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잠> 후기

개인적으로 좋은 영화는 여러 관점에서 봤을 때 해석이 가능하고, 다양한 흥미요소가 많은 작품이라 생각했다. 그 점에서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잠>은 여러 관점에서 봤을때 흥미로운 작품이자 좋은 영화다. 공포 미스터리 영화의 정서를 잘 유지하면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 장르물을 좋아하는 일반 관객과 평론가들 모두를 열광시킬 수 있는 요소를 모두 갖춘 완벽한 작품이었다.

특히 이 모든 것을 94분의 길지 않은 짧은 시간에 전부 담아냈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짜임새 있는 구성과 노련미 있는 편집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유재선이라는 이 신예 연출자에게 더 놀랄수 밖에 없었다. 비록 여러 영화의 정서를 차용했다 하더라도 이러한 장점만 긁어와 자기 작품으로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두 부부에게 펼쳐지는 위기를 조용한 새벽 집안의 풍경, 분위기만으로 공포를 유발하는 오프닝 장면이 대표적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이지만 빙의인지 잠꼬대인지 알수없는 현수(이선균)의 행동을 수진(정유미)의 시선에서 불안하게 그려냈는데, 효과음 같은 그 흔한 자극적인 요소없이 완성했는데도 충분히 무서웠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소품, 영상을 잘 활용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지만, <컨저링> 시리즈에서 흔히 볼수있는 카메라 구도와 화면비를 설정한 부분을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잠>은 절대 허투루 소비될 공포물이 아님을 선언한 것이다. 이 인상적인 출발이 이 영화가 어떤 방식과 정서를 추구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디테일을 활용해 수준 있는 공포를 만드는 방식이 <잠>의 대표적인 볼거리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통해 감독이 선보이고자 한것은 제목 그대로 단순한 잠자리를 다루고자 한 것이었을까? 오프닝에서 보여준 일상의 공포만 다룰 거라 생각한 영화는 중반부로 가면서 예상치 못한 샤머니즘의 정서가 담긴 오컬트 공포물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접목시킨다. 잠과 몽유병이라는 일상의 소재에 인간이 해결할수 없는 초자연적인 정서까지 등장시키게 되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선은 달라질수 밖에 없으며 공포의 강도 역시 커지게 된다.

일상의 공포와 초자연 현상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곡성>을 떠올리게 되고, 영화 역시 그렇게 흘러가는 건가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잠>은 일상 공포의 형태도 벗어나지 않고, 샤머니즘의 형태도 절대 놓치려 하지 않는다. 과욕일수도 있지만, 이 과욕을 영리하게 활용하며 미스터리의 요소로 완성했다는 점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잠>은 오컬트도 공포도 아닌 철저한 미스터리 영화로 시종일관 예측불허의 흐름과 전개를 선보이며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려 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세밀하게 등장하는 여러 요소를 복선으로 활용하는 꼼꼼함 까지 더해서 추리적인 요소까지 가져가려 한다.

무엇보다 영화의 이야기를 1,2,3장으로 구성해 기,승,전,결의 흐름을 유지하는 방식 역시 인상적인데, 1장에서 남편을 공포의 대상으로만 다룰것 같았던 영화가 어느새 2장에서는 아내 수진을 공포의 대상으로 바꾸는 형식이었던 것이다. 미스터리의 정서와 예측불허 전개의 묘미를 더 깊게 다루는 방식인데, 영화가 이를통해 보여주고자 한것은 가족 즉 현대 부부가 겪고있는 갈등과 고충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이다. <잠>은 여러 장르를 오가는 현란한 미스터리물인 동시에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세련되게 이야기하고자 한 작품이었다. 이선균과 정유미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케미 좋은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나중에는 광기서린 모습을 각각 보여주는 모습에서 그 어느때 보다 무서운 부부 싸움을 보는 느낌을 전해준다.

때론 부부이자 가족은 협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대립할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마치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 보여준 엄마에 대한 이중적인 의미를 보여준것 같아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다양한 장르적 요소에 집중력을 잃지 않는 이야기를 선보인 <잠>은 신예 유재선 감독의 놀라운 데뷔작이라는 의미를 벗어나 흥미로운 장르영화이자 현시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올해의 걸작이라 감히 생각한다. 최근 제작비 상승과 같은 여러 문제속에서 쉽지않은 장르로 최고의 가성비를 만들며 손익분기점까지 돌파했다는 점에서 <잠>은 현재의 한국 영화 시장에 좋은 모범 답안이 될 수있다. 결국 관객은 새로운 형태와 시선을 지닌 신선한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잠>은 절찬리 상영중이다.
평점:★★★★☆
- 감독
- 유재선
- 출연
- 정유미, 이선균, 김금순, 김남우
- 평점
- 6.9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