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쇼윈도 부부였다고 최근 고백한 이 유명커플
배우 공유와 서현진은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를 통해 부부 연기 호흡을 맞췄다.
지난달 29일 공개한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 장르의 작품이다. 결혼 때문에 혼자가 되어버린 여자 노인지(서현진)와 결혼하고 지독히 외로워진 남자 한정원(공유)의 기간제 결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계약결혼으로 맺어진 쇼윈도부부 공유와 서현진은 극중 결혼 제도로 날카롭게 바라본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리뷰: 포테이토 지수 93%] '트렁크', 결혼 제도로 날카롭게 바라본 인간의 본질
(전체 8부작 중 1~5회에 대한 리뷰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노인지(서현진)와 한정원(공유)은 몸 깊숙한 곳에 새겨진 상흔을 들여다보는 법을 모른다. 고슴도치처럼 뾰족하게 가시를 세우는 것만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결혼'이라는 제도에 회의감을 가지면서도 다시 한번 그 안으로 애써 편입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1년간 계약결혼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2015년 출간된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9일 공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극본 박은영·연출 김규태)는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을 탐구한다. 각자 지녔던 보이지 않는 상처는 사랑이라는 실체 없는 감정에 닿아 치유된다.
과거 노인지는 결혼을 앞두고 파혼한 적이 있다. 자신의 어머니가 예비신랑(이기우)이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을 온라인에 퍼뜨리면서다. 노인지는 예비신랑을 '사회적 죽음'으로 몰아넣은 어머니를 원망하면서도 5년 동안 사라진 그를 기다린다. 반면, 한정원은 부모의 지독한 결혼생활로 제도 안의 사랑에 회의감을 가지면서도 오랜 소꿉친구 이서연(정윤하)과 2년간의 결혼 끝에 파경에 이른다. 늘 목줄이 묶인 채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이서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정원은 그의 제안에 노인지와 계약결혼한다.
"그냥 1년만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한정원 앞에 나타난 노인지로 인해 그들의 견고했던 세계에는 균열이 생긴다.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는다거나, 서로가 좋아하는 노래의 취향을 공유하고, 축구 프로그램을 보는 사소한 지점부터 족쇄와도 같던 과거의 기억을 터놓는 순간 등 두 사람의 상처 위에 새로운 기억이 포개진다.
노인지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원작 소설이 재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느낌이라면, 드라마는 애틋하고 애처롭다. 드라마는 호숫가 위에 의문의 트렁크가 떠올라 수사를 시작한 경찰의 현재 시점과 노인지와 한정원의 결혼 생활을 교차한다.
또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 NM(New Marriage) 소속 직원인 노인지가 다섯 번째 남편 한정원과 계약결혼을 한다는 소설의 기본적인 형식과 캐릭터를 차용하면서도, 드라마는 그와 달리 많은 부분을 변주한다.
드라마는 소설이 관통했던 '쓰리다'는 감정에 집중해 노인지의 속마음을 망망대해에 홀로 떠있는 섬처럼 분리시키고 한정원과 관계성에 집중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야기의 구성부터 캐릭터성까지 소설과 드라마는 다른 측면이 많지만, 한 가지 관통하는 것은 모난 상처를 어떤 방식으로 둥글게 깎이면서 그것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느냐다. 애써 외면하고 회피했던 '과거'를 매듭짓고 현재를 재가동한다는 지점에서 '트렁크'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김규태 감독은 "기존의 드라마 작법과는 상당히 다른 신선함이 있었다"며 "원작과는 이야기의 방식이나 방향성이 완전히 다른 톤으로 각색되었다. 멜로적인 감성, 미스터리 구조 등이 확장되고 증폭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그의 전작 '아이리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우리들의 블루스' 등에서 묻어났던 섬세함도 '트렁크'에서 다시 엿볼 수 있다.
● 서현진과 공유를 만나 입체적으로 표현된 캐릭터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은 서현진과 공유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있다. 노인지와 한정원 캐릭터는 서현진과 공유를 만난 입체적으로 세밀하게 스케치됐다.
벌써 몇 차례 결혼 서비스를 진행했던 노인지는 다섯 번째 남편 한정원을 만나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궁금한 게 있는데, 결혼이 그쪽 직업이라면서요. 재밌어요?"라며 비아냥거리는 한정원의 말에도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면서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싫은 티를 팍팍 내면서 결혼생활에 협조하지 않는 한정원 앞에서 그저 매뉴얼대로 행동한다. 어쩌면 주어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무적인 직장인의 태도처럼 말이다.
