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화석'을 포착한 심해 사진작가

2010년, 로랑 발레스타는 다이버 세드릭 젠틸과 함께 살아있는 실러캔스 촬영에 성공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사진작가들의 노력에 힘입어, 심해 생물들이 지구에서 사라지기 전에 과학계가 자료를 모을 수 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부에 있는 소드와나 만에서 다이버 네 명이 32kg 상당의 카메라 장비를 들고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사진작가 로랑 발레스타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 다이빙에서 공룡과 함께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던 한 생물과 눈을 마주칠 수 있었고, 살아있는 실러캔스를 촬영한 최초의 다이버가 됐다.

발레스타는 “실러캔스는 단순한 멸종 어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화의 역사에서 가히 걸작이라고 할 수 있죠.”

공룡이 살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실러캔스는 거의 모든 대륙에 서식했다. 그리고 서식지는 트라이아스기의 증기가 가득한 습지였다. 그 역사가 약 4억100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실러캔스는 "육기어류"에 속한다. 육기어류는 약 3억9000만 년에서 3억6000만 년 사이에 물에서 육지로 올라갔다. 실러캔스의 단단하고 살이 많은 지느러미는 양서류와 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 육지에 사는 모든 척추동물의 전조로 알려져 있다. 실러캔스가 어류보다는 사지동물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실러캔스 화석 중 가장 연대기가 짧은 건 약 6600만 년 전의 화석이다. 때문에 학계에선 이 생물이 오래 전에 멸종했다고 추정해왔다. 그러던 중 1938년 남아프리카 연안에서 청록색 비늘과 네 개의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가 그물에 걸렸다. 이 후 여러 차례 탐사가 이어졌고, 1987년 동물학자 한스 프리케가 그란데 코모레 해안에서 잠수 탐험대를 이끌고 살아있는 실러캔스를 처음으로 영상에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실러캔스는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별명이 적합하지 않고, 실러캔스가 매우 느리긴 하지만 진화를 거듭해왔다고 말한다. 일단 더 이상 육지 주변 바다가 아니라, 깊은 바다에 서식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발레스타는 “(실러캔스가) 포착될 때마다 당시 일반적인 스쿠버 다이빙 기술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수심에서 포착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저 환상과 같은 일로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다 발레스타는 피터 팀이라는 다이버가 2000년에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심해 다이빙을 하던 중 팀이 수심 120m 동굴에서 실러캔스를 봤다고 하더라고요.” 2010년 발레스타는 집중적인 심해 잠수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새로 나온 ‘리브리더 다이빙 기술(이전보다 더 오래 수중에 머물 수 있는 기술)’과 팀의 가이드를 지원받아,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실러캔스는 최대 300m 깊이의 심해에서 가파른 수중 경사면을 따라 서식한다. 낮에는 해저 동굴에 있다가, 먹이를 먹기 위해 밤에만 밖으로 나온다. 발레스타가 처음 실러캔스를 만난 곳도 동굴이었다.

1956년 그랜드 코모로에서 확보한 실러캔스 표본은 현재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발레스타는 “이곳은 물결과 파도, 해류가 많고 상어도 있는 매우 위험한 해안”이라고 말했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좀처럼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 어류를 촬영하다가 죽은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발레스타는 어렸을 때부터 해양 탐험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더 깊은 곳을, 더 오래, 더 많이 탐험하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열망이 있었기에 그는 해양 생물학자이자 탐험가, 선구적인 심해 다이버, 여러 차례 상을 받은 수중 사진작가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위험을 무릅쓰는 것일까? 발레스타에 따르면, 원격 조종 차량(ROV)은 인간 다이버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불안정하다. 발레스타와 그의 잠수팀은 약 12분 만에 모든 해저 동굴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ROV는 4시간이 걸렸다. 발레스타는 “ROV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위를 보거나, 아래를 보거나, 모퉁이를 돌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1,000m 아래나 6,000m 심해라면 저는 갈 수 없죠. 아무도 못 갈 겁니다. 하지만 200m 황혼 지대(신비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 곳으로 약광층이라고도 불림)라면, 인간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발레스타는 첫 다이빙 시도에서 1분간 “실러캔스가 앞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러캔스를 찾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실러캔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어려웠다고 했다.

