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케미칼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년 만에 반토막 나면서 연간 4000억원대 밑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3년 동안에만 2조원이 넘는 적자 폭탄을 맞는 사이, 부채는 급격히 몸집을 불리고 현금 유동성은 시나브로 쪼그라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해가 바뀌고 나서도 실적 지표에 뚜렷한 회복 신호가 감지되지 않는 가운데, 그래도 아직까지 조 단위로 들고 있는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앞으로의 향방을 가를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EBITDA는 3966억원으로 전년 대비 51.9% 줄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곳의 비금융 상장사들 가운데 조사 대상 기간 EBITDA가 적자 전환한 7개 기업을 제외하면, 한화솔루션에 이어 두 번째로 감소율이 큰 사례였다.
EBITDA는 기업의 영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을 보고 싶을 때 활용하는 항목이다. 이자 비용과 세금 등의 지출과 과거 투자에 따른 유·무형 감가상각비 등을 빼기 전 순이익을 의미한다. 특히 EBITDA는 인수합병 거래 시 중요 잣대로 쓰인다. 비슷한 업종의 다른 회사들의 몸값이 EBITDA 대비 몇 배 정도인지를 살펴보며 기업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롯데케미칼의 최근 계속되는 적자를 고려하면 EBITDA가 여전히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는 게 다행인 상황이다. 중후장대 제조업의 특성상 대규모 시설을 꾸준히 확충해야 하는 까닭에 유·무형자산의 현재 가치를 평가하며 발생하는 감가상각 비용이 많아서 그렇지, 영업 활동 자체에서 돈을 까먹고 있는 건 아니란 얘기다.
그래도 수년째 계속되는 적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2022년 76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후 2023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3477억원, 89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에 떠안은 영업손실만 총 2조44억원에 이른다.
지속적인 적자는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 부채가 누적되고 있다. 영업손실이 나기 직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불어나며 14조원을 훌쩍 넘었다. 롯데케미칼의 부채는 지난해 말 14조5644억원으로 3년 전인 2021년 말 대비 95.4% 급증했다.
비교적 안정적인 유동성도 지난해에는 1조원 가까이 축소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말 유동자산은 8조9834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8.5%(8310억원) 줄었다. 유동자산은 기업이 1년 안에 현금으로 만들 수 있는 자산을 가리킨다. 이 중에서도 당좌자산이 6조1650억원으로 같은 기간 12.1%(8477억원) 감소했다. 당좌자산은 상품 판매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1년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다.
올해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긴 힘들 전망이다. 아직 연초 성적표지만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에도 1266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53억원을 기록한 것보다는 적자 폭이 6.4% 축소되긴 했지만, 반전이라고 여길 만한 변화는 아니었다.
그래도 믿을 구석은 풍부한 현금이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다소 부정적인 기류가 일긴 했어도, 당장 눈앞에 있는 현금만 끌어모아도 3조원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여력은 롯데케미칼의 메리트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에 들어 있는 돈은 각각 2조1118억원, 1조3196억원으로 총 3조4314억원이다.
“전쟁 및 미국 관세 이슈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수익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며 “고부가 포트폴리오 확대 및 에셋라이트 전략 실행 등 재무건전성 개선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롯데케미칼은 해당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나면 내년부터는 EBITDA 내 투자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며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전사 혁신 활동과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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