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래도 된다고요?”…온라인 짝퉁판매 걸리면 미국은

김규식 기자(dorabono@mk.co.kr),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3. 2. 14. 06:3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픈마켓에서 가품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배경에는 느슨한 규제가 있다. 한국은 오픈마켓을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해 법적 책임을 전혀 부여하지 않는다. 한국은 오픈마켓의 분쟁과 관련해 ‘자율규제’를 정책 기조로 삼고 있어 독점적 지위를 지닌 플랫폼의 횡포를 방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다르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Amazon)을 통해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자 책임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정비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가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른바 ‘샵 세이프(Shop Safe)’ 법안인데 아마존·이베이 같은 오픈마켓에서 판매자가 가품을 유통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련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오픈마켓은 판매자가 제품을 등록하기 전 가품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기술을 사용해야 하고 가품 거래에 연루된 판매업자는 3번 이상 적발되면 퇴출하도록 한다. 만약 가품 판매자로 판명되면 관련 정보를 사법당국과 지식재산권 소유자에게 제공해야 하고 판매자는 정품이라는 사실을 오픈마켓에 증명하도록 해야 한다. 이 법안은 미국에서 논란 끝에 2020년 회기 종료로 폐기됐지만 2021년 다시 발의돼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크리스찬 루부탱 구두. [사진 출처 = 루부탱 공식 인스타그램]
유럽의 경우 미국 보다 더 강력하게 오픈마켓을 제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럽 최고 사법기구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아마존에서 가품이 유통됐을 때 오픈마켓 또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2019년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이 아마존을 상대로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법원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크리스찬 루부탱은 빨간색 밑창을 특징으로 하는 구두로 유명한 브랜드다. 이들은 가품 판매업자들이 상품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아마존이 가품을 보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크리스찬 루부탱의 손을 들어줬다.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 개별 판매자가 아니라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을 보고 구입하기 때문에 이들을 믿고 구입하고 있다며 오픈마켓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특히 아마존이 해당 모조품 판매업체 중 일부의 상품을 보관하고 고객에게 배송하는 부분에서 책임소지가 명확하다고 봤다.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에 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오케이몰 등 국내 4개 온라인 명품플랫폼에 대해 불공정 약관을 개정하도록 했다. 가품을 판매한 업자에게 계약 해지, 패널티 및 고발 조치를 통해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상품에 관리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상품 정보의 진위와 하자 및 가품 여부를 확인할 책임이 오픈마켓 사업자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런 정책 기조에 따라 쿠팡은 소비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추세로 전환했다. 쿠팡은 자사 오픈마켓인 마켓플레이스에서 발생한 결함·불법 상품 판매에 대해 오픈마켓이 직접 개입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 약관도 개정했다. 만약 판매자가 불법 상품을 팔아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쿠팡이 먼저 상품 회수부터 환불, 폐기 까지 선보상 조치를 하고 이후 판매자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 특성상 걸러지지 못한 가품 등 상품이 무분별하게 등록되면서 소비자 피해가 늘었고, 심지어 고객 환불 요청도 응대하지 않는 불량 판매자도 상당수”라며 “즉시환불만을 요청하는 플랫폼의 소극적 개입을 넘어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 [연합뉴스]
정부의 노력과는 별개로 제도 개선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오픈마켓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종 법률 개정안이 상정돼 있지만 논의 조차 시작하지 않고 폐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규모유통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플랫폼을 ’상품판매매개자‘로 새로 정의하고 이들에 대한 간접책임 규정 도입 등을 담았지만 이 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해 플랫폼 업계는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지나친 규제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가품 등 이슈 발생으로 인한 책임을 모두 지우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대형 브랜드만 입점하는 결과가 나올수도 있다”며 “중소 브랜드가 오픈마켓 통해 성장하는 사례가 점점 줄어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