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1%’.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차판매 가운데 SUV의 비중이 무려 40%를 넘었다. 10명 중 4명은 SUV를 구입하는 셈이다. 반면, ‘전통의 강자’였던 중형 세단은 점점 움츠러들고 있다. 그러나 최근 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 출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부흥의 조짐을 맞았다. 과연 올해 중형차 시장의 새로운 주도권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①차체 크기 비교|길이는 말리부, 너비는 SM6

먼저 차체 크기 비교다. 차종은 국산과 일본산 등 총 5가지를 무대에 올렸다. 기아자동차 K5와 닛산 알티마 등 모델 체인지 주기가 임박한 차종은 목록에서 제외했다. 차체 길이는 쉐보레 말리부가 가장 넉넉하다. 4,935㎜로 현대 쏘나타와 함께 4.9m를 넘는다. 반면 너비는 르노삼성 SM6가 1,870㎜로 말리부보다 15㎜ 더 넓다. 좀 더 안정적인 비율을 뽐내는 이유다.





높이 차이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의 중형차는 대부분 1.5m를 넘었지만, 모두 1.4m대를 유지해 흥미롭다. 전통적인 3박스 모양보단, 개성을 한층 강조하고 있다는 단서다. 이 중 쏘나타와 캠리가 1,445㎜로 가장 날렵했고, 어코드 역시 풀 체인지 치르며 매끈하게 거듭났다. 다섯 개 차종 중 말리부의 높이가 가장 크지만, 길쭉한 길이 덕분에 늘씬한 비율을 자랑한다. 실내 공간 가늠할 휠베이스는 쏘나타가 2,840㎜로 가장 여유롭고, 말리부와 어코드가 2,830㎜로 뒤를 이었다.
②실내 공간 비교|2열 레그룸은 어코드, 헤드룸은 캠리가 넉넉






실내는 어떨까? 패밀리 세단인 만큼, 어떤 차가 가장 넉넉한지 수치로 비교했다. 1열 레그룸은 쏘나타와 말리부가 나란히 1.1m를 넘어 동급에서 가장 넉넉했다. 반면, 2열 레그룸은 어코드가 1,026㎜로 1위, 캠리가 982㎜로 2위를 차지했다. SM6는 742㎜로 가장 좁았으며 쏘나타는 885㎜로 의외로 평범(?)했다. 단, 1열 레그룸이 넉넉한 만큼, 앞으로 당겨 2열을 더 확보할 수 있을 듯하다.
반면, 머리공간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어코드는 다리공간이 돋보이지만, 늘씬한 차체 덕분에 헤드룸이 경쟁차보다 부족하다. 쏘나타는 가장 낮은 차체 높이에도 불구하고 1열과 2열 모두 넉넉하게 확보했다. 1열 머리공간은 말리부가 1,018㎜로 1위이며, 2열 머리공간은 캠리가 965㎜로 가장 여유롭다. 반면 실내 너비(숄더룸)는 SM6가 돋보인다. 운전석과 동반석 사이가 가장 넉넉하다는 단서다. 현대차는 쏘나타의 숄더룸 수치 확인이 어렵다고 회신했다.
또한, 트렁크 용량(모두 VDA 기준)도 주목할 만하다. 5개 차종 가운데 캠리가 524L로 월등하며, SM6가 515L로 2위에 올랐다. 반면, 말리부와 어코드는 여유로운 레그룸에도 불구하고 트렁크 용량은 기아 K3(503L)보다도 작은 400L대에 불과했다. 가족용 세단인 만큼, 좀 더 큼직한 적재공간을 원하면 캠리나 SM6, 쏘나타로 접근하는 게 좋다.
③파워트레인 비교|효율 좋은 말리부와 어코드

다음은 파워트레인 비교다. 차종별 구성 차이는 있지만, 모두 가솔린 엔진 기준 중심 모델로 추렸다. 최고출력은 배기량이 넉넉한 캠리가 207마력으로 가장 높고, 최대토크는 1.5L 터보 엔진의 어코드가 26.5㎏‧m으로 강력하다. 같은 2.0L 자연흡기 엔진 얹은 쏘나타와 SM6를 비교하면 어떨까? 출력은 쏘나타가 높지만 토크는 SM6가 좋다. 직렬 3기통 1.35L 터보로 폐활량 줄인 말리부는 2.5L 엔진 못지않은 두둑한 토크를 뿜어 흥미롭다.


