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리브해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
베네수엘라가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하며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카리브해에 전함을 배치하고 베네수엘라발 마약 밀매 선박을 직접 격침시킨 사건이 벌어지자,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즉각 군사적 대응에 나섰다.
베네수엘라 국방부는 라 오르칠라섬에 병력 2500명 이상을 투입해 훈련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방어 훈련을 넘어 무력시위의 성격이 강하며, 미·베 간 군사적 신경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러시아산 전투기와 미사일 동원
베네수엘라군은 훈련과 함께 러시아산 수호이 전투기를 공개했다. 특히 Kh-31 ‘크립톤’ 공대함 미사일을 탑재했다고 강조하며, 대함 작전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베네수엘라가 공식적으로 21대의 수호이를 보유하고 있으나 경제난 탓에 실제 가동 가능한 기체 수는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전투기 공개는 실제 전력보다는 대외 선전에 가까운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두로 정권은 러시아 무기 체계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며 미국의 압박에 맞서는 모습을 연출했다.

미국의 강력한 해상 배치
베네수엘라의 무력시위 배경에는 미국의 직접적 군사행동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베네수엘라 갱단과 연계된 마약 밀매 선박 3척을 격침시키고 11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 작전에서도 3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를 마약 차단 작전이라고 설명하며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3척, 이지스 순양함, 강습상륙함, 핵추진 잠수함까지 투입한 상태다. 사실상 대규모 해상 전력 배치는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카리브해 전역을 겨냥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마두로 정권의 정치적 계산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정권교체 시도”라고 규정하며, 이를 국내 정치 결집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민병대 450만 명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하며 국가 총동원 태세를 강조했다.
이는 실제 전투력보다는 미국의 위협을 내세워 내부 결속을 다지고 정권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마약 밀매 혐의로 미국이 마두로에게 현상금 5000만 달러를 내건 상황에서, 이번 군사훈련은 대내외적으로 ‘굴하지 않는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행보로 풀이된다.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심화
이번 훈련에서 러시아산 전투기를 강조한 것은 단순한 과시가 아니라 러시아와의 전략적 밀착을 상징한다. 베네수엘라는 오랫동안 러시아제 무기를 수입해 왔고, 경제난 속에서도 군사 분야 협력만큼은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미국의 제재로 국제 고립이 심화된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군사적 유대는 마두로 정권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가 러시아산 무기와 훈련 체계를 활용해 대외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제난과 유지비 부담으로 전력 운용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남미 안보 지형의 변화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갈등은 중남미 안보 지형에 새로운 불안을 낳고 있다. 카리브해를 둘러싼 미·베 간 군사적 대치가 지속된다면, 인근 국가들 역시 외교·안보 전략을 조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베네수엘라가 러시아의 영향력을 적극 끌어들이는 모습은 미국의 전통적 영향권이던 중남미 지역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국제사회는 베네수엘라의 군사훈련이 단발성 시위로 끝날지, 아니면 미·러 갈등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대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