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진심인 사우디...한국에게 독일까 기회일까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9. 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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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를 뒤흔들 ‘깜짝 손님’ 등장
게임업계를 향한 ‘오일 머니’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게임회사 주식을 사들이고 대규모 투자를 하더니, 이제는 한국의 게임 축제까지 문을 두드리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4’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대규모 엔터테인먼트 도시 프로젝트인 ‘키디야(Qiddiya)’가 처음으로 지스타에 참가하여 대형 부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지스타조직위원회가 밝혔다.

사우디 키디야에 세워지는 ‘드래곤볼 테마파크’의 조형도 /사진=키디야프로젝트 홈페이지
키디야는 사우디 정부의 경제 다각화 프로젝트 ‘비전2030’ 중 관광 분야의 핵으로 꼽히는 도시 계획 프로젝트다. 수도 리야드에서 서남쪽으로 약 45km 떨어진 사막지대에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를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키디야의 사업 규모는 700억달러(약 93조원)이다. 지난 3월에는 세계최초의 ‘드래곤볼 테마파크’를 이곳에다 세우겠다고 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사우디는 왜 한국의 게임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걸까.

사우디 e스포츠 산업 현황
사우디는 최근 e스포츠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이끄는 ‘비전 2030’ 국가 전략 아래,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e스포츠 산업은 젊은 인구 비중이 높은 사우디의 미래의 핵심 산업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건립 예정인 e스포츠 전용 경기장 ‘Qiddiya City Esports Arena’ 조감도 / 사진=키디야프로젝트 홈페이지
사우디 정부에 따르면 사우디 e스포츠 시장은 2030년까지 약 13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17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현재 사우디 인구의 약 67%인 2,350만 명이 게임을 즐겨하고 있으며, 이 중 약 1000여명은 아예 프로 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e스포츠 산업을 통해 앞으로 약 3만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첨단 IT기술이 집약되는 게임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단지 프로게이머뿐만 아니라 이벤트 주최자, 마케팅 전문가, 게임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청년층의 고용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우디 경제를 첨단 IT산업으로 다변화하고 현재 점점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 문제 역시 어느정도 해소한다는 것이다.

“세계 e스포츠의 허브 사우디로 오세요”
넘쳐나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어느새 사우디는 세계 e스포츠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올해는 약 무려 625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e스포츠 월드컵’을 장장 8주동안 개최하여 주목을 받았다.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이 대회는 전 세계 5억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며, 사우디의 국제 e스포츠 행사 개최 역량을 과시했다. 우리나라는 페이커 선수가 참여한 리그오브레전드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소속팀 T1은 전체 5위를 차지했다.
올해 사우디 ‘e스포츠 월드컵’의 리그오브레전드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T1 게임단의 페이커 선수 /사진=esportsworldcup 홈페이지
또한 올해 사우디는 ‘뉴 글로벌 스포츠 컨퍼런스 2024’를 개최하여 전통 스포츠와 e스포츠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형태를 제시했다. 이 행사에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분야의 전문가 약 1200여 명이 참석하여 사우디의 스포츠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내년에는 더 큰 것이 기다리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력해서 아예 ‘e스포츠 올림픽’까지 개최할 예정이다. 사우디 e스포츠 연맹의 투르키 알파우잔 회장은 “사우디를 e스포츠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빈살만은 무슨 생각일까
빈 살만 왕세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헤비 게이머’다. 평소 일본 게임을 즐겨 한다는 그는 e스포츠와 게임 산업을 사우디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적극적인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사우디를 게임과 e스포츠 분야의 궁극적인 글로벌 허브로 만들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인바 있다.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헤비 게이머’다. 평소 일본 게임을 즐겨 한다는 그는 e스포츠와 게임 산업을 사우디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적극적인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 사진=위키피디아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그 마법이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이미 글로벌 게임 업체에 약 1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했다. 일본의 닌텐도 지분 8%를 매입하여 최대 투자자가 됐고, 미국의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유비소프트 등의 지분을 확보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또한 게임 개발사 인수에도 적극적이다. 미국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 스코플리와 한국의 게임사 SNK를 인수하며 게임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또 PIF 산하 게임사를 통해 중국의 e스포츠 업체 VSPO, 스웨덴의 게임개발사 지주사인 엠브레이서(Embracer)그룹 등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게임에 미래가 있다”
게임이 ‘마약’ 취급받던 시대도 있었지만, 현대 사회에서 게임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문화와 경제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몸값이 높아졌다. 사우디의 전체 인구 중 35세 미만이 7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게임 산업은 또한 미래세대의 경제 활동과 직결된다. 여기에 글로벌 게임 산업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려는 전략도 담겨 있다.

빈 살만의 의중은 명확하다.’2027 아시안컵’과 ’2029 동계 아시안 게임’, ’2034 FIFA 월드컵’ 등 각종 메이저 스포츠 대회들을 연달아 유치하고, 여기에 e스포츠 대회까지 다 휩쓸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우디의 젊은세대가 향후 50년간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다져놓겠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열리는 지스타 2024에 사우디가 참가하는 것까지 다 같은 계획의 선상인 것이다.

한국에게는 기회가 없을까. 희망은 그래도 있다. 최근 중국에게 밀린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높은 게임 개발 역량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우수한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 산업기반도 아직 탄탄하고 폭 넓은 팬층도 있다. 여기에 사우디와의 대규모 투자와 협력이 만나면 상호 발전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에 진심인 사우디와 한국이 서로 윈윈하는 길을 모색했으면 한다.

지금 현대 사회에서 게임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문화와 경제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사진은 지난해 개최됐던 ‘지스타 2023’ 행사장의 모습 / 사진=지스타 인스타그램 계정
※참고기사 및 문헌

《Zawya》 (2024.8.15) Over 1,200 global delegates are attending as the New Global Sport Conference 2024 In Riyadh, https://url.kr/p7kb7g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4.09.20) [이슈트렌드] 사우디아라비아, e스포츠 산업을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활용, https://url.kr/sg14vq

《글로벌이코노믹》 (2024.09.18) ‘드래곤볼’ 삼킨 사우디 키디야, K-게임도 노린다, https://url.kr/t4r3fn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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