발레스타는 “호기심은 없었지만, 무섭지도 않았다”고 했다. 다이버들은 실러캔스에 다가가 맞춤형 스탠드에 설치된 두 대의 카메라 사이로 움직이도록 유도한 후, 조명을 켰다. 그는 “사람들은 이 정도 깊이면 빛이 없다고 생각하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주 좋은 빛이 있습니다. 그 양이 적고 부드럽지만 분명 빛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인공 조명을 너무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 밤에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조명을 최대로 켜면 차 앞만 보이고 나머지는 모두 컴컴해지는 것처럼요. 조명을 끄고 달이 조금 보이면 갑자기 도로, 산, 숲 등 모든 것이 보이잖아요. 깊은 물 속도 마찬가지입니다.”

발레스타 다이빙 팀은 2013년에도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여러 마리의 실러캔스를 만났고,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발레스타는 해저 스테이션을 설치해 실러캔스와 "바닷속에서 밤낮으로 함께 보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제시카 고든은 2024 년에 발견된 이 "미스터리 유기체"의 유전자 데이터는 지금까지 알려진 유기체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에섹스 대학의 해양과학자 제시카 고든은 해양을 보호하는 첫걸음은 전 세계 해양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은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덮고 있고, 지구에 있는 물의 97%가 바다에 있다.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의 약 절반이 바다에서 생성되며, 인간이 배출하는 CO2의 4분의 1 이상과 과도한 열의 약 90%를 흡수해 기후 조절에 기여하는 것도 바다다.

바다는 지구상에 생명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의 99%를 차지하기에, 지구에 있는 가장 큰 생태계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분의 3 이상이 베일에 쌓여 있고, 해양 생물종의 약 91%가 아직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글로벌 과학 프로그램 ‘오션 센서스’의 탐사에 참여한 고든은 "우리는 심해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다"고 말했다. 이 탐사팀은 뉴질랜드 연안 해저에서 지금까지 지형이 파악되지 않은 지역을 탐사했다. 그리고 물고기와 오징어, 연체동물, 산호 등 100종이 넘는 새로운 심해 생물을 발견했다.

고든은 현재 산호초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 산호가 없으면 전체 먹이사슬이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종보다 "해양 산성화와 기후 변화에 더 잘 적응하는" 산호 종이 있다고 했다.

고든은 “산호 표본의 주 줄기의 단면(나무와 비슷한 나이테가 있음)을 찍고 각 성장 고리를 분석하면 당시의 수중 온도와 물 속의 화학 성분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수천 년 된 산호 화석을 사용하여 수천 년 전의 바다가 어땠는지 알아보고, 현재 산호가 기후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는 종을 찾는 것은 미래의 생존 가능성에 필수적인 일이 될 겁니다.”

전문가들은 해양 생물 종의 수가 감소함에 따라, "생물 다양성 위기를 막으려면" 해양 생물과 서식지를 이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고든은 “현재 바다 중 극히 일부만 보호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면 생태계와 바다의 기능에 필수적인 생명체로 가득 차 있는지도 모르는 지역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무엇을 구할 수 있었는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한 해양 과학자가 연구선 ‘R/V 탱가로아’에서 새롭게 발견된 생물 종을 조사하고 있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NHM)의 어류 화석 큐레이터인 엠마 버나드는 실러캔스가 “상징적인” 화석이라고 말했다. 모든 화석은 진화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조각 퍼즐이지만, 그 화석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는 일은 “경이롭다”는 것이다. “이 화석을 현대의 실러캔스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뼈가 거의 일치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볼 수 있죠."

