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스쿠터로 1년간 출퇴근해보니..내구성 어때?



“이륜차 보험 만기일이 다가옵니다.” 별안간 문자가 하나 들어왔다. 보험 만기를 알리는 내용이자, 기자가 스쿠터 탄 지 1년이 흘렀음을 알리는 문자였다. 지난 1년, 국산 스쿠터와 매일 42㎞ 출퇴근길을 달리고 사계절을 통과했다. 그간 겪은 느낌과 경험을 간단히 소개한다.

글, 사진 윤지수 기자

처음 델리로드 100을 가져왔을 때의 모습. 사이드미러 뗀 모습이 마치 귀 젖힌 강아지 같다

스쿠터 구입 계기는 오로지 ‘돈’이었다. 연비 나쁜 6기통 세단을 사는 꿈을 이루려면, 출퇴근을 해결할 다른 고효율 교통수단이 필요했으니까. 해답으로 스쿠터가 떠올랐고, 그렇게 지난 7월 중고 KR모터스 델리로드 100(2018년식)을 약 100만 원가량 값으로 손에 넣었다.

나름 심사숙고한 선택이었다. 요란하지 않은 스타일이 맘에 들었고, 배기량 100cc 이하 소형 바이크라서 부담 없었으며, 야마하가 설계한 카뷰레터 엔진은 단순하고 튼튼했다. 특히 상용 바이크로 나온 만큼 분명 견고하리라 예상했다.



100cc 스쿠터, 왕복 42km 안 버겁나?

하루 출퇴근 거리 왕복 42㎞. 사실 100cc가 버겁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서울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길, 앞이 뚫릴 땐 항상 ‘풀악셀’이다. 7마력 최고출력을 모두 끌어내야, 출발 때 차보다 살짝 더 빠르고, 최고속도 시속 80㎞로 교통 흐름을 쫓을 수 있기 때문. 사실 닭 잡는 칼로 소 잡고 있는 격이다.

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매일 달리다 보니, 이제는 100cc ‘풀악셀’ 주행을 즐기고 있다. 계속 당기고 있어 저렸던 오른팔엔 근육이 붙었고, 조급했던 마음은 한결 느긋하게 바꿔 먹었다. 도리어 요즘은 바이크가 느리기에 지금까지 다치지 않고 달릴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시간은 어떨까? 매일 한 시간씩 버는 기분이다. 편도 21㎞ 출퇴근길은 지하철로는 한 시간, 자동차로는 한 시간 반이 걸린다. 바이크는? 짧으면 30분, 길면 40분이다. 바이크 탄 뒤로 아침 황금 같은 시간을 더 누릴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

2018년식인데 누적 주행거리가 8,500㎞에 달한다

내구성...전장 장치가 쥐약

1년 달리고 무슨 내구성을 논하나 싶겠지만, 급가속과 함께 거의 최고속도로 달리는 등 가혹한 환경에서 달렸다. 그래서일까. 누적 주행거리 8,000㎞를 달리는 동안 이것저것 고장 났다.

거의 첫 수리였던 헤드램프 전구 고장

문제는 전장 장치다. 지금까지 수리 내역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계기판 고장, 헤드램프 전구 고장, LED 방향지시등 고장, 시동 모터 고장, 배터리 충전 불량……. 모든 고장이 전장 장치와 엮여 있다. 자동차가 이랬다면, 제조사 본사 앞에서 시위했을지도 모른다.

파워트레인 기구 옆 'ㅓ'자 모양 막대가 킥 스타터다

특히 시동 모터는 지금도 골칫거리다. 서비스센터에서 교체 후 3주가 채 지나기 않아 또 고장 났다. 당시 정비사는 시동 모터 고장을 의심했지만, 처음부터 배터리 또는 발전기 불량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고치기도 귀찮아서 발로 차 시동 거는 ‘킥 스타터’로 다니는 중이다.

