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춘 마크롱 "프랑스·알제리 공동 역사위원회 만들 것"

김태훈 2022. 8. 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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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간 佛 식민지였던 알제리, 과거사 앙금 여전
마크롱, 독립운동가 추모비 참배.. 1분 동안 묵념
알제리 독립 60년 만에 '진정한 화해' 이룰지 주목

북아프리카 알제리에 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가칭 ‘프랑스·알제리 공동 역사위원회’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알제리는 1830년대부터 1962년까지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으며, 이 기간 수많은 알제리인들이 프랑스 군경에 저항하다가 죽거나 다쳤다. 압델마드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은 “고무적인 성과”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5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오는 27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알제리를 공식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테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나라는 약 130년에 걸친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지배를 담은 기록물을 함께 연구하기 위해 프랑스·알제리 공동 역사위원회를 만들 것”이라며 “여기에는 알제리가 1962년 독립하기까지 양국 사이에 벌어진 8년간의 전쟁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두 나라는 공통의, 그러나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며 “역사위원회가 출범하면 그 소속 연구자들이 프랑스 정부의 기록물보관소에 접근할 권리를 완전히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25일(현지시간) 알제리 수도 알제를 방문해 압델마드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알제리는 1830년대부터 1962년까지 약 130년간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받았다. 알제=AFP연합뉴스
프랑스는 1830년대부터 알제리를 점령하기 시작해 식민지로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프랑스의 아프리카 식민지 거의 대부분이 평화로운 협상 끝에 독립국이 되었으나 알제리만은 여기에서 제외됐다. 이는 알제리를 단순한 식민지가 아닌 ‘프랑스의 일부’로 간주하며 알제리를 잃는 것은 곧 ‘프랑스의 굴욕’이라고 여긴 프랑스 국내 우파의 반대 때문이었다. 결국 알제리인들은 독립군을 조직해 저항에 나섰으며 1954년 시작해 1962년 끝난 전쟁으로 마침내 독립을 얻었다. 올해는 알제리가 프랑스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국이 된 지 60주년에 해당한다.
8년에 걸친 독립전쟁 기간 동안 알제리인 40만명이 숨졌다는 게 프랑스 사학자들의 연구결과다. 반면 알제리에선 전쟁으로만 알제리인 150만명이 희생됐으며, 프랑스 식민지 시기를 통틀어 총 56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한다.
25일(현지시간) 알제리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이 알제리군 의장대 요원들과 함께 독립운동가 추모비에 헌화하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는 1954∼1962년 프랑스와 전쟁을 한 끝에 독립을 쟁취했다. 알제=AFP연합뉴스
공동 역사위원회 설립에 관한 마크롱 대통령의 언급에 테분 대통령도 “고무적인 결과”라며 환영했다. 이어 두 나라 관계를 “긍정적이고 역동적”이라고 묘사하며 “양국을 결속시키는 특별한 파트너십을 더욱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알제리 방문의 목표를 ‘알제리와의 역사적 화해 완결’로 잡은 마크롱 대통령은 알제리 도착 첫날부터 잔뜩 몸을 낮추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가장 먼저 알제리 독립을 위해 싸우다 희생된 애국자들을 기리는 추모비부터 참배했다. AFP는 “마크롱 대통령이 추모비에 헌화한 뒤 1분간 묵념을 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알제리 문제에서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과거사에 관해 진솔하게 사과하며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지배를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로 규정했다. 하지만 알제리인들 사이엔 마크롱 대통령이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불만이 여전하다. 그는 지난해 “프랑스가 점령하기 전 알제리에 국가라는 것이 존재했느냐”며 “알제리 정부가 프랑스에 대한 증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격분한 테분 대통령은 파리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동시에 프랑스 군용기의 자국 영공 진입을 금지했다. 알제리 남부의 이른바 ‘사헬’ 지대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는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 프랑스로선 군용기가 알제리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면 작전지역까지 멀리 돌아서 가야 하는 만큼 크나큰 고충을 겪었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한 뒤에야 양국관계가 겨우 회복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알제리를 방문한 25일(현지시간) 수도 알제 거리에 게양된 프랑스 국기 옆에 알제리 청년들이 서 있다. 알제리가 프랑스에서 독립한 지 올해로 60주년이 되었으나 두 나라 사이엔 여전히 과거사를 둘러싼 앙금이 남아 있다. 알제=AF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26일 테분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을 한다. 이날 회의에는 양국의 외교장관과 국방장관, 국방참모총장 등도 배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가 테러 억제를 위해 사헬 지역에서 벌이는 군사작전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그에 대한 알제리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애초 아프리카 최대의 천연가스 수출국인 알제리를 상대로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AP 통신은 “이번 마크롱 대통령의 방문 기간 프랑스·알제리 간에 에너지 공급이나 기타 거액의 무역 계약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두 나라의 향후 경제적 협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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