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팬알기] ⑩베어스 안타 역사와 최다안타 타이틀에 관하여

『오후 3시. 황석중 주심이 힘차게 “플레이볼!”을 외쳤다. 원정팀 OB 베어스의 선공으로 1회초가 시작됐다. 1번 타자 ‘작은’ 이근식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1사 후 2번 타자 김광수가 등장했다. 연속 2개의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파울 하나를 포함해 볼카운트를 2B-2S로 몰고 갔다. 6구째를 받아쳤다. 장쾌한 중월 2루타! 베어스 역사상 최초의 안타가 터진 순간이었다.』 <베팬알백 1권 83페이지>

위의 글은 [베팬알백-베어스 팬이라면 죽기 전에 알아야 할 100가지 이야기] OB 베어스 시대 ⑤편 <베어스 최초 경기, 역사적 1호 기록과 추억을 찾아서>에서 소개했던 내용 중 한 부분이다.
베어스 구단 최초 안타의 주인공은 김광수였다. 1982년 3월 28일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구단 역사상 최초 경기에서 1회초 2번 타자로 타석에 등장해 MBC 청룡 선발투수로 나선 잠수함 이광권을 상대로 2루타를 뽑아냈다.
그로부터 43번째 시즌. 2024년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인 9월 28일 창원 NC전 3-3 동점이던 9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두산 베어스의 신인 류현준은 좌전 적시타로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류현준의 이 결승타는 올 시즌 베어스 구단의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안타이자 구단 역사상 통산 5만138번째 안타로 기록됐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베팬알기-베어스 팬이라면 알아야 할 기록 이야기]는 통산 5만138안타 사이에 얽혀 있는 베어스 구단의 안타 역사와 최다안타 스토리를 짚어보고자 한다.

◆ 베어스 최초 안타 김광수부터 5만138번째 안타 류현준까지
OB 베어스는 1982년 구단 최초 경기에서 장단 11안타를 날리며 9-2로 역사적인 첫 승리를 거뒀다. 그해 6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안타를 생산하면서 한국시리즈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팀당 80경기(전·후기리그 40경기씩)만 소화하던 원년에 기록한 팀 안타수는 총 778안타(경기당 9.73안타)였다.
그렇게 안타를 쌓아나가던 두산 베어스는 올해 하나의 이정표를 작성했다. 8월 29일 창원 NC전에서 7회초 김재환이 상대 투수 카일 하트를 상대로 중전안타를 때리면서 구단 통산 5만 번째 안타에 깃발을 꽂았다.
6월 20일 삼성 라이온즈가 먼저 KBO 최초 팀 5만 안타(대구 SSG전 8회말 윤정빈 좌월 솔로홈런-상대 투수 문승원) 기록을 세웠는데 두산은 곧이어 KBO 2번째 5만 안타 기록을 작성한 구단이 됐다. 그리고는 올 시즌 최종전에서 9월 28일 류현준의 안타로 구단 통산 안타수를 5만138개로 늘렸다.
두산은 43년의 세월 동안 무수한 안타를 생산해냈고, 그 사이 쉽게 넘보기 힘든 한 시즌 팀 최다안타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팀타율 0.309으로 KBO 신기록을 세운 2018년 무려 1601안타를 뽑아냈다. 현재로선 한 시즌 팀 1600안타를 기록한 유일한 구단이다. 그 뒤로 1500안타를 돌파한 사례가 5차례 있는데 2015년 삼성(1515안타)과 넥센 히어로즈(1512안타), 2016년 두산(1504안타), 2017년 KIA(1554안타), 2024년 KIA(1542안타)다. 차이가 매우 크다.
그래서 두산의 2018년 1601안타는 앞으로 팀당 경기수가 늘어나지 않는 한 쉽게 깨지기 힘든 기록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 베어스 최초 최다안타 박종훈…그러나 비공인
베어스 구단에서 가장 먼저 최다안타 1위에 오른 인물은 1983년 신인왕 박종훈이었다.
KBO 출범 2년째인 1983년은 팀당 100경기를 소화했는데 그해 OB 베어스 유니폼을 입자마자 주전 중견수로 자리잡은 박종훈은 97경기에 출장해 117안타를 때렸다. 삼성에 입단한 장효조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당시엔 최다안타가 KBO 공식 타이틀은 아니었다. 하나의 참고 기록에 불과했다.
KBO 타격 부문 개인 타이틀 변천사를 보면 1982년부터 1989년까지는 '승리타점(결승타)'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결승타는 당시 클러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인정받았지만, 행운의 요소가 너무 많다는 주장이 일면서 1990년부터 KBO 공식 타이틀에서 사라졌다. 대신 최다안타 타이틀이 신설됐다. 그래서 최다안타왕은 1990년 이후부터 공인되고 있다.
어쨌든 비공인이지만 1980년대까지 최다안타 부문 1위에 등극한 베어스 선수는 박종훈이 유일했다.
그에 앞서 80경기를 소화했던 1982년 원년에 OB 신경식이 98안타로 2위, 윤동균이 97안타로 3위에 올랐다. 당시 1위는 MBC의 4할 타자(0.412) 백인천(103안타)이었다. 백인천이 일본프로야구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면 신경식이 비공인 최초 안타왕에 오를 뻔했지만 아쉽게 2위에 그쳤다. 그해 윤동균은 타율 부문에서도 0.342로 2위, 신경식은 0.334로 4위에 올랐다.


