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비닐 커버 금지 ‘말짱 도루묵’...정부, 돌연 일회용품 규제 완화
1년여 계도기간 ‘무기한 연기’
매장마다 우산 커버 사용 여전
비와 함께 비닐 쓰레기 쏟아져
시민 “넘치는 쓰레기 보기 싫지만
실용성·편리함 커 포기 힘들어”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완화로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장마철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비닐 쓰레기로 환경 보호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2022년 11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3천㎡ 이상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에서 우산 비닐 커버 사용이 금지됐다. 1년 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규제가 본격화될 예정이었지만 돌연 완화 방침으로 돌아서면서 계도기간이 무기한 연기됐다. 또 규제 대상에서 중소형 매장은 제외돼 비닐 커버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나기가 내린 24일 대구 중구 백화점과 지하철역 등 입구에는 빗물 제거기가 비치됐지만 일부 상가에서는 여전히 비닐 커버를 사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CGV 대구한일에서 구 중앙파출소까지 약 500여m 거리에는 비닐 커버를 사용하는 상가가 10여곳에 달했다.
한 상가는 빗물 제거기와 비닐 커버 꽂이를 나란히 두고 손님에게 “우산은 빗물을 닦거나 비닐에 넣어주세요”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옆에 놓인 쓰레기통에는 비닐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시민들은 넘치는 쓰레기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실용성과 편리함 때문에 비닐 사용을 포기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건물에서 나오며 우산 비닐을 벗겨내던 정모(35)씨는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빗물 제거기가 이미 축축해서 우산에 있는 물기가 잘 안 닦인다”며 “비닐 쓰레기는 썩지 않아 웬만하면 안 쓰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1)씨도 “비닐 커버를 쓰면 빗물에 옷이 젖거나 우산 잃어버릴 걱정도 안 하고 꽂이에 우산을 넣었다 빼기만 하면 돼서 편하다”고 했다.
비닐 사용을 대체하기 위해 우산 빗물을 닦아내는 용품도 있지만 상인들은 반응은 시큰둥하다. 비용 부담과 사용 불편으로 손님들의 불만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우산 비닐 커버는 온라인에서 장당 20원 정도로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지만 30~40만원대의 빗물 제거기는 내부에 있는 극세사를 교체하는 데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ㅎ나다. 또 이용 횟수에 많을수록 빗물 제거 효과가 떨어지고 이용 방법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상인 황모(40대)씨는 “정부에서 돈을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면 굳이 바꿀 생각이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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