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성화장실 없는 군사법원은 강릉이 ‘유일’···규정 무시, 3년째 ‘남녀 공용’ 대체
강릉지역 군사법원이 여성 전용 화장실을 설치해야 한다는 지침을 어기고 여성화장실 없이 3년째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저출생 등으로 병력이 부족해지면서 여성군인 인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인데, 군 내부의 여성을 위한 환경은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앙지역군사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의 10개 지역군사법원 중 강원 강릉시에 있는 제3지역군사법원 2재판부가 2022년 7월 설립 후 현재까지 여성화장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화장실이 설치되지 않은 군사법원은 전국에서 강릉이 유일하다. 현재 강릉 군사법원에는 판사를 포함한 직원 총 9명 중 3명이 여성이다.
군사법원은 군사재판을 관할하는 특별법원으로, 군인이나 군무원이 저지른 형사사건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다. 군 관련 범죄를 저질렀다면 민간인도 군사법원에서 재판받을 수 있다.
국방·군사시설에 포함되는 군사법원은 국방부의 ‘국방·군사시설기준’에 따르도록 돼 있다. 해당 기준 규정을 보면 근무자 상주 시설에는 남성화장실과 분리된 공간에 여성화장실을 1개소 이상 계획하고, 2개 이상의 변기를 두도록 했다.
이 규정은 여성 전용 시설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필요성을 반영해 2019년 9월1일 신설됐다. 국방시설본부는 “병력 구조가 변화하고 여성 군 인력이 확대됨에 따라 공중화장실법 수준으로 국방·군사시설기준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국방논단 1889호를 보면 국내 여성군인 비율은 1970년 1.3%에서 2020년 17%까지 꾸준히 늘었다. 2016년 공중화장실법 시행령은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 대상 강력범죄를 막기 위해 신축건물의 남녀화장실 분리설치 의무대상 범위를 확대하도록 개정됐는데, 국방부도 이를 토대로 여성화장실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규정은 미이행시 조치규정을 따로 두지 않아 강제성이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군사시설기준은 있지만, 여건이나 예산이 확보되는대로 개선하라는 차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병역 자원을 보충하기 위해 여성군인 확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시설인 여성화장실 관련 규정이 미비한 것은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하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여성 판사, 여성 국선 변호사, 여성 군인이 당사자로 출석할 수 있는데 여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은 군사법원에 남성 중심 분위기가 만연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군사법원 측은 이달 중에 강릉 군사법원에 조립식 여성화장실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사법원 관계자는 “강릉 군사법원 내 화장실은 ‘남녀공용’으로 돼 있지만 남성들은 이곳을 사용하지 않고 건너편 건물의 남성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며 “예산을 배정받고 설계를 추진했으나 인허가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지연됐다”고 말했다.
추미애 의원은 “군 특성상 소수인 여성군인이 불편함을 감내하며 복무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소한의 편의시설인 화장실만큼은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전수조사 및 화장실 분리 설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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