몸무게 차이는 얼마나 날까? 말리부는 동급에서 가장 넉넉한 크기를 지녔음에도 1,415㎏(19인치 휠 기준)의 날렵한 체격을 뽐낸다. 또한, SM6 역시 1.4t(톤) 초반으로 경쟁차 가운데 낮은 수준이었으며, 신형 플랫폼을 입은 쏘나타와 어코드는 1.4t 중반으로 이전 세대보다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캠리 역시 새로운 TNGA 플랫폼을 썼지만 유일하게 1.5t을 넘겼다.


공차중량은 복합연비에 직결되기도 한다. 5개 차종 가운데 1L 당 13.0㎞를 넘는 차는 어코드와 말리부, 쏘나타 등 3개 차종이다. 특히 말리부는 19인치 휠을 끼웠음에도 불구하고 ‘다운사이징’ 엔진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어코드 역시 1.5L 터보 엔진으로 경쟁차 중 가장 효율이 높았다(*모두 18인치 휠 기준으로 맞추면 좋지만, 어코드는 1.5 터보에 17인치 휠만 제공한다). 반면, SM6와 캠리는 1L 당 12.0~12.3㎞로 최대 1㎞/L 정도 수치가 낮다.
④에어백 비교|우월한 캠리

다음은 에어백 비교다. 실내 공간만큼 안전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도 있다. 우선 에어백 개수는 말리부와 캠리가 10개로 가장 우월하다. 운전석 무릎 에어백뿐 아니라 동반석 무릎 에어백, 앞뒤좌석 사이드 에어백, 커튼 에어백까지 모두 챙겼다. 그러나 종류 차이가 눈에 띈다. 말리부는 앞좌석에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인 반면, 캠리는 최신 어드밴스드 시스템을 쓴다.


쏘나타는 신형으로 거듭나며 개수를 7개에서 9개로 늘렸다. 이전에 없던 뒷좌석 좌우 사이드 에어백을 더한 결과다. 단, 동반석 무릎 에어백은 여전히 없어 아쉽다. 반면 어코드는 동반석 무릎 에어백을 챙겼지만, 뒷좌석 사이드 에어백은 없으며 커튼 에어백은 5개 차종 모두 심었다. 정리하면 동급에서 가장 안전설계에 집중한 건 캠리이며, 말리부와 쏘나타가 뒤를 이었다.
⑤가격 비교

위 5개 차종 가운데 시작 가격이 가장 낮은 모델은 말리부로 2,345만 원이다. 최고 트림끼리 비교하면 쏘나타가 3,289만 원으로 국산차 중 가장 비싸다. 캠리와 어코드는 옵션 없이 단일 트림으로 들어오며 각각 3,560만 원, 3,690만 원이다. 그래서 국산 모델 풀옵션과 비교할 수 있다. SM6의 경우 RE 풀옵션 가격이 3,529만 원으로 가장 비싸며, 쏘나타 3,412만 원, 말리부 3,234만 원 순이다.
정리하면, 위의 5개 맞수는 각각의 개성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나섰다. 어느 한 차종이 우월하기보단, 각 분야별로 장‧단점이 또렷하게 나뉘었다. 따라서 차체 크기, 실내 공간, 엔진 성능, 연비, 트렁크 용량 등 구입 목적에 따른 중요도를 순서대로 매겨 선택하는 방법도 좋다. 과연 올해 중형차 시장의 주도권은 누게 쥐게 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글 강준기 기자|사진 각 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