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vs ‘사고’… ‘표기’ 두고 둘로 갈린 교육청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진보교육청은 ‘참사’, 보수교육청은 ‘사고’ 표현
‘진보 성향’ 전남교육청 유일하게 ‘사고’ 사용
‘참사’냐, ‘사고’냐.
156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압사 참사’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표기 논쟁이 번진 가운데 교육청의 표기도 둘로 갈렸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은 주로 ‘참사’를, 보수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은 ‘사고’를 쓰는 등 해당 용어들이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단어가 됐다는 평가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참사의 뜻은 ‘비참하고 끔찍한 일’, 사고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다.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다음 날인 30일 전국 17개 시·도에 ‘참사가 아닌 사고로 표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정부는 “재난 관련 용어는 통일해야 한다”며 ‘사고’가 ‘참사’보다 ‘가치 중립적’ 단어란 입장이다. 이에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고 사고란 단어를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야당은 ‘참사’라고 써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교육청도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용어가 갈리는 분위기다.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면서 각 교육청은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추모·애도한다는 내용의 공지 배너를 띄웠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곳은 총 9곳인데, 이 중 8곳(▲서울 ▲인천 ▲세종 ▲충남 ▲광주 ▲경남 ▲전북 ▲울산)이 이태원 ‘참사’라 표현했다.
서울시교육청(조희연 교육감)은 홈페이지 배너를 통해 “이태원 참사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 모든 분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밝혔다. 2일 낸 보도자료 제목에서도 ‘이태원 참사 관련 학생 긴급 심리상담비 및 치료비 지원’이라고 명시했다. 3일에는 교육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명칭을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로 바꾸며 현수막까지 교체했다. 앞으로도 ‘참사 희생자’라고 쓴다는 입장이다.

경기와 강원·충북 교육청은 보수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곳으로 꼽히지만, 홈페이지에는 이태원 ‘참사’라고 표기했다. 특히 강원도교육청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라며 ‘희생자’란 용어도 썼다. 정부는 이번 사고로 숨진 이들에 대해서도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라 표기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희생자는 ‘사고나 자연재해 따위로 애석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이란 뜻인데, 이보다는 ‘사망자(죽은 사람)’가 중립적 표현이란 것이다. 강원 외에 인천·세종·충남·울산 교육청도 ‘희생’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반면 보수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은 대부분 ‘사고’ 단어를 썼다. 사고라 쓴 교육청은 총 6곳으로, 이 중 5곳(▲대전 ▲대구 ▲경북 ▲부산 ▲제주)이 보수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곳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이태원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 모든 분의 명복을 빕니다”, 경북도교육청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라는 배너를 띄었다.

교육청과 달리 지자체의 경우 사고라고 쓴 곳이 13곳으로 훨씬 많았다. 광역단체장 중 국민의힘에서 당선된 곳이 12곳인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 ‘참사’라고 쓴 4곳(▲경기 ▲전남 ▲전북 ▲제주)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단체장이 있는 곳이다. 광주시(민주당 강기정 시장)의 경우 홈페이지에는 “이태원 사고 사망자를 깊이 애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썼으나 지난 2일 전국 자치단체 중 최초로 합동분향소 명칭을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로 바꿨다. 당초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라 설치했다가 ”제대로 추모해야 한다”며 현수막을 바꿔 달았다. 민주당 단체장이 있는 지역은 모두 ‘참사’로,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지역은 모두 ‘사고’로 쓰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는 서울시는 홈페이지에 “이태원 사고로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썼다. 반면 제주도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애도를 표합니다“, 전남도는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분들께 애도를 표하며, 그 유가족들께도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라고 썼다.
일각에선 정치권에서 본질이 아닌 용어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정모(38)씨는 “서울 한복판에서 150명이 넘는 사람이 그냥 ‘길을 걷다가’ 죽은 끔찍한 사태가 발생해 전 국민이 큰 충격을 받았는데 굳이 ‘참사’가 아닌 ‘사고’고,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라고 하는 정부를 보니 황당하다. 이게 뭐가 중요한가란 생각도 든다”며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밝히고 사과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별거 아닌 거로 힘 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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