많다.

낡았다고 비웃으면 안 된다

① 누구나 한 번쯤은 캠핑카를 타고 여행 떠나는 상상한다. 하지만 돈도 많이 들고,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아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4명의 용감한 남자들은 UAZ-452로 키르기스스탄에서 네덜란드까지 여행했다. 차가 낡다 보니 여러 나라에서 고장 나는 바람에 정비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결국 네덜란드까지 도착했다. 이들이 UAZ-452를 타고 여행한 거리는 8,000㎞ 이상이었다.

② 흔히 러시아를 생각하면 특유의 유머가 떠오른다. 가령 ‘미국에선 당신이 대통령을 암살하지만 소련에선 대통령이 당신을 암살한다’라는 식으로. 러시아의 ‘개러지(Garage) 54’가 만든 캠핑카도 러시아식 유머에 어울린다. 우리가 상상하는 캠핑카, 캠퍼 밴이 아니라 진짜 집 모양으로 만든 캠핑카였기 때문이다.

개러지 54는 캠핑카를 만드는데 1979년 이후 연식의 UAZ-452를 밑바탕 삼았다. 1979년 이전엔 방향지시등이 황색이 아닌 백색이었다. 그들은 집을 얹기 전에 패널을 자르고, 안전을 위해 섀시를 보강했다. 이후 벽에 창문을 넣고 지붕은 타일을 얹어 마무리했다. 대강 모양을 잡고 첫 도로 주행 테스트를 했는데, 아무 문제없이 끝났다. 다만 사이드미러가 없어 일반 도로에서 운전은 어려울 듯하다.

무난하게 캠핑카를 완성하나 싶었지만 개러지 54는 갑자기 ‘배스하우스(Bath house)’, 즉 이동식 사우나로 방향을 바꿨다. 사우나 시설을 넣으려고 지붕에 큼직한 구멍도 뚫었다. 타일까지 얹은 상태로 지붕을 자른 걸로 봐서 예정에 없던 결정이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아직도 생산 중이다




UAZ는 2011년 ABS, 파워 스티어링, 안전벨트, 유로 4기준을 만족하는 새 엔진을 넣었다. 직렬 4기통 2.7L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출력 112마력, 최대토크 21.2㎏·m를 뿜는다. 수동 5단 변속기와 짝을 이루고, 최고속도는 시속 127㎞에 달한다.

2015년엔 생산 50주년을 맞았고 지금은 2206 시리즈로 나온다. 한때 별명이었던 부한카(빵덩어리)는 이제 공식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판매가격은 66만9,186루블로, 우리 돈으론 약 1,140만 원이다.

글 강동희 기자

사진 UAZ

영상 Слава Петров, Timeless adventure, garage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