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로즈 X 나이키 캠페인, 미공개 컷 추가한 감독판 공개
런던의 인기 디자이너가 그의 재치 있는 스포츠 TV 채널과, 아이코닉한 1990년대 앵커에 대한 캐스팅 뒷이야기를 전한다.
우리가 아는 한 마틴 로즈(Martine Rose)는 한쪽 다리는 패션에 다른 한쪽은 축구에 걸치고 있다. 유니폼을 비틀어 비대칭 디자인의 저지 티셔츠로 재탄생시키는 식으로든, 잉글랜드 여자 축구 국가대표 ‘라이오네스(The Lionesses)’의 유니폼을 선보이는 식으로든, 그는 아름다운 경기를 둘러싼 문화와 인물, 스토리를 다루는 데 몸을 바쳐 왔고, 특히 잔디밭 위를 뛰는 소녀들을 사랑했다.
로즈는 2023 여자월드컵를 맞이해 나이키(Nike)와 세 번째 협업을 진행했다. 미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의 유니폼 디자인을 맡아, 더블 브레스트티드 자카드 수트와 바이저 선글라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그래미 어워드(Grammys) 룩에서 살짝 엿볼 수 있었던 형광빛 나이키 ‘Shox MR4’를 선보였다. 머지않아서는 그가 만든 가상의 스포츠 채널 마틴 로즈 스포츠 TV(Martine Rose Sports TV)를 공개했다. 오렌지 조각과 서브부테오(Subbuteo) 토너먼트에 관한 인터뷰와 뉴스가 기이하게 섞여 있는 이 영상은 곧 소셜 미디어 곳곳에 퍼져나갔다.
신예 로지 마크스(Rosie Marks)가 연출한 캠페인은 이상하고도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방송인 아멜리아 디몰덴버그(Amelia Dimoldenberg), 트로이 더 매지션(Troy the Magician), 리버풀에서 활동하는 프리스타일 축구선수 미스터 실키 스킬스(Mr Silky Skills)가 출연한다. 진행자는 루비 왁스(Ruby Wax)다. “루비가 그의 1990년대 TV쇼 ‘Ruby Wax Meets’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와 비행 대담을 나누던 것을 떠올려 보자. 그라면 뭐든지 해낼 것 같았다.” 마크스가 말했다. ‘Shox MR4’의 리셀가 폭등에 대한 경제예측과 독특한 하이퍼팝스타 베이비모로코(Babymorocco)의 메트로섹슈얼 라이프 가이드가 끝나고 나면, 제멋대로인 서사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영상의 컨셉은 쇼가 어딘가 계속 잘못되어 가는 것과 그때마다 루비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여주는 데 있다.”
현재 젊은층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과 2000년대 이전의 방식이 유사성을 띄는 가운데, 이 캠페인은 밀레니엄 전부터 있었던 원조 격 영상 플랫폼 플리커(flickers)뿐만 아니라 틱톡(TikTok)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우리는 간추린 뉴스와 중간 광고, 전파장애 등 옛날 TV쇼의 다양한 구성 요소를 결합했고, 아이가 그러듯 중간중간 성인 채널을 틀어 보였다.” 마크스가 설명했다. “제4, 5의 벽을 뚫고 집에서 쇼를 보고 있을 시청자들에 눈을 맞췄다. 화면 반대편에 있는 로즈의 친구와 가족을 등장시키고, 루비 왁스가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하도록 했다.”
건조한 유머, 어색한 순간과 함께 아름다운 혼돈을 빚어낸 이 캠페인에는 로즈의 폭넓은 인사이트가 돋보인다. 여기서 그는 직장인, 축구장 단골, 파티광 등으로 대표되는 남성상의 전형성에 대한 오랜 탐구 열정을 드러냈다. 로즈는 축구 배지를 단 남자 셔츠, 바바리맨, 축구팬 고객을 위한 폰섹스 서비스 등의 레퍼런스를 활용해 재치 있는 메들리를 선사했다. 물론, 여왕 로즈가 해 온 모든 일이 그랬듯 이는 약자를 고무하고, 패션을 보고 입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감독판을 독점으로 공개하는 것과 더불어, 여자 축구 히로인과 루비 왁스의 카메오 출연 등에 관해 로즈에게 들은 캠페인 뒷이야기를 전한다.
마틴 로즈 스포츠 TV 채널을 어떻게 떠올리게 됐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채널 하나를 만드는 게 최고의 방법이었다. 채널 사이를 뛰어넘으며 다른 테마와 스타일을 가진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것은 스포츠를 이야기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 같았다.
