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전쟁, 그리고 제국의 시간
런던의 한가운데,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에 서면 누구나 그 장면을 본다. 템즈 강 위로 금빛 탑이 하늘을 찌른다. 바로 영국의 심장, 빅 벤이다. 160년 넘게 이 시계탑은 매분, 매시간을 어김없이 알려왔다.
하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영국 랜드마크에도 기술자의 실수, 전쟁의 흔적, 그리고 이름조차 혼동되는 수많은 비화와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오늘은 그 시계 소리 너머에 숨은 빅 벤의 진짜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빅 벤은 시계탑이 아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웨스트민스터 궁전 앞에서 “저게 빅 벤이야!”라고 외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빅 벤은 탑이 아니라 종의 이름이었다.
1859년, 완공된 시계탑에는 13.5톤짜리 거대한 종이 매달렸다. 그 소리가 너무 크고 묵직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 종을 빅 벤이라 불렀고, 결국 탑 전체가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원래 이 탑의 공식 이름은 단순히 시계탑이었다.
하지만 201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지금의 이름 엘리자베스 타워로 변경됐다.
기술자의 실수로 늦어진 제국의 시계

완벽해 보이는 빅 벤의 출발은 의외로 실패였다. 건설을 맡은 벤자민 홀 경은 거대한 종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그가 주문한 첫 번째 종은 운반 중 혹은 테스트 타종 중에 균열이 생겨 깨져버린 것이다.
결국 새로 주조해야 했고, 이 사고로 시계의 공식 개시가 1년 이상 미뤄졌다. 그 덕분에 제국의 시간은 1859년이 되어서야 제대로 울리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실수를 저지른 기술자의 이름 벤자민 홀이 종의 별명 빅 벤 의 유래가 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실수의 주인공’이 오히려 제국의 시간을 상징하는 이름이 된 셈이다.
나치의 폭격 속에서도 멈추지 않은 심장

1940년, 런던의 하늘에 독일 공군의 폭탄이 쏟아지던 시기.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하원 회의장은 불에 타 무너졌고, 탑의 지붕과 시계판 유리는 산산이 부서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시계는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그 종소리 역시 매일 BBC 라디오를 통해 “영국은 아직 건재하다”라는 희망의 시보로 울려 퍼졌다. 공습 속에서도 울린 그 ‘땡, 땡’ 하는 소리는 단순한 시계의 소리가 아니라 국가의 맥박이자 저항의 상징이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빅 벤을 영국인의 심장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빅 벤의 시계는 오늘날에도 전자장치 없이 작동한다. 4개의 거대한 시계판은 각 방향을 향해 정확히 돌아가고, 시간 조정은 지금도 동전 한 닢으로 이루어진다.
시계 기술자들은 바람과 온도에 따라 시침 속도가 미세하게 달라질 때마다 시계추 위에 영국 1페니 동전을 얹거나 빼서 속도를 맞춘다.
160년이 넘도록 유지된 이 전통은, 시간조차 인간의 손으로 다스린다는 영국식 장인정신의 상징이다.
입장료: 성인 35유로 / 청소년(만 11~17세) 20유로 / 11세 미만 입장 불가
※17세 이하 청소년은 반드시 성인 보호자와 함께 입장
✔영국 의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빅벤 투어 가능함
✔빅벤 주변 소매치기 발생 빈도 높아 주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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