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실사, 법적 리스크 사전 식별 및 거래 조건 반영 위한 핵심 절차
인수기업 지배구조 및 자산 담긴 실사 체크리스트 작성에 신경써야
인수합병(M&A) 거래의 경우 단순한 주식이나 자산의 매매 또는 양수도를 넘어 인수 대상기업 및 대상기업의 사업과 관련한 권리·의무, 법적 리스크 등에 대한 양수도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M&A 거래의 성격 때문에 거래 당사자들은 인수 대상기업이 가지고 있는 법률적 문제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법률실사(Legal Due Diligence)를 적절하게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법률실사를 진행하는 목적은 인수 대상기업이 갖고 있는 법적 리스크를 확인하고 그러한 리스크가 미치는 영향을 판단해 이를 바탕으로 대상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여부 및 M&A 조건을 결정하는 데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법적 리스크에는 계약 위반, 소송 및 분쟁, 지적재산권 침해, 규제 위반, 인사노무 등과 관련한 쟁점 등이 폭넓게 포함된다. 실사 과정에서 이러한 리스크가 발견되는 경우 인수인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법률실사는 단순히 법적 리스크를 확인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M&A의 거래 구조나 인수합병 조건을 정할 때 있어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법률실사 과정에서 중대한 법률적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 인수인은 사전에 생각했던 인수대금을 조정할 수 있고 M&A 계약상 진술 및 보장(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이나 손해배상 조항 등의 조건을 강화하는 방법을 통해서 인수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또한 해당 법률적 문제가 심각할 경우에는 M&A 거래 자체를 철회하기도 한다. 반대로 매도인은 법률 실사를 통해 인수인에게 대상기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뢰를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법률실사는 거래 전 단계에서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 된다.
최근에는 개인정보 보호, 공정거래, ESG 관련 법규, 하도급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중요한 법률적, 규제적 쟁점이 부각되면서 법률실사의 범위가 넓어지고 그 내용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법률실사를 통해서 단순히 과거의 법적 분쟁 여부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M&A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대상기업을 운영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사전 점검의 도구로서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규제 위반 요소나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에 대한 법적 자문을 받음으로써 사후적인 법적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법률실사 과정에서 얻은 대상기업에 관한 정보는 M&A 거래를 위한 협상뿐만 아니라 M&A 이후 대상기업과 인수인 간의 사후적 기업 통합(PMI) 과정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법률실사는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매우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다.
M&A 거래에서 법률실사는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법률실사 결과가 M&A 거래 구조 및 조건 등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각 단계마다 목적을 분명히 하고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M&A 법률실사의 절차인 △비밀유지계약(NDA) 체결 △법률실사 범위 및 일정 협의 △법률실사 자료 요청 및 자료 검토 △인터뷰 및 현장실사 △실사 결과 정리 및 법률실사 보고서 작성 △법률실사 결과를 토대로 협상 및 M&A 계약서 반영 등을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비밀유지계약 체결 단계다. 법률실사는 대상기업의 영업비밀이나 민감한 내부 정보를 검토하는 법률적 절차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한다. 비밀유지계약은 법률실사를 하는 당사자들이 취득한 대상기업의 민감한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지 못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계약으로서 의무적으로 반드시 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상기업의 정보 중에 민감한 정보나 영업 비밀 등이 많을수록 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 법률실사 범위 및 일정 협의 단계이다. 법률실사를 위해서는 법률실사의 범위(scope)와 일정(timeline)을 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법률실사의 범위는 거래의 성격이나 대상기업의 성격, 대상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성, 대상기업 규모나 가치, 인수대금의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기술 중심 스타트업(Deep-tech Startup)의 경우 지식재산권(IP)이나 영업비밀 등에 관한 법률실사가 중심이 될 수 있고 제조업체의 경우 제조결과물의 하자 여부나 제조물 책임, 인허가 및 환경 규제 여부 등이 중심이 돼 실사가 이뤄질 수 있다. 실사 일정의 경우 법률실사 자료의 양이나 규모, M&A 거래의 종결(Closing) 일정, 자금 조달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현 가능한 기간 내에 설정돼야 하며 일반적으로 3주에서 8주 정도의 기간으로 정한다.
셋째, 법률실사 자료 요청 및 자료 검토 단계다. 이 단계가 법률실사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법률실사를 진행할 때 실사 체크리스트(due diligence checklist)를 작성한 후 이에 맞게 실사자료를 요청하게 되는데 실사 체크리스트에는 △대상기업의 지배구조 관련 정보(정관, 등기사항전부증명서 등) △지분 구조 및 주주간계약, 투자계약, 주요 계약(납품계약, 용역계약, 공급계약 등) △지식재산권 관련 정보 △소송·분쟁 내역 △인허가·규제 준수 상태 △인사노무 정보 △조세 관련 정보 △유무형 자산(부동산, 동산 포함) 소유 관련 정보 △개인정보 및 보안 관련 정책 및 정보 등이 있다.
위와 같은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인수인은 대상기업과 매도인에게 법률실사자료 요청서(RFI)를 보내서 법률실사 자료를 요청하고 대상기업 및 매도인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해 법률실사 검토를 진행하게 된다. 실무적으로 대상기업과 매도인은 직접 종이로 된 자료(Hard copy)를 인수인에게 제공하기보다는 가상데이터룸(VDR)에 대상기업에 관한 자료를 업로드하고 인수인을 자문하는 변호사가 해당 자료를 검토하게 된다. 검토 과정에서 불명확하거나 누락된 자료, 법적 리스크가 의심되는 사항이 발견되면 인수인 측은 대상기업과 매도인에게 추가 질의를 하거나 보완 자료를 요청한다.
