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부분 [만화로 본 세상]

2019. 6. 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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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취향은 누구나 있어, 자격따윈 필요없다고

우주는 자신의 몸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거나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누군가의 욕망의 대상이 되기보다 우주는 자신의 취향을 탐구하고 이해하며 이루어낸다.

타리 작가의 만화 <좋아하는 부분>의 한 장면 / 네이버웹툰

영화, 만화를 불문하고 여러 콘텐츠에서 뚱뚱한 여성이 재현되는 방식은 특징적이다. 영화 〈스파이〉의 수잔 쿠퍼처럼 유능하고 똑똑한 캐릭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로맨스물에서 뚱뚱한 여성은 사랑이 결핍되어 있거나 자신감이 부족해 다가오는 사랑조차 회피하는 캐릭터로 그려지곤 한다. 물론 그런 경우 뚱뚱한 여성이 자신감을 되찾는 결말로 이어지곤 해서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순전히 여성의 몸에만 기대어 있는 서사는 다소 식상하게 다가온다. 뚱뚱한 여성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주제는 정말 ‘자신감’밖에 없는 걸까.

이런 갈증을 채워 준 건 최근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웹툰 〈좋아하는 부분〉이다. 〈좋아하는 부분〉은 뚱뚱한 여성인 ‘소우주’가 주인공이지만, 전체적인 플롯이 여성의 몸이 아니라 욕망을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여타 콘텐츠와 차별된다. 우주는 키가 크고 훤칠하며 얼굴이 잘생긴 남자를 사랑한다. 우주는 그런 자신의 욕망을 목표로 두고, 자신의 뚱뚱한 외모는 객관적인 조건으로 인식하여 자신의 곁에 잘생긴 남자를 두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전략을 짠다. 그래서 성격은 나쁘지만, 외모만큼은 걸출한 남성 ‘민우’를 만났을 때 우주는 민우에게 주거공간과 생활비를 지원할 테니 함께 살자고 제안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2년 동안 우주는 휴학하고 알바를 통해 생활비를 벌며 민우를 뒷바라지한다. 자는 얼굴만 봐도 흐뭇한 민우의 외모를 탐닉하며 우주는 누가 뭐라 해도 스스로는 행복하게 연애생활을 즐기지만, 예견되어 있듯 이 사랑은 곧 파국을 맞는다.

민우와의 결별 이후 우주는 자신처럼 뚱뚱한 남성인 ‘한별’을 만나고, 이후 한별에게서 고백받는다. 그러나 우주는 한별에게 어떠한 이성적 호감도 느끼지 못해 한별의 고백을 거절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둘은 우연히 재회하는데 다시 만난 한별은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잘생기고 훤칠한 외모의 소유자로 변신해 있다. 이때부터 한별과 우주는 다시 여러 사건으로 엮이기 시작한다.

한별은 자신의 취향 때문에 집요하게 고통받아왔던 남성이다. 학창시절 한별은 뚱뚱한 여성에게 집착하는 남성으로 소문이 퍼져 따돌림당했는데, 사실 그는 ‘집착’이 아니라 뚱뚱한 여성에게 좀 더 호감을 느끼는 것뿐이었다. 이런 서사는 예쁘거나 귀여운 여자를 선호하는 건 ‘취향’이고, 뚱뚱한 여자에게 끌리는 건 변태적인 페티시라는 편견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뚱뚱한 여자는 일반적인 사랑/욕망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차별적 인식도 깨뜨린다.

편견 때문에 고통받는 한별을 구원하는 건 우주다. 우주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이성의 소유자인 데다가 생각을 곧 실행으로 옮기는 탁월한 추진력까지 갖춰, 한별을 둘러싼 상황을 훌륭하게 풀어낸다. 이 사건들이 이 웹툰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다. 우주는 자신의 몸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거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누군가의 욕망의 대상이 되기보다 우주는 자신의 취향을 탐구하고 이해하며 이루어낸다. 이 웹툰은 취향은 그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좋아하는 부분’으로, 그것을 가지는 데에 자격따윈 필요없다고 이야기한다. 작년 이맘때쯤엔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이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다’고 항변했다면, 올해는 소우주가 이 말을 이어나간다. “뚱뚱해도 욕망과 취향은 있어. 난 그걸 이뤄낼 거야.”

조경숙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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