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러' 선수와 이를 응원하는 팬들… WBC 빛내는 '체코 낭만 야구'
[도쿄(일본)=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야구 대회 중 가장 권위가 높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연하게도 대회에는 메이저리거 혹은 각 나라의 최고 선수들이 국가의 이름을 걸고 치열한 맞대결을 펼친다.
하지만 한국이 속한 C조에는 다소 특별한 사연이 있는 국가가 있다. 바로 체코다.

파벨 감독이 이끄는 체코 대표팀은 5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한국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4-11로 패했다.
체코는 한국이 속한 C조에서 최약체로 평가받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체코 선수 대부분이 야구 선수 외 다른 직업이 있는 '투잡러'이기 때문.
사실 체코는 2023년 WBC에도 참가했었다. 선수들 대부분이 전문적인 야구 선수가 아닌 만큼 승리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전문 선수가 아닌 '전기기사' 온드레이 사토리아가 오타니 쇼헤이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은 전 세계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 후 오타니 역시 체코 대표팀을 향해 'RESPECT(존경)'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이들의 도전을 인정했다.
체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5년 유럽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조금씩 성과도 내기 시작했다.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과도 꾸준히 평가전을 치르며 실력을 차곡차곡 쌓았다.
그럼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번 대회 역시 체코 대표팀 선수 대다수는 원래 직업을 잠시 내려놓고 WBC에 참가했다. 파벨 하딤 감독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생업을 잠시 미루고 대표팀에 합류해 짧은 시간 동안 굵은 땀을 쏟으며 대회를 준비했다.

이러한 노력에 체코 팬들도 응답하기 시작했다. 이날 도쿄돔에는 생각보다 많은 체코 팬들이 입장해 뜨거운 응원을 보여줬다. 공격마다 박수와 함께 선수들을 응원했고 안타가 나올 때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환호성을 보냈다. 특히 관중들은 꾸준히 '체시'(체코)를 외치며 선수단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물론 체코는 이날 한국과의 전력 차이를 실감해야 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강한 타격으로 주도권을 잡으며 체코 마운드를 압박했다.
하지만 체코 선수들은 매 이닝 안타를 치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5회에는 정우주를 상대로 스리런 홈런을 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홈런이 터진 순간, 3루 의 체코 팬들은 체코 국기를 펄럭이며 크게 환호했다.
비록 경기 결과는 패배였다. 하지만 체코 선수와 팬들은 스포츠의 가치가 승패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simtong96@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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