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자 817일 만의 멀티 홈런…한화, 6연패 끊고 9이닝 만에 표정 바꿨다

한화 이글스가 6경기 연속 패배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2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한화는 10-4(공식 기록 10-4, 일부 매체 9-4 표기는 자책점 기준 차이)로 승리했고, 이 경기에서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가 1회와 4회에 각각 솔로 홈런과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2타수 2안타 4타점 2득점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페라자의 멀티 홈런은 817일 만의 기록으로, 단순한 한 경기 활약을 넘어 침체됐던 외국인 타자의 부활 신호로도 읽힌다. 같은 날 김경문 감독은 KBO 역대 네 번째로 2000경기 출장을 채웠다.

한화는 지난 12일 고척 키움전부터 패배가 쌓이기 시작해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7경기에서 6패 1무를 기록 중이었다. 5할 승률 복귀를 노리던 팀에게 6연패는 단순한 부진이 아니라 시즌 흐름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위기였다. 반대로 삼성은 박진만 감독 체제에서 5연승(혹은 6연승 행진 중이었다는 매체 표기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으로 상승세였다)을 달리며 이날 경기 전까지 39승대 전적을 쌓아온 팀이었다.

양 팀의 시즌 전적은 한화 33승 2무 34패, 삼성 39승 2무 28패로 격차가 뚜렷했던 상황. 이런 흐름 속에 열린 이날 경기는 한화에게는 연패 탈출의 분수령, 삼성에게는 단독 선두권 굳히기의 기회였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게 무게가 실린 한판이었다. 선발투수는 한화 왕옌청, 삼성 장찬희였고, 이 매치업 자체도 좌완 외국인 투수와 우완 루키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시즌 초반과는 또 다른 변수를 안고 있었다.

경기는 순탄하게 흐르지 않았다. 1회말 페라자가 장찬희의 4구째 145km 직구를 받아쳐 비거리 105m 좌월 솔로포로 선제점을 뽑았다. 2회초 삼성은 류지혁의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었고, 3회초에는 비가 내려 경기가 9분간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과정에서 디아즈가 124km 슬라이더를 공략해 135m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3-1로 앞서갔다. 곧이어 두 번째 우천 중단이 발생해 42분간 경기가 멈췄고, 이 사이 한화는 선발 왕옌청(2⅔이닝 3피안타 1피홈런 4사사구 3탈삼진 3실점)을 일찍 내리고 장유호를 투입했다.

4회초 삼성이 최형우의 희생플라이로 4-1까지 달아났지만, 4회말 한화 타선이 폭발했다. 노시환의 적시타, 유민의 밀어내기 사구, 허인서의 2타점 적시타, 이도윤의 적시타가 연쇄적으로 터지며 순식간에 6-4 역전을 만들었고, 여기에 페라자가 140km 포크볼을 받아쳐 120m 우월 스리런을 추가하며 단숨에 9-4까지 점수를 벌렸다. 한 이닝에 8득점을 몰아넣은 셈이다. 7회말 노시환의 적시 2루타로 한화는 10-4까지 점수를 늘렸다.

장유호는 2⅓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이후 등판한 조동욱·박상원·이상규·이민우가 모두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페라자는 멀티 홈런으로 4타점 2득점을 쓸어담았고, 노시환(2안타 2타점), 허인서(2타점), 이도윤(2안타 1타점)도 고르게 힘을 보탰다. 삼성 선발 장찬희는 3⅓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며 시즌 4패째를 기록했고, 구원투수 미야지 유라 역시 1⅔이닝 3실점으로 흔들렸다.

이날 경기의 진짜 분수령은 1회 솔로포가 아니라 두 차례 우천 중단이었다. 경기가 두 번 끊기는 동안 양 팀 선발투수 모두 리듬이 흔들렸고, 특히 왕옌청은 비가 그친 뒤 곧바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보통 이런 변수는 약팀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거꾸로 한화의 구원진이 그 빈틈을 메우며 승부를 가져왔다. 장유호의 데뷔 첫 승, 그리고 뒤를 이은 네 명의 투수가 모두 무실점으로 막아낸 점은 단순히 운이 좋았다기보다 불펜 운용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페라자의 멀티 홈런이 817일 만이라는 점도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시즌 내내 거포 역할을 기대받았던 외국인 타자가 장기간 침묵했다가 하필 팀이 가장 절실했던 6연패 끝자락에 터졌다는 타이밍은, 이 한 경기가 단발성 반등인지 시즌 후반 반등의 출발점인지를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삼성은 4회초까지 4-1로 앞서며 경기를 거의 잡은 듯했으나 단 한 이닝 만에 승기를 내줬다.

류지혁의 호수비, 디아즈의 투런포 등 개인 기록은 나쁘지 않았지만, 마운드 운용에서 미야지 유라 투입 이후 흐름을 완전히 내준 점은 박진만 감독 체제의 투수 기용에 대한 점검 포인트로 남을 만하다. 김경문 감독의 2000경기 출장이라는 개인 기록이 하필 6연패 탈출과 같은 날 겹친 것도 우연 이상의 상징성을 띤다.

한화는 이번 승리로 5할 승률 복귀까지 단 1승만 남겨뒀고, 삼성은 연승 행진이 끊긴 채 다음 경기에서 곧바로 반등을 노려야 한다. 페라자의 방망이가 이번 한 경기로 끝날지, 아니면 시즌 후반 한화 타선의 새로운 축이 될지는 다음 몇 경기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어지는 맞대결에서 양 팀이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Copyright © 구독과 좋아요는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