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예정 3개월 지난 A아파트
“일부 공정 빼면 미시공 수준에도
계약해지 피하려 사전점검 강행”
기한 지나 최근 입주한 B아파트
“사전점검서 각종 하자·날림 발견”
입주 후에도 주민들 불만 이어져

대구지역 신축 아파트에서 시공상의 하자로 인해 준공과 입주가 미뤄져 입주자들의 불만이 폭주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대구지역 주택·건물 관련 상담 건수는 336건으로 2022년(144건) 비해 133.3% 급증했다. 올해도 현재까지 92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건물 관련 상담에는 아파트 하자 분쟁이나 건설 과정에서의 갖가지 문제 등이 포함된다.

대구 달서구청 등에 따르면 달서구 본리동에 건설 중인 300여세대 규모의 A아파트는 입주예정일이 3개월 이상 밀리고 공사 완료 전임에도 사전점검이 강행될 기미를 보여 입주예정자들이 시공사 측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집회를 열고 삭발식을 거행했으며 준공 승인을 절대 반대한다는 민원도 속출하고 있다.

이 아파트 입주예정일은 당초 준공 후인 2월 중이었으나 다음 달 21일로 연기됐다. 시공사 측은 “마감 품질의 완성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사전점검 일자도 20일에서 오는 27일로 미뤘다.

공사 진행이 더디자 입주예정자협의회(입예협)는 지난 7일 현장을 방문했고 일부 공정을 제외하고는 ‘미시공’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았고 각 세대는 공사장에 가까웠다는 등이다.

A아파트 입예협 관계자는 “사전점검 시작일까지 2주 만에 공사를 완료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공사를 마친다고 해도 날림시공이 명백하다”며 “시행·시공사 측에서 준공 승인 지연에 따른 계약해지를 피하기 위해 사전점검을 강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달서구청 관계자는 “준공 일자를 조정할 수 있는 건 시공사이기 때문에 구청이 준공 일자를 가지고 얘기할 수는 없다”며 “민원인들의 입장을 반영해 꼼꼼하게 품질을 점검하고 절차상 누락되는 부분이 없도록 챙기겠다”고 말했다.

1천200여세대 규모의 북구 고성동1가 B아파트 입주예정자들도 지난달 “부실시공 아파트에 준공 승인을 내줘선 안 된다”며 집회를 가진 바 있다. 2월 말 사전점검에서 가구·타일 파손, 벽 균열, 창틀 누수 현상 등 각종 하자와 ‘날림공사’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초 입주 예정일은 2월 말이었으나 시공이 늦어지면서 연기됐다. 지난달 말 B아파트 시공사와 입주예정자들이 갈등을 해소할 합의점을 도출하고 북구청이 임시 사용 승인하면서 입주는 최근 시작됐다.

하지만 여진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에 불만을 가진 한 입주예정자가 주차장 입구 앞을 승용차로 10여분간 막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도 “하나도 보수가 안 됐다”, “이 정도면 만족한다” 등 입장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공사 측은 대구시와 북구청 권고대로 이달 21일 2차 사전점검을 진행했다. 북구청은 점검 결과와 하자 접수 민원 등을 검토해 다음 주 중에 사용검사와 준공 승인 조치를 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속되는 건설 자재 수급 불안 등으로 건설 공사가 지연돼 아파트 완공 전에 사전점검을 하는 경우가 많아져 덩달아 민원도 급증하는 것으로 봤다. 이에 반드시 공사를 완료하고 사전점검을 진행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사업 주체가 사전점검 전에 공사를 완료하고 감리자의 확인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주택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불가피한 사유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 최대 15일 안에 사업 주체가 사전점검 시작일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았다.

박용규·류예지·김유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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