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주택시장은 국내에서 흔히 통용되는 신축 선호 현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인다.
준공된 지 30년을 훌쩍 넘긴 노후 단지에서도 한화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거래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홍콩 남부 타이탐 지역에 위치한 양명산장(Hong Kong Parkview)이다.
1988~1989년에 입주해 약 37년의 연식을 자랑하는 총 18개 동, 976가구 규모의 이 오래된 단지는 여전히 초고가 거래를 쏟아내며 시장을 놀라게 하고 있다.

양명산장의 가치는 실제 거래 수치로 입증된다.
실사용 면적 1,886제곱피트 규모의 주택이 4,680만 홍콩달러(약 80억 원 안팎)에 거래를 마쳤다.
단발성 거래에 그치지 않고 같은 동의 다른 가구들이 3,700만~4,278만 홍콩달러에 잇따라 매매되었으며, 실사용 면적 2,049제곱피트 주택은 5,500만 홍콩달러, 2,308제곱피트 규모 주택은 최대 8,680만 홍콩달러 수준에 거래된 기록도 확인된다.
오래된 아파트의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고가 실거래가 지속되는 현재진행형 현상이다.

도심 한복판의 초고층 단지가 아닌 산속 주거단지가 이토록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비결은 희소한 자연환경에 있다.
양명산장은 타이탐 국립공원에 둘러싸여 남쪽 해안을 조망하는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한다.
고밀도 개발로 빽빽한 홍콩 중심부에서 울창한 녹지로 둘러싸인 주거 환경을 확보하면서도 차로 센트럴까지 15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은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갖는다.
단순한 건물의 연식보다 독보적인 입지와 희소성이 매매가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단지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축은 세월을 무색하게 만드는 풍부한 부대시설이다.
단지 내에는 실내외 수영장, 3층 규모의 대형 피트니스 센터, 테니스 코트, 스쿼시 코트, 골프 시뮬레이터, 어린이 놀이 공간 등 최고급 주거 단지에 걸맞은 커뮤니티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 사우나와 스팀룸까지 운영되어 입주민이 단지 안에서 운동과 여가를 모두 완결할 수 있다.
이러한 대규모 커뮤니티 부지는 신축 아파트가 들어선다 해도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압도적인 자산이다.

모든 가구가 균일한 고가에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실사용 면적 1,031제곱피트 주택이 2,300만 홍콩달러에 매매된 반면, 2,000제곱피트가 넘는 대형 평형이나 로열층, 주망 및 향이 뛰어난 주택은 5,000만~8,000만 홍콩달러를 넘나든다.
같은 단지 내부에서도 면적, 조망, 동 위치, 세대 개조 상태 등에 따라 가격 스펙트럼이 매우 넓게 형성되어 있다.
단지 전체를 일률적인 가격표로 단정하기보다 개별 세대의 조건에 맞춰 정교한 가치 평가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명산장의 사례는 오래된 집은 가치가 떨어진다는 단순한 공식에 의문을 던진다.
건물 자체는 40년 가까이 노후화되었을지 몰라도, 훼손되지 않는 자연환경과 뛰어난 도심 접근성, 대규모 부지 기반의 커뮤니티 시설이 결합된다면 주택의 가치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유지될 수 있다.
결국 홍콩 부자들이 산속 오래된 아파트를 놓지 않는 진짜 이유는 자극적인 매매가 액수 그 자체보다, 세월이 흘러도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주거 가치와 희소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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