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로 대표되는 대규모 생성형 인공지능(AI) 수요가 급격히 늘며 메모리반도체 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계학습(머신러닝) 과정에서 소요되는 막대한 정보를 감당하기 위한 초고성능 메모리반도체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다.
손교민 삼성전자 D램설계팀 마스터는 회사가 AI용 메모리시장을 겨냥해 준비 중인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개발을 이끄는 핵심 인물 중 한명으로 꼽힌다. 정보가 오가는 길을 의미하는 대역폭을 대폭 확장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참여하고, 해당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접목한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등 차세대 반도체 설계에 힘쓰며 삼성전자의 초격차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 마스터는 전자·전기공학 분야 전문가로 삼성전자에서 대부분 경력을 메모리반도체 개발에 매진했다. 그는 1994년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연세대에서 전기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대학원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메모리사업부 S램설계팀에서 동기식(싱크로너스) S램 개발에 참여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회사를 잠시 떠나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전기공학·컴퓨터과학(EECS)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전자로 돌아온 손 마스터는 2007년부터 10년간 D램설계팀 소속으로 더블데이터레이트(DDR4)와 HBM 등 차세대 D램 개발을 추진했다. D램설계팀은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핵심 개발 부서 중 하나로 DDR4를 비롯해 DDR5 D램, 저전력(LP)DDR5, 그래픽스(G)DDR 등 신제품 개발과 표준화 작업을 담당하는 곳이다. D램의 용량과 속도 등 성능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실제 양산을 시작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걸쳐 모든 영역을 관장한다. 이어 손 마스터는 2018년 삼성전자의 기술임원 직급인 마스터로 승진해 D램의 미래 설계·회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손 마스터는 지난 2020년 3세대(HBM2E)로 분류되는 플래시볼트를 개발해 백철호 연구원, 천기철 연구원, 김구영 연구원 등과 함께 삼성전자 연구팀 소속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관하는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플래시볼트는 당시 GDDR6와 비교해 면적은 절반 수준으로 줄이면서도 용량은 4배, 정보 처리 속도는 2.8배 개선한 제품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적층 기술을 적용해 전력도 기존 제품보다 3분의 1가량 덜 들어간다. 굵기가 머리카락의 20분의 1 수준인 실리콘관통전극(TSV) 6만 개를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적용된 결과다.
손 마스터는 수상 이후 삼성전자반도체 뉴스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AI의 발전뿐만 아니라 5세대(5G) 이동통신을 위한 고속 네트워크 서버와 슈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HBM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한 만큼 용량과 성능에 대한 요구사항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더 높은 성능을 더 낮은 전력으로 공급하는 HBM3를 개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업계 최고 성능과 초저전력 특성을 갖춘 HBM3 시제품의 출하를 시작하며 공급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올해 하반기 차세대 제품인 HBM3P 역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손 마스터는 현재 삼성전자 내에서 PIM 등 니어메모리(Near-Memory)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AI 시대에 유망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다. 니어메모리란 메모리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접목해 정보 처리를 전담하는 중앙처리장치(CPU)의 부하를 덜어주는 개념이다. CPU까지 모든 정보를 옮기지 않고 정보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메모리반도체에서 직접 처리하기 때문에 정보 처리의 병목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손 마스터에게 PIM은 낯선 분야가 아니다. 이미 지난 2021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HBM-PIM 개발에 참여했다. HBM2인 ‘아쿠아볼트’ 기반으로 개발된 제품으로 AI 가속기에 탑재하면 기존 HBM2를 단독으로 사용할 때보다 성능은 약 2배, 전력소모는 70% 이상 개선된다.
손 마스터는 지난해 12월 열린 ‘2022 PIM인공지능반도체 전략기술 심포지엄’에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모든 슈퍼컴퓨터는 HBM이 탑재되며 이를 기반으로 PIM을 적용하는 원칙으로 접근 중”이라며 “HBM3 기반 PIM을 내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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