넷째, 인터뷰 및 현장실사 단계다. 법률실사 자료 검토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경영진 또는 실무진에 대한 인터뷰를 실시하거나 대상기업의 사업장 등을 방문해 현장 실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여부나 시설 안전 문제가 중요한 경우 또는 하도급법 위반 여부나 파견 관련 법령 위반 여부 등이 문제가 되는 경우, 직접 현장을 방문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나 문제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다섯째, 실사 결과 정리 및 법률실사 보고서 작성 단계다. 법률실사 자료에 대한 검토를 진행한 후에 실사 결과를 정리하고 최종적으로 법률실사 보고서(Legal Due Diligence Report)를 작성하게 된다. 법률실사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개요 및 법률실사 의견 요약(Summary of Findings), 주요 리스크 요약(Executive Summary), 실사 항목별 세부 검토 결과, 개선 또는 조치 필요 사항, 계약서 반영 필요사항 등으로 구성된다.
법률실사 보고서의 형태는 간략한 메모 형식의 보고서부터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정식 보고서 형식까지 다양하다. M&A 거래의 규모와 성격, 대상기업의 법률적 하자 정도, 인수인의 실사 요청 내용 등에 따라 달리 작성될 수 있다. 법률실사 결과 대상 회사에 중대한 법적 리스크가 발견될 경우, 이를 M&A 계약서의 진술 및 보장 조항, 선행 및 후행 조건, 확약사항, 손해배상 조항 등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의견도 함께 기재된다.
마지막 단계로서 법률실사 결과를 토대로 협상을 진행하고 M&A 계약서에 법률실사 결과를 반영하는 단계가 있다. M&A 법률실사는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M&A 거래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핵심 절차다. 각 단계마다 정밀한 계획과 전문가의 전략적 판단이 개입되며 매도인과 인수인 그리고 대상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작용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법률실사는 대상기업의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고 거래 조건에 반영하기 위한 핵심 절차다. 법률실사는 아래와 같은 사항을 특히 주의해 진행해야 한다.
첫째, 법률실사 착수 전에 거래의 목적과 전략적 방향에 맞춰 법률실사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자산 인수인지,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인수인지, 합병인지, 포괄적 사업 인수인지 등에 따라 확인해야 할 항목이 달라진다. 산업군별 특성에 따라서도, 제조업의 경우 환경 관련 인허가나 인사노무 쟁점이 상대적으로 더욱 중요하고 IT 플랫폼 기업은 개인정보 보호법 준수 여부나 이용약관(약관규제법 준수 여부), API 및 용역계약 구조 등에 대한 검토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둘째, 법률실사를 진행하는 경우 대상기업으로부터 모든 자료를 받아서 검토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이에 실사 기간이 지지부진하게 길어지는 경우가 매우 많고 일반적이다. 특히 비상장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체계적으로 정리된 계약서나 내부 규정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자료를 빠짐없이 교부받아서 검토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어렵다. 그러므로 실무진이나 임원 등을 상대로 인터뷰를 병행하거나 구두로 진술 및 보장을 받으면서 유연하게 법률실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법률실사를 진행할 때 계약서나 회사 내규 등 문서화된 자료에만 의존하거나 문서의 내용만을 신뢰하는 경우 제대로 된 실사가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서류만으로는 대상기업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예컨대 근로계약서가 외관상 정상적으로 작성돼 있어도 실제로는 근로시간을 초과한 임금 미지급이나 노조 분쟁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주요 실무진과의 인터뷰, 현장 방문, 회계·세무 실사와의 연계 등을 통해 문서 너머의 대상기업에 대한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넷째, 법률실사 과정에서 법적 리스크를 확인했을 때 이를 M&A 계약 협상에서 어떻게 이용할 것이고 반영할 것인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실사에 따른 실질적인 거래 리스크를 과장하거나 축소해서는 안 된다. M&A 거래에 있어서의 법적 리스크는 반드시 거래적 맥락 속에서 해석 및 판단돼야 한다. 또한 법률실사에서 확인된 법적 리스크는 M&A 계약에 정확하게 반영돼야 함을 잊으면 안 된다. 예컨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매도인의 진술 및 보장 조항 등에서 해당 내용을 명시하거나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매도인이 이를 적절한 수준에서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해야 한다.
M&A 법률실사는 대상기업 인수합병에 있어서의 인수인의 법적리스크를 미리 확인하고 그에 따라 M&A 거래 조건을 판단하고 반영하는 가장 중요한 절차다. 또한 법률실사를 통해 작성된 법률실사 결과보고서는 단순한 '문서로서의 보고서'가 아니라 M&A 거래 전반을 이끄는 설계도이자 지도라고 할 수 있다. 보고서가 정밀할수록 계약 협상에서의 리스크 대응력은 높아지고 PMI도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러므로 법률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상기업 자료에 대한 검토나 체크리스트 확인에 그치지 않고 법률실사의 목적과 거래의 실질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법률실사의 진정한 가치는 '법률적 문제에 대한 발견'이 아니라 '법률적 문제에 대한 판단과 거래에 있어서 조건 반영'에 있다. 법률실사를 통해서 발견된 대상기업의 정보를 어떻게 해석·판단하고 이를 M&A 거래에 활용하느냐에 따라 법률실사는 성공적인 M&A의 밑그림이 될 수도 있고 실패한 M&A의 전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한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