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앰프에 매칭해본 매력의 이보크 10

Master Sound BoX
Dynaudio Evoke 10

다인오디오(Dynaudio)의 이보크(Evoke) 시리즈는 애초에 컨투어 i와 이미트를 잇는 중간 가교 역할의 모델이다. 입문기보다는 상위 클래스로, 본격적인 하이파이 중급 라인의 스피커로 상당한 가성비가 요구되는 시장을 목표로 등장했다. 이미트가 저렴함을 앞세운 가성비라면, 이보크는 가격 이상의 성능을 자랑하는, 이른바 성능을 더 앞세우는 가성비 모델인 셈이다.

실제로 이 스피커에 담긴 기술은 꽤나 의미가 크다. 2014년, 새로운 자본에 의해 변화를 시작한 다인오디오가 새로운 엔지니어링 팀을 갖추고, 새로운 드라이버와 새로운 스피커 설계 기술을 만들어 내놓은 첫 번째 라인업이기 때문. 앞서 내놓은 스페셜 40에서 에소타 40이라는 트위터를 통해 확 달라진 다인오디오의 사운드를 보여준 뒤, 그 기술을 대중적인 라인으로 녹여 넣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상위 기술을 단순히 아래로 내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당시 다음으로 등장할 차세대 플래그십인 뉴 컨피던스를 위해 개발된 트위터 기술을 이례적으로 중급 라인업에 먼저 쇼케이스처럼 선보였는데, 그것이 바로 세로타 트위터이다. 전매특허인 실크 돔 속에 플라스틱 소재의 헥시스 돔을 하나 더 넣어 트위터 내부에서 발생되는 공진 억제와 배압의 자연스러운 소멸을 이끌어내는데, 이를 통해 트위터 전체 주파수의 응답을 훨씬 더 넓고 평탄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다인오디오의 모든 스피커들이 헥시스 돔이 탑재된 실크 돔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그 첫 출발점이 바로 이보크 시리즈라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새로 설계된 에소텍 플러스 미드·베이스 드라이버 또한 마찬가지. 새로운 배합의 MSP 콘에 내주부와 외주부의 두께를 다르게 만들고, MSP 콘과 글라스파이버 소재의 코일 포머를 직결시켜 빠른 반응의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하게 진화되었다. 여기에 제어를 담당하는 스파이더도 노맥스의 비대칭형 스파이더로 제동력까지 높였다. 마지막으로 모터 시스템도 이전까지 찾아볼 수 없던 초강력 스트론튬 카보네이트 페라이트 플러스 세라믹이라는 페라이트와 세라믹 소재를 더한 하이브리드 마그넷 시스템을 적용했다.

전례가 없는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드라이버는 이전까지 색채미를 자랑하던 다인오디오의 이미지를 완전히 현대적인 하이파이 및 하이엔드 스피커의 높은 투명도와 입체적 스테이징, 그리고 빠르고 정교한 저음 같은 요소를 대변하는 스피커로 뒤바꾸어 놓았다. 이보크는 그런 변화의 시작점으로 완성된 첫 다인오디오의 시리즈인 셈이다.

이 시리즈의 최소형 모델인 이보크 10은 이런 기술들을 모두 담고 있는 소형 북셀프로 다인오디오의 변화 및 진화를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스피커이다. 작은 스피커지만 꽤나 큰 소리를 낼 줄 알 뿐만 아니라, 새로운 드라이버들이 들려주는 빠르고 정교한 사운드는 어떤 음악을 들어도 음악적 감흥뿐만 아니라 하이파이적 즐거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앰프의 매칭이 다소 높게 요구되는데, 실제로 스펙 또한 감도가 84dB에 불과하다. 앞서 등장한 스페셜 40처럼 이 스피커의 진가를 맛보려면 구동력과 높은 전류 소모에도 흔들림 없는 앰프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스피커 가격이 있는 만큼 너무 비싼 앰프를 선택하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스피커보다 현저히 저렴한 앰프라면 이 스피커가 지닌 잠재력의 반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오디오넷의 SAM G2, 럭스만의 L-507uXⅡ, 그리고 아큐페이즈의 E-380 같은 인티앰프라면 아쉬움 없이 제대로 이 스피커를 즐길 수 있겠지만, 이 정도 앰프를 이보크 10에 물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좀더 눈높이를 낮추고 더 개성 있는 장점을 찾는다면 다른 대안이 있긴 하다. 마스터 사운드(Master Sound)의 박스(BoX) 같은 진공관 인티앰프는 EL34 관으로 채널당 35W의 출력을 내지만, 훨씬 덩치가 크고 울리기 만만치 않은 상위 모델인 컨투어 20i 같은 스피커도 거뜬히 소화하는 지구력을 보여준 바 있었다. 한마디로 가성비 높은 인티앰프이자 진공관 앰프로 이보크처럼 음질적 가성비를 내세운 스피커에게는 정답에 가까운 매칭 앰프라는 것이다.

이보크 10과 마스터 사운드의 박스 조합이 들려주는 소리는 꽤나 섬세하며 우아하며, 이 가격치고 의외인 세련된 고역을 들려준다. 둔중하고 기름진 소리가 아닌 매끈하고 미려하면서도 투명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특히 소편성 클래식이나 재즈 보컬의 어쿠스틱한 녹음을 들으면 이 가격대에서 상상하기 쉽지 않은 상쾌하고 맑은 사운드에 나긋함과 미려함까지 멋지게 재현된다. 저음 또한 마찬가지로, 한없이 처지고 느리고 무거운 저음은 찾아보기 힘들다. 활기차고 스피디한 저음은 팀파니나 콘트라베이스 같은 저현 악기들의 피치카토와 리듬들을 아주 타이트하고 정교하게 살려줄 뿐만 아니라, 악기 자체의 단단한 힘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더 상위 모델인 이보크 20이나 스페셜 40과 비교하면 저음의 스케일과 안정감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가격대와 소형 사이즈에서 나오는 사운드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의 저음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사운드 스테이지도 마찬가지인데, 스피커의 음장감이 폭넓게 그려질 뿐만 아니라 무대의 입체감까지도 꽤나 사실적인 편이다.

다인오디오의 이보크 10은 입문기를 벗어나려는 중급 하이파이 유저 또는 수준급 하이파이를 시작하려는 오디오 애호가들에 추천할 수 있는 최적의 스피커이다. 특히 마스터 사운드의 박스 같은 앰프와 짝을 지으면, 장르에 상관없는 높은 음악적 감흥과 하이파이적 쾌감까지도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글 | 성연진(audioplaza.co.kr)

수입원 태인기기 (02)971-8241

Dynaudio Evoke 10
가격 28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4cm MSP, 트위터 2.8cm Cerotar with Hexis   재생주파수대역 47Hz-23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1400Hz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4dB/2.83V/m   IEC 파워 핸들링 160W   크기(WHD) 18×31.5×26.6cm   무게 6.7kg

Master Sound BoX
가격 500만원   사용 진공관 EL34×6, ECC802×2   실효 출력 35W   주파수 대역 18Hz-25kHz   출력 트랜스포머 MastersounD   로드 임피던스 4Ω, 8Ω   네거티브 피드백 0dB   크기(WHD) 43.6×18.5×40.9cm   무게 24kg