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굴교회군의 정수는 '베트 기오르기스' 이다.
베트 기오르기스는 다른 암굴교회군과는 좀 떨어져 있다.
'베트'는 '교회이고 '기오르기스'는 '세인트 조지' 성인을 이르는 암하릭어이다.
기오르기스 교회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성인인 기오르기스가 말을 타고 랄리벨라 왕 앞에 현시하여 "나를 위한 교회는 왜 없느냐?"고 불평을 했다.
랄리벨라 왕은 기오르기스 성인을 위해 가장 아름다운 교회를 짓겠노라 맹세했다.
왕은 자신이 한 맹세를 지켜 아름다운 '베트 기오르기스'를 건설했다.
입구에 있는 벽에는 성인이 타고 온 말의 발굽 자국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임마누엘 교회를 나오니 흙집 앞에 청년들이 앉아 있었다.
흰 두건의 할아버지는 스승이고 청년들은 성직자가 되기 위한 수련생이라고 한다.
성직자가 되려면 1천 페이지를 암기해야 한다고. ㄷㄷㄷ
스승과 제자 청년들은 헝겁에 성경을 필사한 리본을 판매하는 것 같았다.

랄리벨라를 떠나는 날까지 소녀는 줄곧 우리들이 있는 곳에 어김없이 나타나 나를 따라 다녔다.
성조지 교회 윗면에는 세 개의 십자가가 있다.
십자가는 교회의 상징이면서 빗물 수로의 역할도 한다.
십자가형 건물의 상부 천정은 두께가 약 3m 정도로 두껍다고 한다.

기오르기스 교회는 내부에 기둥들이 있는 다른 암굴교회와 다르게 기둥이 없다.
십자형 건물이라 구조적인 기둥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 같다.
기오르기스 교회는 노아의 방주를 상징화해서 설계했다.
아래 쪽에는 창문 모양은 있지만 뚫려 있지 않고 형태만 표시되어 있는 창문도 있는데
이것은 물이 들어찬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대홍수가 쓸고 지나간 후 비가 그치고 까마귀를 내 보내고 그 다음에는 비둘기를 보냈는데
그 비둘기가 올리브 잎을 물고 돌아온 것을 상징해서 창문에 올리브 잎을 새겼다.


그 시대에 굴 안에 있던 미이라는 다른 곳으로 안치되었다.
그런데 한 곳에 미이라가 그대로 있었고 정교회 신자들이 참배를 한다.
800년 된 미이라인데 발의 모양을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보존이 잘 되어 있다.

그 시대에 성직자들의 무덤으로 쓰이던 굴에는 현재 은둔자들이 머무르기도 한다.

교회에 들어갈 때마다 제단 앞에서 엄숙하게 기도하는 로컬 가이드 하일로.
지금까지도 꾸미지 않은 그의 선한 미소가 떠오른다.
에티오피아인들의 수줍음 많고 순수한 이면은 어쩌면 정교회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거리에 쓰레기가 별로 없고 사람들은 미소 지으며 친절했다.
정교회에서 강조하는 검소와 겸손.. 이런 가르침 때문인 것 같다.
하일로는 말했다.
'하나님께서 랄리벨라에 왔던 모든 분들은 1400년 동안 축복을 받으리라'고 성축하셨다고.

기오르기스 성인이 말을 타고 랄리벨라 왕 앞에 모습을 드러낸 장면을 그린 판넬화.


기오르기스 교회 탐방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교회 성벽에 앉아 명상에 잠겨 있는 하일로.

에티오피아에는 한국어 가이드가 없다.
로컬 가이드는 영어로 해설을 한다.
발음은 영국식이라 명확하게 잘 들렸지만 영어가 짧아서 다 알아 듣지 못했다.
로컬 가이드의 영어를 인솔자께서 2차 통역을 한다.
에티오피아 역사와 세계 미술사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통역이 쉽지 않다.
인솔자께서 통역을 하시다가 "모노레스크..? 모노레스크가 뭐지?" 하시더니 내게 물었다.
나 역시 갸우뚱..
12세기 이전까지 유행했던 양식이 로마네스크이고 아치형 창문 역시 로마네스크 양식을 차용한 것 같았다.
해설이 끝난 후에 "혹시.. 로마네스크를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요..?" 말씀 드렸다.
인솔자께서 로컬 가이드에게 "로마 스타일이냐?" 라고 물었고 하일로는 당연히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로마네스크와 로마 스타일은 전혀 다른 개념.
지금 생각하니 ㅡ
모노레스크도 로마네스크도 아닌 ' 모노리틱(Monolithic)'이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모노리틱은 하나로 된 거대한 덩어리로 작업한 것을 의미한다.
현지의 가이드는 정보만 제공하기보다는 이야기에 재미도 곁들여야 한다.
일행 중 누군가가 길게 이어지는 설명에 대해 인솔자께 이의를 제기한 것 같았다.
바른생활 사나이 하일로의 반듯하게 이어지는 지루한 설명, 그리고 2차 통역의 난해함.
이런 이유로 가이드의 해설은 여행기를 쓰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에티오피아의 관광대국 실현이 성공적으로 진행이 되어
유능한 한국어 가이드를 배출하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