루비 왁스를 캐스팅한 배경이 궁금하다.
루비 왁스는 특히 영국에서 전설이고 아이콘이다. 그는 그만의 인터뷰 장르를 개척했고, 형식적이지 않고 활기 넘치는 90년대 TV 산업에 크게 기여했다. 화면 뒤편 날 것 그대로의 기운, 우리는 그 에너지와 유머를 원했다.
이번 미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 프로젝트는 꽤 특별했을 것 같다.
나이키와 함께한 시간의 결실이다. 우리는 2021년 라이오네스 유니폼과 이에 영감받은 저지를 만들며 여자 축구 이야기를 함께 쓰기 시작했다. 아는 것이 거의 없었던 나로서 이들과의 협업은 여자 축구에 대해 배우는 멋진 여정이었다. 이제 나는 그동안 여자 축구가 얼마나 열외시되어 왔는지 이해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분명 큰 변화가 있었다. 내가 내 여정을 통해 배우는 동안 세계도 나름대로 이 시대정신을 따라잡고 있었던 거다.
나이키와 협업하며 여자 축구와 관련해 새로 발견하게 된 이야기가 있다면.
라이오네스의 여정이 어디로부터 시작됐는지 알아가는 것은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었다. 거기에는 최초의 흑인 여성 감독 호프 파월(Hope Powell)의 이야기, 축구가 곧 구원이었던 난민 이야기, 여성 축구를 지키기 위해 힘쓰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여성 축구팀 중에서는 지원을 비교적 많이 받는 편인 미국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미국 축구선수 메건 라피노(Megan Rapinoe)는 임금 불평등, 자금 불평등과 관련해 여성 스포츠에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크게 노력했다. 레아 윌리엄슨(Leah Williamson)과 영국 대표선수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컬렉션에서 테일러링에 어떻게 접근했나.
강하고, 간단하고, 스포티해 보이기를 바랐다. 그렇다고 트랙수트 형태로 재단하고 싶지는 않았다. 모양은 다부지고 역동적이며 날렵하다. 버튼을 감추며 최소한의 디테일만 남겼고 군더더기가 없다. 운동선수를 위한 옷이니까.
나이키 ‘Shox MR4'의 두 번째 컬러웨이를 선보였다. 신발을 그렇게 상징적으로 재해석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내가 일반적으로 디자인에 접근하는 방식인데, 나는 그게 남성상의 전형성이든 스트리트웨어 코드든, 문화적인 의미가 있는 것을 취한다. ‘Shox MR4’에는 영국뿐만 아니라 마르세유에도 큰 공명을 일으키는 에너지가 담겼다. 스트리트웨어와 유스컬처를 연결하는 에너지다. 경계를 허물고 모양을 뒤집는 일은 언제나 재밌다. 이것이 내가 남성복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이유이며, 거기에는 아직도 깨트릴 규칙이 많다.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엄청난 과정이었다. 루비가 쇼를 진행하며 함께 하는 캐릭터들을 이끌어줬으면 했던 것만은 확실했다. 경연 쇼, 게임 쇼 등 포함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있었다. 어떤 쇼를 찍을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좋아, 여기에선 아멜리아가 루비와 호흡이 좋을 거야. 현대판 루비 같지만 본인 스타일이 있지.’
도버 스트리트 마켓 런던(Dover Street Market London)에 새 컬렉션을 전개했다. 이 컬렉션을 대표할 만한 얼굴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
라이오네즈, 아멜리아… 모든 사람을 대표한다. 어느 한 명만 콕 찝어 말할 수 없다. 라이오네즈의 크리스 록우드(Chris Lockwood)라면 또 모르겠다. 라이오네즈는 언제나 내 마음속 특별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번 컬렉션은 이들과, 컬렉션에 영감을 준 세상의 모든 선구적인 여성들을 위한 것이다.
남자 축구와 여자 축구의 다른 점을 알아챈 것이 있다면.
남자 축구와 여자 축구 경기 모두를 직관해 봤는데, UEFA 여자 유로 경기는 덜 공격적이다. 남자 경기 관중석에서 구호를 외칠 때 우리는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노래를 부른다. 여자 축구는 거기 관중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아빠, 엄마, 형제, 아이들 그 누구든 즐길 수 있는 문화다.
에디터 Joe Bobowicz
번역 Jiyeo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