◆ 베어스 1호 최다안타 주인공은 김형석
KBO 공식 타이틀로 인정돼 시상식을 시작한 1990년 초대 최다안타왕에 오른 인물은 빙그레 이글스 이강돈(146안타)이었다. 1991년 빙그레 장종훈(160안타), 1992년 해태 이순철(152안타)로 매년 최다안타왕의 얼굴이 바뀌었다.
그러다 베어스 구단 1호 최다안타 주인공이 나타났다. 바로 ‘미스터 OB’ 김형석이다. 1993년 126경기를 뛰면서 147안타를 뽑아내면서 2위인 해태 루키 이종범(133안타)를 제치고 대망의 최다안타 타이틀을 따냈다.
신일고와 중앙대를 졸업한 국가대표 출신의 좌타자. 1985년 OB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김형석은 구단의 간판 타자로 성장했다. 최다안타 타이틀이 만들어지기 직전인 1989년 121안타로 이 부문 2위(1위는 빙그레 이강돈 137안타)에 올랐고, 그 이후 매년 최다안타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형석은 1993년 마침내 147안타를 날리며 개인적으로 첫 타이틀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구단도 5년간의 암흑기(1988~1992년)를 뚫고 그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김형석은 그 시절 연속경기 출장 행진을 벌이며 주목받고 있었다. 1989년 9월 24일 인천 태평양전(더블헤더 제2경기)부터 1994년 9월 4일 군산 쌍방울전까지 622경기 연속출장 신기록을 이어나갔다. 불행하게도 1994년 선수단 집단 이탈 사태가 벌어지면서 김형석의 대기록은 중단됐고, 이후 ‘철인’ 최태원이 김형석의 기록을 넘어 1009경기 연속출장 신기록을 세웠다. 김형석의 기록은 현재 역대 2위에 자리잡고 있다.

◆ KBO 스위치히터 최초 최다안타왕 장원진
베어스 구단 역사상 2호 최다안타왕은 2000년 장원진이다. 두산 베어스로 구단명이 바뀐 뒤 최초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장원진은 그해 170안타를 뽑아내면서 LG 이병규와 함께 최다안타 공동 1위에 올랐다.
장원진이 주목 받은 것은 'KBO 최초 스위치히터 최다안타왕'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인천고 인하대 출신으로 1992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에 지명됐던 무명 출신(당시엔 2차 2라운드 이후는 구단에서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무명 선수들이 많았다). 원래는 왼손잡이였지만 후천적으로 오른손잡이(어린시절 할머니 권유)가 된 장원진은 대학 시절 간간이 스위치히터로 연습을 하다 프로 입단 이후 본격적으로 스위치히터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박종호 이종열 등과 함께 KBO리그를 대표하는 ‘양타 선수’로 자리잡았다.
한때 ‘용규놀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용규가 좀처럼 아웃되지 않고 끈질기게 파울을 치면서 투수를 괴롭힌 데서 유래한 신조어다.
그런데 거슬러 올라가면 그에 앞서 장원진이 그런 ‘용규놀이’ 타격을 하는 대표적인 선수였다. 삼진이 돼야 할 공도 파울을 만들어낼 때가 많았고, 과장을 좀 보태면 포수 미트에 들어간 공을 끄집어내듯 쳐내 좌중간이나 우중간에 얄밉게 바가지 안타를 만들어내는 데 남다른 재능을 발휘했다.
그래서 당시 야구판에서는 “세상에는 알 수 없는 게 두 가지 있다. 개구리가 어디로 튈지 모르고, 장원진의 타구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타격폼만 보고는 타구 방향을 예측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방망이가 시동을 거는 순간 잡아당기는 타구가 나올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편 그라운드로 날아가 빗맞은 안타가 될 때가 많았다. 히팅 포인트를 최대한 뒤에 두고 치는 스타일인 데다 배트 컨트롤이 탁월했기에 이런 타구가 많이 생산됐다.
2000년은 스위치히터의 전성기였다. 현대 박종호가 0.340의 타율로 스위치히터 최초 타격왕에 올랐고, 장원진이 최다안타왕에 등극했다.
지난해까지 장원진이 KBO 역사상 유일한 스위치히터 최다안타왕이었는데, 2024년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KBO 신기록인 202안타를 치며 역대 두 번째 스위치히터 최다안타왕으로 올라섰다.


