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시장 급랭”…한국 배터리 공장, 가동률 절반 위기
미국 전기차 판매 둔화, 한국 배터리 산업 ‘경고등’
미국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가 초비상에 걸렸다.
그동안 ‘전기차 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고 수조 원 규모의 투자를 이어온 국내 기업들이, 정작 현지 수요 위축으로 공장 가동률 절반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포드의 짐 팔리 CEO는 최근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약 10%에 그쳤고, 판매 증가율은 고작 1.6%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사실상 ‘정체 상태’다.
자동차 기업별로 보면 포드는 상반기 전기차 부문에서 약 30억 달러(한화 약 4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수익 구조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정부의 ‘역주행 정책’, 시장 냉각 가속화
여기에 정치적 변수까지 겹쳤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전격 중단하고, 내연기관차 배출 규제까지 완화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된 것이다.
지난 9월 말부터 전기차 1대당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액공제가 중단되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를 굳이 선택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 결과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브랜드의 판매량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조차 “전기차 수요의 회복세를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격 경쟁 심화, 배터리 기업엔 ‘직격탄’
전기차 침체의 직격탄은 완성차보다 배터리 업체에 더 뼈아프게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일시적 수요를 흡수할 수 있지만, 배터리 기업은 대체 시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GM을 비롯한 완성차들은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고가의 삼원계 배터리 대신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응급처방’에 불과하다.
전반적인 전기차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한, 배터리 납품 물량은 늘어나기 어렵다.

“600GWh 중 절반도 못 돌린다”…美 투자한 韓 기업 ‘울상’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미국을 ‘전략 거점’으로 삼고 총 60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 중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업계는 “내년 이후 가동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일부 소재 기업의 타격이 심각하다. 전해액 제조사 '엔켐(Enchem)'은 최근 테네시주 브라운즈빌에 짓기로 했던 약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공장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포드–SK온 합작공장(블루오벌 시티)에 납품을 목표로 했지만, 포드의 생산 축소와 수요 부진으로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결국 “전기차가 안 팔리면 → 배터리 발주 감소 → 소재 수요 급감”이라는 악순환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안으로 떠오른 ESS…하지만 ‘규모의 벽’ 높아
배터리 업계가 기대를 거는 분야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산과 맞물려 ESS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전기차 시장을 대체할 만큼의 규모는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ESS는 중요한 미래 축이지만, 단가·시장규모·납품구조가 전기차용 배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단기간 내 대체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시적 캐즘이 아닌 구조적 침체”…장기화 우려 커진다
한때 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 둔화를 ‘캐즘(Chasm)’ 즉, 대중화 직전의 일시적 침체로 해석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이제는 “이 침체가 구조적인 장기 현상으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 생산 거점을 집중한 한국 기업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뚜렷한 근거는 없다”며 “전기차와 내연기관차가 공존하는 중간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탈출구는 기술 혁신”…자율주행이 새 변수 될까
시장 침체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는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완전자율주행, AI 기반 운전 보조 기술,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확대 등을 ‘배터리 수요 반등의 열쇠’로 보고 있다.
완전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차량 내 인공지능 운용, 실시간 데이터 처리, 대형 스크린 구동 등으로 전력 소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고용량 배터리의 필요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이 같은 기술이 2028년 전후 본격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그 전까지는 “버텨야 하는 시기”라는 인식이 우세하다.
결론: ‘전기차 한파’, 생존의 시험대 오른 한국 배터리 산업
한때 ‘K-배터리’는 글로벌 시장의 주역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미국발 전기차 한파와 정책 변화로 인해, 이제는 생존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하는 기로에 섰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은 더 이상 보조금이나 감성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가격, 기술, 수익성이라는 본질적 경쟁력이 없으면 다음 10년은 버티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요약하자면,
미국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둔화는 단순한 경기 조정이 아니라 한국 배터리 산업의 구조적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투자 확대’가 아니라 ‘기술 중심의 생존 전략’ 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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