그러나 노인지와 한정원의 관계는 매뉴얼이 아닌 감정에 의해 움직여 뒤틀린다. 집에 들어설 때마다 한정원은 천장에 매달려 반짝거리는 샹들리에가 못마땅하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새겨진 샹들리에로 인해 계속해서 짓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샹들리에 조명이 자신을 집어삼키는 것 같은 환영을 마주하기도 한다.
말다툼을 하던 노인지와 한정원은 감정적으로 고조되며 샹들리에에 맥주를 집어던진다. 그로 인해 샹들리에가 떨어지고 노인지는 매뉴얼이 아닌 본능에 따라 한정원을 온몸으로 막아준다. 이후 한정원은 "그냥 내 앞에서 편해져요, 당신이 그냥 당신이어도 그냥 괜찮다고"라는 노인지의 말처럼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5년째 NM을 통해 결혼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지는 감정 표현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딱딱한 말투에 일종의 회의감까지 지닌 상태다. 서현진은 감정의 진폭이 그리 높지 않은 캐릭터의 무표정한 얼굴부터, 한정원과 관계에서 무언가를 '인지'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또 오해영', '사랑의 온도', '뷰티 인사이드' 등을 통해 상처 입은 인물들의 초상을 그려냈던 서현진은 '트렁크'에서도 감정적으로 응축시키고 분출하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한정원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기존의 결혼생활로 돌아가길 원하는 인물로,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쉬이 잠들지 못하고 전 부인 이서연(정윤하)의 말이라면 즉각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노인지를 만나면서 일관됐던 태도에 변화가 생긴다. 음악프로듀서로 일하는 한정원이 다루는 음악의 파동처럼 감정의 파고가 일어난 것이다. 공유는 하나의 형태로 규정할 수 없는 물결처럼 파도치는 한정원의 감정을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묘사한다.
서현진과 공유는 미스터리 로맨스라는 장르의 외피 안에서 독특하면서도 애틋한 사랑을 그려냈다. 특히 노인지는 잠에 쉬이 들지 못하고 악몽을 꾸는 한정원 캐릭터의 옆에서 그저 "해일은 내가 막아줄게요"라며 위로하고 반대의 상황에서도 서로를 보듬어주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매력이 극대화한다.
● '결혼'이란 제도를 해부하는 영리한 시선
드라마는 결혼이라는 제도의 속성을 다양한 형태로 드러낸다. 또 이를 영리한 시선으로 해부한다.
서로를 소유물로 여기며 통제하려는 한정원과 이서연의 결혼생활. 임신을 원치 않았던 이서연과 이를 눈치 채지 못했던 한정원의 뒤틀리는 관계. 노인지와 함께 일하는 윤지오를 만나 그 역시 계약결혼하는 이서연의 새로운 소유욕. 이 모두 알면서도 길들여지는 일종의 먹이사슬인 셈이다.
그럼에도 노인지와 한정원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발을 맞춰가려 노력한다.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전혀 알지 못하는 무채색의 관계에서 각자가 지닌 색을 도포하는 듯하다. 특히 3화에서 노인지와 한정원이 음악에 맞춰 탱고를 추는 장면에서 서로의 발을 밟고 넘어지기 일쑤인 두 사람의 모습은 "탱고는 파트너 없이 못 춰요"라는 노인지의 말처럼 결혼은 결국 관계를 맺어가는 것임을 형상화한다. 서로 어색하게 발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결혼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트렁크'는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반기를 들거나 반항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다른 사람과 결합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마찰과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들에 대해 그려나간다. "사람은 혼자인데 외롭다고 그걸 잊어요. 혼자가 아니면 어떻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겠어요?"
'트렁크'는 노인지의 대사처럼 혼자이기에 사랑을 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 외로운 인간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극본 : 박은영 / 연출 : 김규태 / 원작 : 김려령 소설 '트렁크' / 출연 : 서현진, 공유, 정윤하, 조이건 등 / 장르 : 미스터리, 멜로, 스릴러 / 공개일 : 11월29일 / 관람등급 : 19세 이상 관람가 / 에피소드 : 8부작 / 스트리밍 :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