NHM의 어류 큐레이터인 제임스 맥클레인은 화석과 표본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지만, 모든 이야기를 다 알려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합리적인 가정을 할 수는 있지만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며 펠리컨 뱀장어를 예로 들었다. “펠리컨 뱀장어는 길고 가느다란 어류인데, 마치 펠리컨 입처럼 큰 주머니 형태의 입이 있습니다. 표본을 보면 '저건 먹이를 먹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뱀장어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다른 일을 합니다. (과학자들이) 수천 미터 아래에서 헤엄치는 한 마리를 발견했고, 잠수정이 가까이 가자 머리를 풍선처럼 부풀려서 위협적으로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발레스타의 성과 덕에, 실러캔스는 수명이 약 100년에 달하는 장수 어종 중 하나이며 모든 해양 어류 중 가장 느린 생활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진대사가 느린 심해 상어처럼 실러캔스가 번식력을 가질 정도로 성숙하려면 69년이 걸린다. 그리고 임신 기간은 약 5년에 달한다.

맥클레인은 심해에선 생명이 천천히 움튼다고 말했다. “점점 더 깊이 들어갈수록, 심해는 점점 더 안정되고, 상부의 환경 변화로부터 완충 효과를 갖게 됩니다. 급격한 변동이 없으며, 생물은 매우 느리게 성장하고 수명 또한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해 환경의 안정성은 실러캔스가 공룡을 전멸시킨 대량 멸종에서 살아남은 이유를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심해는 매우 취약한 환경이기도 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교란이 일어나면 회복하는 데 수백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수명이 길고 성장이 느린 종은 특히 자연적, 인위적 스트레스 요인에 취약하다. 때문에 실러캔스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반면 우리는 서식지에서 실러캔스를 관찰해야만 이 생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로랑 발레스타가 지중해 심해에서 탐사 중인 다이빙 팀을 촬영하고 있다.

훌륭한 해양 사진작가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발레스타는 위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이빙이) 쉽게 풀릴 때마다, 내가 찍은 사진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했다. “최선을 다하려면 불편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수심 20m의 따뜻한 홍해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반면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 즉 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긴박감이 느껴지는 상황에서는 좋은 성과를 낸다고 했다.

"갑자기 동물과 생태계, 주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살던 세계가 아니죠. 몇 분 동안만 이곳에 머물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다른 건 다 잊게 됩니다. 순간을 사는 거죠. 집중해서 최고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죠.” 그는 실러캔스 촬영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촬영을 마치고 물밖으로 나오는 길고 험난한 과정에서 그는 자신과 팀이 성취한 것에 대한 기쁨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실러캔스 탐사는 발레스타에게 또다른 탐사 목표를 제시했다. 2019년 발레스타는 다른 다이버 3명과 수심 120m에서 느껴지는 압력을 주는 포화 챔버에서 생활했다. 그는 "28일 동안 우리는 창문도 없는 작은 노란색 상자 안에 갇혀 있었다”며 “그런 일을 할 때는 함께 하는 이들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발레스타는 이 탐사에서 당시 해양 다이버들이 사용하던 포화 잠수와 자율 잠수를 결합해 새로운 잠수 기술을 개척했다. 포화 챔버에 다이빙 벨을 연결하고, 다이버들은 깊은 수심까지 내려가 수중 건설 작업을 수행했다.

그리고 발레스타는 전자식 리브리더(수중 재호흡기)를 사용해 다이빙 벨을 떠나 자율 잠수를 시도했다. 심해 깊은 바다 속에서 무중력 산책을 성공시킨 것이다. 발레스타 팀은 이런 식으로 매일 마르세유에서 모나코에 이르는 황혼 지대를 탐험하며 지중해의 심해 생태계를 보여주었다.

발레스타는 예술가이면서 과학자인 독특한 인물이다. 그의 작품이 과학적 데이터를 포착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들여다볼 수 있는 미지의 창이 되는 것은 이러한 융합의 힘일 것이다. 그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자연의 역사, 생물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