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하다. 도심 속 빨강 신호등이 켜지면, 수많은 테일램프가 도로를 붉게 물들인다. 좌우로 기다란 테일램프, 점점이 빛나는 테일램프, 국기 모양 테일램프……. 종류도 가지각색. 대체 테일램프는 얼마나 화려할 수 있을까? 마치 빛의 예술을 보는 듯한 신비로운 테일램프 6개를 모았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각 제조사

은하수를 담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더스트 테일램프
사실, 이 기획은 메르세데스-벤츠를 보고 떠올랐다. 늦은 밤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E-클래스 쿠페 테일램프는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치 작은 보석을 흩뿌려놓은 듯 수많은 빛의 점이 불규칙적으로 반짝인다.

밤하늘의 별처럼 빛난다고 해서 애칭은 ‘스타더스트’다. 모래 알갱이처럼 특수 설계한 표면이 난반사로 빛을 흩뿌리는 식. 조명을 켜지 않을 땐 외부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반짝반짝 빛난다. 신형 E-클래스 세단에 처음 도입해, 쿠페와 카브리올레, 그리고 S-클래스 등 벤츠 여러 차종에 쓰고 있다.

파충류 비늘처럼, DS 3D 리어 라이트
데뷔작은 보통 실력을 뽐내기 위해 다소 과하기 마련. DS 7 크로스백이 그렇다. 새로 꾸린 DS 전담 디자인 팀이 만든 첫 작품으로, 온갖 군데 개성이 가득하다. 테일램프도 마찬가지다. 마름모꼴 껍질 틈새 사이 빛이 새어 나오듯 테일램프가 빛난다. 특히 마름모 껍질 위 굴곡이 새어 나온 빛을 복잡하게 반사해, 더욱 화사하다.

이름은 ‘DS 3D 리어 라이트.’ 파충류 비늘을 형상화하면서 정교함과 생동감을 더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레이저 인그레이빙 기술을 동원할 만큼 공들였다. 참고로 층층이 쌓인 마름모 사이 두께는 층별로 모두 제각각이다.

12기통 소리 닮은 두 개의 타원, 벤틀리 컨티넨탈 GT
벤틀리 컨티넨탈 GT 엉덩이엔 네 개의 타원이 달려 있다. W12기통 엔진 소리를 내뿜는 아래 두 개의 타원형 배기구, 그 위로 타원형 배기구를 닮은 두 개의 테일램프가 붙는다. 물론 12기통 소리와 어울릴 수 있도록 무척 고급스럽게 꾸민다.

비결은 안쪽 기하학적 패턴이다. 넓적한 타원 모양에 맞게 역동적으로 굽은 선을 수차례 교차시켜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듯한 난반사를 유도한다. 특히 안쪽으로 파고드는 3차원 구조로 만들어 테일램프 깊이를 강조하기도 했다.

현실감 없는 성능의 표현, 부가티 디보
부가티 디보? 시론을 바탕으로 코너링에 집중한 하이퍼카다. 그 결과 최고속도는 시속 380㎞로 낮아졌으나 이탈리아 나르도 핸들링 서킷을 시론보다 8초 일찍 주파한다. 시론보다도 더욱 비싼, 즉 현실과 동떨어진 하이퍼카의 테일램프는 어떨까? 역시 어딘가 현실감 없게 생겼다.

경계가 없다. 뒤쪽 그릴 속 빛나는 핀 몇 개가 바로 테일램프다. 붉은빛과 검은 핀 그림자가 이리저리 섞이면서 어지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물론 대충 박아 넣진 않았다. 너비 양 끝단에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핀 두께가 얇아져 자연스레 어두워지는 효과를 냈다. 빛나는 핀 개수는 총 44개며, 가볍고 다양한 두께로 만들기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했다.

밀도를 높이다, 제네시스 G90
제네시스 G90은 무색무취였던 EQ900에 ‘색’을 낸 차다. 테일램프도 다르다. 과거 뉴그랜저가 떠오르는 실루엣으로 바꾸었을뿐더러, 그 속이 복잡하게 얽혔다. 덕분에 브레이크등을 켜면 마치 샹들리에처럼 반짝인다.

바로 지-매트릭스(G-Matrix) 패턴이다. 멋스러운 이름과 달리 설명은 단순하다. 수많은 직선이 ‘X’자 모양으로 교차하며 생기는 격자무늬를 촘촘히 넣었다. 이 패턴이 안쪽 빛을 여러 각도로 반사해 테일램프의 시각적 밀도를 높인다. 제네시스 디자이너에 따르면, 다이아몬드에 빛을 비추었을 때 생기는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무한한 깊이, 렉서스 LC
마치 ‘빛 터널’ 같다. 렉서스 LC 테일램프는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수많은 ‘L’자 빛이 안으로 이어진다. 그 깊이는 주변이 어두울수록 점점 더 파고 들어간다.

물론 깊이는 가짜다. 거울과 거울이 마주 보면 서로 끝없이 반사하는 원리를 활용했다. 반 투과 거울과 완전 반사 거울을 함께 배치해 빛이 희미해질 때까지 ‘L’ 모양 빛을 반사하는 식. 신비한 테일램프는 콘셉트카 같은 파격적인 LC 스타일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이 밖에도 여러 독창적인 테일램프가 있다. 특히 콘셉트카는 여러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만큼 스타일이 더욱 다채롭다. 점점이 빛나는 아우디 AI-ME 콘셉트, 반투명으로 빛이 이어지는 볼보 360c 콘셉트 등이 좋은 예다.
한편, 새로운 스타일 테일램프가 자유로워 보이지만, 사실 수많은 틀 안에 얽매여있다. 바로 법적 기준. 일례로 우리나라 법을 몇 가지 소개하면, 제동등은 일반 자동차는 너비 양 끝단에서 400㎜ 이내에 붙어야 하고 높이는 바닥에서 350㎜ 이상, 1,500㎜ 아래여야 한다. 밝기 역시 ‘고정광도(밝기가 가변적으로 바뀌지 않는 제동등)’의 경우 최소 60cd(칸델라) 이상, 최대 250cd 이하로 제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