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초'..한국을 좋아하는 이민자에게 주어진 시간

"지난 학기 수강신청은 0.15초 만에 마감됐어요"
지난 22일 건국대학교 언어교육원의 한 강의실에서 만난 권은선(41) 강사는 허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수업을 듣고싶어하는 이민자들은 매우 많은 반면, 수용할 여건이 안 되는 상황이 안타까워서다. 그는 "수강신청이 끝나면 '밖에서라도 수업을 듣고 싶다'며 찾아오는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업을 듣고싶은 이민자들에게 수강신청 시기는 전쟁터다. 건국대에서 사회통합교육을 받는 하문하(29, 중국)씨는 "수업을 듣기 위해 1시간 전부터 좋은 PC방을 찾아다녔다"며 "이번 학기의 경우 사이트가 다운돼 당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씨는 "주변의 외국인 친구들이 이 프로그램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만 수업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건국대학교는 2017년부터 사회통합프로그램(KIIP)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이란 법무부에서 이민자가 우리사회 구성원으로 적응·자립하는데 필요한 기본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개발한 교육프로그램을 말한다. 한국어 수준에따라 0단계부터 5단계까지 단계별 교육이 이뤄지며 프로그램 이수자는 체류허가 및 영주·국적신청시 가점을 부여받거나 귀화시험을 면제받는 등 이민정책적 혜택을 제공받는다.
현재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제1거점 운영기관인 건국대학교를 포함해 총 308개 기관(대학, 공공기관 등)에서 시행 중이다. 참여 대상은 체류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외국인 등록증이나 거소신고증을 소지한 외국인 및 국적 취득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않은 귀화자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은 2009년 도입 이후 이민자들 사이에서 '교육내용이 좋다'며 입소문을 탔다. 이에 참여자가 10년만에 54만명을 넘어섰고 국적도 126개국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2017년 한국행정학회에서는 사회통합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민자 8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한국어 실력이 더 높고 임금도 많이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한국어 교육 외에 한국의 문화와 역사 물론, 범죄예방을 위한 '생활법률교육'이나 '금융경제교육' 등도 실시하고 있다. 또 자치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전주비빔밥만들기 체험 등 현장실습도 시행하고 있다.
사회통합프로그램 5단계 수업을 듣는 에릭(28, 미국)씨는 "한국에 온지 7년이 넘어서 한국어를 하는데 문제가 없다"면서도 "사회통합프로그램을 통해 잘 몰랐었던 한국의 법질서나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 등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프로그램의 취지와는 달리 일선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운영기관의 여건은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건국대학교 언어교육원의 경우 우수교육기관으로서 감사패를 수여받을 정도로 교육수준이 높고 규모가 큰 곳 중 하나 임에도 사정은 좋지 않았다.
먼저 운영기관에 대한 지원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건국대를 포함한 각 운영기관은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운영기관 강의실 사용료 및 공과금, 청소비 및 제반시설 사용에 따른 부대비용 일체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수업을 듣고싶어하는 학생들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건국대는 현재 규정상 한 강의실에 허용된 정원보다도 5~10명의 학생을 더 수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매 수강신청 시기마다 수업신청을 놓쳤다며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법무부는 올해 초부터 사회통합프로그램 예산 증액을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에 강사비와 인건비, 운영비 등 전체적인 예산증액을 위한 요청을 해 둔 상태로 심의는 7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해당 과 자체에서 예산증액 요청을 하더라도 법무부 내에서는 물론 기획재정부에서 논의가 여러차례 이뤄질 예정"이라며 "예산증액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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