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뉴스 읽기] 근무중 유부녀와 음란채팅하던 大使, 급기야 대외비 내용까지 올렸다

아프리카·중동권 국가 주재 A 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유부녀와 근무시간 중 수시로 성적(性的) 메시지와 사진을 주고받았다. A 대사는 자기를 과시하기 위해 주재국 고위직 인사들과 만난 내용까지 여성에게 보냈다고 한다. 일부는 기밀에 속하는 내용이었다. 결국 여성의 남편이 이를 알게 돼 외교부에 문제 제기를 했고 A 대사는 징계를 받았다.
이 사례는 최근 외교부가 본부와 전 세계 공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性) 비위·추문' 감사 보고서에 실린 내용이다. 여성 직원이 절반이 넘는 외교부는 요즘 성 비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강경화 주도 '성 비위와 전쟁'
외교부는 성 비위 감사 보고서를 내부 통신망을 통해 전 직원에게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비위 행태가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고 한다. 당사자 이름은 익명 처리돼 있지만, 사례에 나오는 지역·화폐단위 등 간접 정보를 조합하면 대충 누군지 유추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보고서를 본 한 직원은 "단순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확실하게 망신을 줘서 일벌백계하겠다는 의도로 읽혔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부처 특성상 남녀 직원이 함께 해외 근무를 하거나 출장 갈 일이 많은데, 아무래도 해외에 나가면 긴장감이 풀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성 비위와 벌이는 '전쟁'은 강경화 장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외교부 첫 여성 수장인 강 장관은 취임 초부터 성 비위 근절 등 조직 문화 개선을 강조했다. 특히 취임 한 달여 만에 측근 중 한 명인 에티오피아 대사의 성폭행 사태가 터지면서 크게 충격받았다고 한다. 이 대사에게 피해를 본 여성은 5명에 달한다. 소위 '잘나가는' 외교관이었던 이 대사는 파면된 데 이어 법정 구속돼 현재 실형을 살고 있다. 강 장관은 이후 성 문제에 대해 '무관용 원칙 적용'을 엄포했다. 강 장관은 성 비위 건을 보고받을 때마다 "이런 일 하나하나가 조직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신 주기 통해 일벌백계 노려"

감사에 걸린 사례는 다양하다. 한 중동 지역 공관에서는 직원들과 교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소셜미디어 채팅방에서 '음란 동영상'이 문제가 됐다. 교민 한 명이 당시 인터넷에 돌던 음란 동영상을 채팅방에 올리자 공관 직원 B씨는 "너무 고맙다. 흥분돼서 일을 할 수가 없다" 등의 말을 남겼다. B씨와 교민의 음담패설이 계속되자 채팅방에 들어가 있는 공관 여직원이 감사팀에 알렸다.
남아시아 국가 대사관의 고위 공무원 C씨는 "집에 과일이 많이 들어왔는데 좀 가져가라"며 여직원을 집으로 끌어들였다. 당시 C씨의 아내는 볼일을 보러 귀국한 상태였다. C씨는 집에서 술을 계속 권한 뒤 강제로 끌어안는 등 여직원을 추행했다.
책을 읽는 여자 후배에게 "성인 잡지 보는 거냐"고 물은 직원도 있다. 이 직원은 평소에도 "남편이 정관수술 했냐" "부부 관계는 얼마나 하냐" 같은 질문을 거리낌 없이 했다고 한다. 모 대사관 직원 D씨는 함께 출장을 간 여자 직원에게 사진 촬영을 핑계로 신체 접촉을 하는가 하면 "(호텔) 방에서 같이 술을 마시자" "열쇠 줄 테니 언제든지 오라"고 추근댔다.
감사 보고서에 적시되진 않았지만 부내에서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간부 E씨는 수년 전부터 "마음만 먹으면 여자 후배들과 얼마든지 연애할 수 있다"고 주위에 '자랑'해 여직원들 사이에서 요주의 인물로 꼽혔다고 한다. E씨는 최근 공관장 자격 심사에서 연달아 탈락했는데, 이런 언행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고위 간부 F씨는 여비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비서와 함께 출장을 간 적도 있다. 그런데도 F씨가 좋은 보직을 받아 해외로 나가게 되자 "핵심 권력 실세와 동향(同鄕)이라 인맥으로 살아났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1년에 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성 비위 사례를 직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국립외교원에서 신입 외교관이나 초임 공관장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교육 때도 성 비위 예방 교육을 강화했다. 한 당국자는 "과거에는 쉬쉬하고 덮고 넘어갔을 일도 이제는 다 문제가 된다"며 "특히 예전과 달리 요즘은 피해자가 스스로 신분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제보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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