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 다 이길 생각 없었다" 실책·병살타로 서로 승리 걷어찬 롯데·기아

야구 팬들이 보기에 가장 답답한 경기 유형이 있다면, 양 팀이 번갈아가며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경기다. 26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롯데와 KIA의 경기가 딱 그랬다.

롯데는 실책으로, KIA는 병살타로 서로의 승리를 헌납하며 연장 11회 끝에 5-5 무승부로 갈라졌고, 가장 억울한 사람은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또 승리를 따내지 못한 나균안이었다.

롯데가 먼저 걷어찼다

롯데는 5-4로 앞선 상황에서 9회말을 맞이했다. 8회부터 나와 삼자범퇴로 1이닝을 깔끔하게 막은 최준용이 계속 마운드를 지켰지만, 김도영을 삼진으로 잡은 뒤 나성범에게 안타, 폭투, 연속 볼넷으로 흔들리며 1사 만루를 자초했다.

KIA가 꺼낸 카드는 최준용 상대 5타수 4안타 통산 타율 0.800의 천적 고종욱이었다. 고종욱의 타구는 2루 정면을 향해 굴렀고, 타구 속도로 봐서는 4-6-3 병살타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7회부터 대주자로 들어와 있던 2루수 한태양이 이 타구를 잡지 못했고, 공은 몸에 맞은 뒤 흘러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5-5 동점이 됐다. 경기를 끝낼 수 있던 순간을 실책 하나로 날린 것이다.

KIA도 바로 걷어찼다

동점을 만든 KIA에게 곧장 역전 기회가 이어졌다. 여전히 1사 만루 상황, 이번에는 한준수가 대타로 들어섰다. 볼카운트 1-1에서 친 타구가 3루 라인 쪽으로 빠르게 뻗어 나갔고, 원심은 파울이었지만 판독 결과도 파울로 나왔다.

끝내기 안타였다면 경기가 끝났을 장면이었는데 아쉽게 파울에 그쳤다. 이후 2-2 카운트에서 한준수가 친 1루 땅볼이 3-2-3 병살타로 연결되며 이닝이 끝났다. 아까 롯데가 준 기회를 KIA도 돌려준 셈이었다. 그렇게 연장전으로 넘어갔고, 11회까지 이어진 경기는 5-5 그대로 끝났다.

나균안만 또 울었다

이날 가장 억울한 선수는 단연 나균안이었다. 그는 6이닝 3피안타 1볼넷 4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5-2로 앞선 7회말 승리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줬다. 문제는 그 뒤였다.

불펜이 3점을 헌납하며 리드를 날렸고, 나균안의 시즌 첫 승도 함께 사라졌다. 올 시즌 나균안의 성적은 5경기 27⅔이닝 0승 2패 ERA 2.28, WHIP 1.16으로 리그 상위권에 해당하는 숫자인데 승리가 없다.

규정이닝을 채우면서 ERA 3점대 이하임에도 승리가 없는 투수는 리그 전체에서 나균안과 박세웅 단 두 명뿐이다. 잘 던지고도 이기지 못하는 패턴이 시즌 내내 반복되는 셈인데, 이날은 경기 자체도 무승부로 끝났으니 나균안의 억울함이 어느 정도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