◆ 포수 최초, 최연소 2연 연속, 외국인 최초…역대 5명이 7차례 달성
베어스 구단은 최다안타 부문 1위를 총 7차례(5명) 배출했다. 장원진 이후 2004년 홍성흔이 165안타로 구단 역사상 3번째 최다안타 타이틀을 따냈다. 당시 홍성흔의 포지션은 포수. KBO 역사상 포수가 최다안타왕에 오른 것은 최초였고, 지금까지도 유일하다.
김현수는 2008년(168안타)과 2009년(172안타) 최다안타 부문 1위에 올랐다. KBO 역사에서는 LG 이병규가 2000년과 2001년 최초로 2년 연속 최다안타왕을 차지했는데 김현수는 베어스 구단 최초이자 KBO 최연소(20세~21세) 2년 연속 최다안타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2019년 쿠바 출신의 외국인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등장했다. 197안타로 최다안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는 2014년 넥센 서건창이 기록한 201안타에 이어 당시 KBO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 아울러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최다안타왕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페르난데스는 이듬해인 2020년에는 한 술 더 떠 199안타로 다시 최다안타 1위에 올랐다. 올해 롯데 레이예스가 외국인타자로 역대 3번째 최다안타 주인공이 됐지만, 2년 연속 최다안타 타이틀을 거머쥔 외국인선수는 현재까지 페르난데스가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다.

◆ 베어스 개인통산 최다안타 순위는?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역대 선수 중 통산 최다안타 부문 순위를 살펴보면 1위는 ‘두목곰’ 김동주다. 1998년 입단해 2013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통산 1710안타를 기록해 역대 베어스 선수 중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 중이다.

역대 2위는 통산 1483안타의 허경민이다. 지난해까지 통산 1354안타로 역대 4위에 포진했지만, 올 시즌 129안타를 추가하면서 단독 2위로 치고 올라갔다.
3위는 홍성흔의 1478안타다. 홍성흔은 프로 데뷔 후 우타자 최초 2000안타를 돌파하는 기록을 쓰면서 통산 2046안타를 기록한 뒤 은퇴했는데 두산 소속 선수로는 1478안타, 롯데 소속 선수로는 568안타를 때려냈다.
현역 선수인 정수빈은 4위에 올라 있다. 2009년 두산에 입단한 뒤 올해까지 1477안타를 기록했는데 홍성흔에 불과 1개 차이다.
1990년생 동기로 ‘90즈’로 불리는 허경민과 정수빈은 두산 선수로 계속 활약할 경우 이변이 없는 한 2년 이내에 김동주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들은 향후 베어스 구단 개인통산 최다안타 부문 1위를 두고 경쟁을 할 듯하다.
그 뒤로 은퇴한 안경현(1469안타), 김형석(1343안타)이 각각 5위와 6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어 현역 선수인 김재환이 은퇴한 장원진과 1342안타로 공동 7위에 있다. 김재환은 내년에 100안타만 추가하면 김형석, 안경현은 물론 홍성흔까지 추월하게 된다.
현재 통산 1267안타로 베어스 역대 10위에 있는 양의지가 어디까지 치고 올라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양의지는 프로 무대에서 개인통산 1815안타를 기록 중인데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501안타를 기록했고, 두산 소속으로 1276안타를 기록 중이다.


이재국
야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야구덕후’ 출신의 야구전문기자. 인생이 야구여행이라고 말하는 야구운명론자.
현 스포팅제국(스포츠콘텐츠연구소) 대표
전 스포츠서울~스포츠동아~스포티비뉴스 야구전문기자 / SPOTV 고교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