뒷바퀴를 새로 교체했다

작은 타이어도 교체 주기가 무척 짧다. 1년 밖에 안 된 바이크라 타이어 상태를 살펴보지 않았는데, 약 11개월 탔을 때 즈음 뒤 타이어 펑크로 정비소에 들렀더니 트레드가 완전히 닳아있었다. 지름이 작은 데다 뒷바퀴를 굴리는 까닭이다. 반면 앞 타이어는 아직 수명이 한참 남았다.

가끔 장거리 여행을 함께하기도 했다

그나마 파워트레인은 멀쩡해 다행이다. 매일 42㎞ 출퇴근길은 물론, 7시간 30분 동안 350㎞ 장거리 여행을 다니는 등 못살게 괴롭혔음에도 말썽한번 일으키지 않았다. 잦은 고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 붙이고타는 이유다. 만약 파워트레인까지 문제였다면, 이미 남의 손에 넘어갔을 테다.

겨울이 추워요?

바이크에 입문하기 전 가장 큰 두려움은 겨울 추위였다. 사실 안 타면 그만이지만, 이미 바이크의 효율과 편안함을 맛본 상황. 기자는 겨울에도 배달 바이크는 달린다는 점에 집중했다.

겨울철 방한 용품들

그들을 찬찬히 분석해, 그들이 쓰는 용품을 인터넷에서 손에 넣었다. 겨울용 방한 작업복, 얼굴과 목을 덮어주는 발라클라바, 2중 구조 장갑, 무릎 방한대 등이다. 이들을 모두 착용하면 거의 우주복에 가깝게 두꺼워진다. 움직이기도 힘들지만 변속 필요 없는 스쿠터 운전하기엔 큰 무리는 없다.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영하로 기온이 떨어진 도로 위를 30~40분간 달려도 춥지 않았다. 오히려, 차가운 사무실에 도착해 방한 장비를 모두 벗을 때가 더 추울 정도. 덕분에 겨울 라이딩을 문제없이 누렸다. 나중에 기온이 오름에 따라 한 겹씩 벗으며 느낀 사실은 무릎 방한대와 바이크 윈드 실드 효과가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브레이크 성능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주머니 두둑하게

대망의 유지비 얘기다. 일단 유류비 절약은 매우 만족스럽다. 42㎞ 거리를 일주일간 출퇴근한 유류비는 대략 6,000원. 주 5일 근무에 하루는 지하철을 탄다고 가정하면, 휘발유 값이 L당 1,495원이라고 봤을 때, L당 42㎞ 효율을 보이는 셈이다. 한 달 유류비는 2만4,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만약 8㎞/L 연비 승용차를 같은 상황에서 탔다고 가정하면 바이크가 월 대략 10만1,000원을 아끼며, 연 121만2,000원가량을 절약한다.

보험료는 작은 배기량 효과를 톡톡히 본다. 델리로드는 100cc 이하 소형 바이크로 분류하기 때문에 30대 기자 보험료는 대략 연 16만 원이다. 또 125cc 이상부터 내야 하는 여러 세금도 면제다. 단지 바이크 등록할 때 취득세와 번호판 값 정도만 지불하면 된다.



바이크 정비 비용도 합리적인 편이다. 1년간 엔진오일 3번 갈며 3만 원 지출했고, 스타트 모터 교체비 5만 원, 뒤 타이어 교체비 5만5,000원 들었다. 잔고장이 잦았지만, 대부분 무상 수리받을 수 있어 돈을 아꼈다.

정리하면, 연간 유류비 약 28만8,000원, 보험료 약 16만 원, 정비 13만5,000원씩으로 연간 유지비는 총 58만3,000원 정도를 지출했다.



국산 바이크 델리로드 100과 1년간의 동고동락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특히 교통비 절약 효과가 매우 또렷했고, 덕분에 서두에 언급했듯 꿈에 그리던 6기통 세단을 구매할 수 있었다. 만약 1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또 출퇴근용으로 바이크를 선택할 생각이다. 다만 지금 델리로드는 정들어서 타지만, 다시 국산 바이크를 고르지는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